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부부의 찰떡쿵
얼마 전 지인에게 받은 베고니아.
빨간 꽃이 강렬하게 나의 시선을 붙잡는다.
멀리서 봐도 기분 좋다.
기분 탓일까~
조금 더 화사하게 핀 모습을 기대했는데 전날보다 조금 빈약해 보였다.
꽃 가까이 베란다로 향했다.
역시 나의 눈썰미는 약해지지 않았다는 걸 확인했다.
봉숭아 새싹이 나온 화분에 붉은 꽃잎이 쌓여 있다.
잘못 본 거라고 눈을 의심하고 싶을 지경이다.
당연히 내편을 콕 집어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할 사람은 내편 밖에 없다고.
우리 집에 내편과 나 두 사람만 사는데
밤에 고양이가 8층까지 뛰어오를 것도 아니고.
베란다 건조대에 매일매일 겉옷을 말리는 내편이라고 확신했다.
분명 옷을 걸다 떨어뜨렸다고.
마음이 안 좋았다.
꽃이 아파하는 것 같아 슬펐다.
아무 말도 안 하고 탁구장에 가버린 내편도 미웠다.
당장 코앞에 있었다면 다다다다 잔소리 핵폭탄을 던졌을 텐데...
시간이 흐르지 '그럴 수 있지' 마음 정리가 되었다.
현관 비번을 누르고 들어온 내편.
"여보, 당신 나한테 용서 구할 일 없어?"
"또 왜요? 난 잘못한 거 하나도 없는디."
"진짜 없어?"
"아이구~ 당신이 그렇게 말하면 무서워요."
"그럼 뭘 잘못했는지 말하면 되지."
"뭘 잘못했는데요?"
"그건 당신이 알지. 어서 용서 구하슈~"
"그게 뭔데요~"
"끝까지 오리발이네. 앞으롯~ 당신 겉옷 당신 방에서 걸어. 베란다에 말리지 말고."
"아구~ 그거 걸다가 옷이 뚝 떨어져서 꽃이 다 떨어졌어요. 미안해요."
"그러니까 왜 맨날 베란다에 옷을 거냐구~"
"알았어요. 방에다 걸게요."
이미 여러 번 말했어도
베란다 건조대에 겉옷 걸어두는 습관은 변하지 않는 내편.
말할 때는 알았다고 해도 왜 그리 잊고 또 걸어 두는지.
말로는 안되겠다.
보이는 즉시 옷을 걷어 내편 방으로 밀어 넣어야겠다.
다짐을 하건만 실행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