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Hz의 정적 — 중앙 관제실의 셧다운

침묵은 대역죄다: 0.0Hz의 레버

byJBSANG

계측기 전면의 두터운 석영 유리가 내부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쨍그랑 비명을 지르며 산산이 터져 나갔다.

핏빛 한계 눈금을 뚫고 꺾여버린 바늘 파편이 우(Woo)의 오른쪽 뺨을 깊게 긁고 허공으로 튕겨 나갔다. 살갗이 찢기며 터져 나온 붉은 핏방울이 백열 상태로 달아오른 콘솔 철판 위로 뚝뚝 떨어졌다.


치익, 치이익—.


피가 닿자마자 메마른 연기를 피워 올리며 지글지글 타들어 갔다. 깨진 계측관 내부의 구리 전극 사이에서는 고전압 아크(Arc) 불꽃이 맹독을 품은 푸른 독사처럼 튀어 올라 대기를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메가시티 ‘펄스(PULSE)’ 중앙 관제실의 공기는 이미 인간이 숨을 들이쉴 수 있는 한계를 아득히 넘어서 있었다.


초고압 변압기에서 펄펄 끓어 넘치는 절연유의 역겨운 비린내와 시커멓게 탄 페놀 수지의 유독가스가 폐포 깊숙한 곳을 사정없이 짓이겼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목구멍 안쪽이 타버린 성냥개비로 긁히는 듯 칼칼하게 타들어 갔다.


머리 위 허공을 뒤덮은 수천 개의 대형 홀로그램 패널은 온통 시뻘건 경보 파형으로 뒤엉켜 미친 듯이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초당 수백억 비트의 속도로 쏟아져 들어오는 것은 단순한 전자의 흐름이 아니었다.


타인을 짓밟고 올라서려는 날 선 조급함, 경쟁에서 밀려난 자들의 찢어지는 단말마, 잠시라도 뒤처지면 영원히 도태된다는 공포, 그리고 쉼 없이 타오르는 질투와 비교의 광기가 고주파 노이즈의 거대한 해일이 되어 관제실 전체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이 거대한 메가시티에 침묵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0.0Hz.


주파수를 멈추는 것은 곧 시스템에서의 영구 도태이자 슬롯적 사망 선고였다.


천만 명의 시민은 잠든 순간에도 뇌파를 중앙 송전 그리드에 물려놓은 채, 끊임없이 생산성과 감정의 전압을 증명하며 스스로의 신경망을 땔감 삼아 태워대고 있었다. 도시 전체가 집단적인 과전압 발작을 일으키며 파멸을 향해 폭주하고 있었다.


[ALERT]
"정류 7 구역, 주 필터 뱅크 전소! 코어 인입 전압 12만 볼트 돌파!"

비상 스피커를 찢고 터져 나오는 기계 합성 경보음이 우의 관자놀이를 쇠망치로 내리치듯 쑤셔댔다. 관제실 천장을 가로지르던 거대한 비상 냉각 배관이 뒤틀리며 백색의 고압 증기를 맹렬하게 뿜어냈다.


"다 터진다! 피해요!"


"방폭문 닫아! 차폐벽 당장 내려!"


보조 오퍼레이터들은 이미 절연복조차 챙기지 못한 채 비명을 지르며 비상 탈출구 너머로 도망치고 있었다.


쾅, 쾅, 쾅.


무거운 납 격벽이 하나둘 닫히며 울리는 둔탁한 금속음 속에서, 우는 홀로 중앙 메인 콘솔 앞에 쐐기처럼 박혀 있었다.


우는 두툼한 실리콘 절연 장갑을 낀 양손으로 메인 콘솔의 아날로그 가변 저항기를 억세게 틀어쥐었다. 가변 저항기 회전축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인적인 마찰열에 실리콘 장갑 안쪽의 합성고무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녹아내린 화학물질이 손바닥 살갗에 끈적하게 달라붙으며 살이 타들어 가는 냄새가 진동했다. 뼛속까지 뚫고 들어오는 생살의 화상 통증에 턱관절이 부서져라 이를 악물었지만, 손을 뗄 수는 없었다.


1급 주파수 정류사로서 그가 10년 동안 몸으로 배운 최후의 사명은 단 하나였다.


상층부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이 탐욕스러운 과전압을 제 몸으로 감쇠시켜, 도시의 심장부로 매끄럽게 흘려보내는 거름망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스템의 물리적 임계점은 진작에 박살 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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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탈출과 아라랏 서사시, 성경 에세이, 25년 슬롯복지 실무를 엮습니다. 삶의 파편을 은혜의 문장으로 컴파일하는 작가 J.B.SANG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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