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피어난 민들레

by이슬이글

봄이 왔을 때 풀밭에는 예쁜 노란 꽃들이 한꺼번에 피어났다.

벌들은 바쁘게 날아다녔고,

나비들은 꽃잎 위에서 놀았다.

그런데 울타리 옆 민들레 하나는 아직도 작은 봉오리였다.
“넌 왜 안 펴?” 나비가 물었다.

“나도 몰라. 매일 아침 일어나서 ‘오늘은 꼭!’ 하고 생각하는데.”
“그럼 더 크게 힘을 줘 봐.”
민들레는 꽃대를 쭉 뻗었다.

하지만 꽃잎은 꼼짝하지 않았다.

노란 다른 민들레 꽃들이 하나둘 씨앗이 되어 날아갈 무렵에도

울타리 옆 민들레는 봉오리였다.
“나만 늦었어.” 민들레가 중얼거렸다.

지나가던 달팽이가 고개를 들었다.
“어디에 늦었는데?”
“꽃이 피는 날에.”
“그런 날이 따로 있어?”
“다들 벌써 피었잖아.”

달팽이는 잠깐 생각했다.
“난 모두가 저 언덕에 도착하고 나서야 여기 왔어.

그래도 이 풀잎의 물방울은 내가 처음 봤는걸.”
민들레는 대답하지 않았다.

달팽이가 느릿느릿 멀어지고, 저녁이 왔다.


며칠 뒤 비가 내리고 맑은 날이 찾아왔다.

울타리 옆 민들레는 마침내 조심스럽게 꽃잎을 열었다.

주변은 전에 없이 조용했다.
“어? 아무도 없네.”

그때 작고 지친 벌 한 마리가 날아왔다.
“혹시 꿀이 조금 있을까? 다른 꽃들은 벌써 씨앗이 됐어.”

“나한테 있어. 그런데 나는 너무 늦게 폈어.”
벌이 꽃 위에 내려앉았다.

“내게는 오늘 피어 줘서 정말 다행이야.”
민들레는 햇빛을 받으며 꽃잎을 더 활짝 펼쳤다.

멀리서 달팽이가 뿔을 흔들었다.


예쁜 아가...
친구보다 느리다고 느꼈던 적이 있니?
그때 너만 발견한 것은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