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I...에? 이 아이, 말입니까

by홍길동

막장소설 2


병구는 시장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그녀를 본다. 얼마 전에 가족이 된 엄마라는 여자다. 병구 아비의 말로는 작부라고 한다. 병구는 작부라는 것이 술먹는 걸 직업으로 하는 여성이란것을 전혀 몰랐다. 또한 그녀가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 아무도 모른다는 것은 기억상실인지 과거 세탁인지 그 누구도 모를 일이다. 본인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인 역시 본인의 거짓말에 세뇌되어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모르는 그런 상황일 것이다.

그 여자의 몸에서는 막걸리 냄새가 무진장 풍겨왔다. 언뜻 보니 목덜미에 희멀건 자국이 남아 있었다. 설마 그 비싼 우유는 아닐 테고... 얼마나 막걸리를 퍼마시고 길바닥에 실신해 있는 걸까. 그것도 대낮에 말이다. 물론 점심때 소나기가 한바탕 휘몰아쳐 뜨거운 여름날을 조금은 식혀줬다만, 다시 작렬하는 더위에 아마도 그녀는 실신한 것일 테다.

병구는 여자를 일으켜 세우려 한다. 뭘 자셨는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자세히 보니 뚱뚱하다. 병구는 흠칫 놀란다. 설마 여자가 하루사이에 이리 거대하게 변할 리는 없을 거고... 자세히 여자의 면을 살피니, 뒷방 사는 순대국집 아줌마다. 순간 병구는 '왜 내가 이 아줌마를 그 여자와 헷갈려했는지' 잠깐이지만 의구심에 사로잡힌다. 왜 나는 여자를 헷갈렸을까... 같은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몸뻬 바지라 그런 건가 하는데, 갑자기 뒤에서 뻑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병구의 뒤통수를 때린다. 뒤돌아보니 동네의 탕아, 동갑내기 만수다. 같은 국민학교 2학년이라고는 상상이 안 될 정도로 비대한 녀석이다. 병구는 늘 만수의 놀이감이 되어 시달림을 받은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만수의 집은 푸줏간을 하는데, 그곳에 들어간 생물들은 살아서 돌아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심지어 파리같은 벌레도 말이다. 뭐 그렇다고 도살장은 아니지만, 가끔 개들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한밤의 정적을 뚫을 때는 동네 개들이 한밤중에 서로 묵념이라도 하듯 하늘을 보고 하울링을 해대곤 했다. 만수의 아비는 늘 고물 자전거를 탓다. 안장 뒤에는 큼직한 철제 망이 달린 녹슨 개우리 같은 것이 달려있고, 늘 똥개들이 몇 마리씩 들어 있었다. 가끔은 누렁이가, 검둥이가 때로는 얼룩이가, 어떨 때는 똥개 강아지 열 마리 정도가 포개져서 그 푸줏간으로 입성 후, 사라져 갔다.

......


지그시 눈을 뜨는 병구, 이제 환갑을 넘은 노인이 되어 있다. 두꺼운 뿔테안경에 어울리지 않는 신사모를 머리에 걸치고, 한 손에는 '에이아이 초혁명'이라는 바카라을 꺼내 카페에서 읽고 있는 중이다.

"AI란게... 아이가 아니었군..."

혼잣말을 해대며 담배를 뻐끔뻐끔... 연실 빨아대며...

카페 안 한구석에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치장되어 있는데 캐롤이 전혀 안 들려오는 것을 봐서는 성탄이 한참 지난 1월로 보인다. 메뉴판에는 일본어로 된 커피 메뉴가 적혀 있다. 창밖을 응시하는 병구, 회색빛 겨울 하늘 아래로는 진눈깨비가 날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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