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선택

by키스톤

중간고사 기간, 우리 집의 서로 다른 풍경


2학기 중간고사 기간.

고등학생 두 명이 있는 우리 집 풍경은 사뭇 다르다.


중간고사는 대충 봐도 된다며 느슨하게 지내는 큰아이.

학원과 스터디카페를 오가며 동분서주하는 둘째.


물론 큰아이가 고3이니 중간고사보다 수능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건 안다.

하지만 세상일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아이가 조금은 다른 태도를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반면 둘째는 불안하다.

형을 보고 자란 아이는 어느 정도 성적을 받아야

자기가 원하는 대학, 우리가 기대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고 알고 있으니까.

"괜찮아. 다음에 잘 보면 되지."

그렇게 말해도 소용이 없다.

그동안 쌓여 있는 말들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 듯하다.


어떤 일을 할 때마다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그 선택은 나의 기준에서 우선순위가 정해진다.

그런데 그 기준이라는 것이, 내 경험과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가 뒤섞여 만들어진 걱정에 가깝다.


그러다 보니 내가 보는 것과 아이가 보는 것이 다르다.

각자 다른 곳을 바라보면서 같은 목표를 향하다 보니

자꾸 부딪힌다.


내 마음속에서는 수많은 감정과 생각이 삐죽삐죽 고개를 쳐든다.


'그래, 네 인생이니까.'

방관하라고 속삭이기도 하고,

'무슨 소리야! 지금 저런 자세는 아니지.'

내 생각을 강요하라고 속삭이기도 한다.


결국 나는 방관을 택했다.

'그래, 이 시간에 게임하는 것보다는 낫지.' 하면서.

어쩌면 이솝 우화 속 여우가 신 포도라며 돌아서듯,

나를 합리화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매 순간의 선택이 좋은 방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다른 선택의 결과는 알 수 없기에 우리는 불안과 함께 선택하고,

때론 그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합리화를 끌어당겨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저 각자의 선택을 안고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중간고사가 끝났다.

각자의 선택으로 서로 다른 결과를 받은 아이들.

같은 집에서 같은 시험을 치른 아이들인데 받아들이는 모습은 다르다.


열심히 했다고 여겼지만 만족스러운 점수를 받지 못한 둘째는

정시로 갈 테니 말리지 말라고 한다.

큰아이는 평소랑 비슷한 점수를 받고 괜찮다며 만족해한다.

시험 기간을 여유롭게 보낸 덕인지 얼굴이 한결 편안하다.


두 아이의 선택 앞에서 내가 강요한 것은 없다.

내가 강요한들 듣지 않았을 녀석들이니까.

아이들의 선택을 오롯이 받아들이기로 한 것 또한 나의 선택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말할 수 없다.

지금은 하나의 과정이고,

우리는 그 속에서 각자의 선택이 가져온 결과를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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