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한부 아버지의 절규와 '서류를 쓰기 위해 사람을 만나는가'
금요일 오후 5시 30분. 슬롯복지 현장의 사무실 공기는 한계까지 가동된 대형 서버실처럼 과열되어 있다.
모니터 화면마다 깜빡이는 지자체의 지도점검 공문, 마감이 임박한 개별서비스지원계획서(ISP), 결재 라인을 넘지 못한 채 쌓여가는 지출결의서가 푸른빛 형광등 아래 성벽처럼 늘어서 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가락 끝은 오랜 행정 작업으로 굳은살이 박여 있고, 복도 너머 생활실에서는 손잡이를 덜컹거리며 정형행동을 반복하는 한 이용인의 거친 숨소리가 육중한 방화문을 타고 흘러나온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리는 유선전화의 수화기를 들었다. 수화기 너머의 음성은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고,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선생님, 우리 아이가 이제 성인이 되었는데… 정말 갈 곳이 없습니까? 대기를 걸면 도대체 몇 년이나 걸립니까?"
대답을 망설이는 사이, 바카라상 모퉁이에 얹어둔 식어버린 믹스커피 표면 위로 얇은 유막이 진다. 25년 동안 이 메마른 행정 바카라상과 거친 돌봄의 바닥을 지키며 수천 번 스스로에게 던졌던 실존적 물음이 다시 목덜미를 잡는다.
우리는 사람을 돌보기 위해 서류를 작성하는가, 아니면 서류를 채워 넣기 위해 사람을 만나고 있는가.
소명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발을 디뎠던 청년의 순수했던 심장박동은 간데없고, 관료주의의 차가운 데이터와 감사 서식 사이에 갇혀버린 현장은 매일 퇴근 무렵이 되면 타는 냄새를 풍긴다. 시스템은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지만, 정작 그 안에서 가장 연약한 인간은 단 1초도 숨을 쉬지 못하고 있었다.
수년 전, 한 공중파 다큐멘터리 인터뷰를 통해 세상에 전해졌던 어느 아버지의 사연은 현장의 모든 복지사들의 숨을 멎게 했다.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아 생체 시계의 초침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가 있었다. 그에게는 160kg에 달하는 거구의 성인 중증 자폐성 발달장애인 아들이 있었다. 자신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차가운 길바닥에 홀로 남겨질 자식을 위해, 아버지는 통증으로 부서져 가는 몸을 이끌고 전국의 장애인 거주시설과 보호시설 1,000곳의 문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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