6천 원의 잔돈과 사과식초 한 방울
디저트 전문점의 진열대나 유투브 영상 속 젤리들은 어쩜 그리 보석처럼 맑고 영롱한 색을 띨까.
얼마 전 블루베리를 직접 갈아 즙을 내며 깨달은 사실이 있다. 생과일을 갈면 거친 섬유질과 찌꺼기가 섞여 색이 뿌옇게 흐려지거나 갈변이 일어난다는 것. 내가 꿈꾸던 보석 같은 빛깔의 비밀은 아이러니하게도 시판 100% 과일 주스에 있었다. 깨끗하게 여과된 착즙 주스를 활용하면 젤라틴과 만나 보석처럼 투명하고 매끈한 윤기가 살아난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마음속의 묵은 숙제가 싹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곧바로 동네 마트로 향하기로 했다. 주머니 속에 든 돈은 딱 6천 원. 대형마트의 대용량 주스 대신, 손풀기용 연습에 딱 알맞은 180ml 꼬마 주스 한두 팩을 사 오기엔 족하고도 남는 금액이었다.
사실 과일 젤리의 상큼한 풍미를 살리고 겉도는 단맛을 잡아주려면 레몬즙이 요긴하게 쓰인다. 하지만 어제 동네 마트에서 본 레몬즙 가격은 자그마치 5천 원에 육박했다. 주스 몇 팩 사러 갔다가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셈이라 어제는 그냥 발길을 돌렸었다. 하지만 길은 늘 가까운 곳에 있는 법. 집 찬장에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대용량 사과식초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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