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PRETTY

스무 해가 지나도 잊히지 않는 이름

by장블레스

은경이가 백일장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조금 의아할 수도 있다. 백일장인데, 상을 받은 분야는 그림 부문이었다. 올해 주제는 ‘말’.


그림을 보는 순간, 은경이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울산에 있는 복지관에서 승마치료를 받던 시절, 은경이는 유난히 말을 좋아했다. 처음에는 겁이 많아 말 등에 오르는 것조차 긴장을 하고 겁을 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말들과 친구가 되어 갔다.


은경이가 특별히

아끼던 말들의 이름은 ‘바다’와 ‘PRETTY’.

이름도 예뻐서 잊지 않고 있다.


어린 딸은 말의 따뜻한 체온과 느릿한 걸음, 그리고 말과 함께했던 시간을 마음 깊이 간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벌써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도 은경이는 그 말들의 이름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고, 이번 대회에서는 그 추억을 한 장의 그림에 담아냈다.


그림 속에는 단순히 말의 모습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그때 느꼈던 따뜻함, 그리고 말들과 나누었던 교감이 함께 담겨 있었다.


신기한 것은 그림을 보는 나 역시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점이다.


어쩌면 좋은 추억에는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기억은 희미해질 수 있어도, 그 기억이 남긴 온기는 오래도록 사람의 마음속에 머문다.


은경이의 그림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했다.


치유란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누군가와 나누었던 따뜻한 순간, 그리고 그 기억을 다시 꺼내어 바라볼 수 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은 다시 위로받고,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