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를 고백하다
길을 걷는 중이었어.
누군가 뒤에서 나를 불렀어. 하지만, 돌아보지 않았어.
거기에는 후회, 실망, 혐오 같은 것들만 남아있었으니까.
그런데 종착지에 도착하기 불과 몇 분 전에 나는 뒤를 돌아봤어.
왜냐하면 종착지에는 아무것도 없었거든. 뒤를 돌아보자마자 그것들이 날 덮쳐.
아.
다시 그 텅 빈 곳으로 가는 중이야. 강제로 이끌려서.
눈을 뜨고 정신이 차린 곳은 구렁텅이였어.
빠져나가는 방법이라는 건 그저 타인의 도움밖에 없었어.
그래서 요청했어.
나 좀 살려달라고, 구해달라고. 실제로 구하려고 온 이들이 있었어.
그러나, 그들은 구렁텅이에 빠진 나 때문에 힘들어했지.
그러더니 구조를 포기하고 뒤를 돌면서 욕을 뱉었어.
나를 버리고 간 사람들이 처음에는 너무 싫었어.
우리가 함께 보냈던 세월, 친근감의 깊이가 배신으로 돌아왔으니까.
그런데 신기하게 한 명이 두 명이 되고 두 명이 세 명이 되면서 점점 늘어났어.
이제 알겠더라고 그들이 아니라 내가 문제였다는 걸.
아무 대가 없이 영원히 내 곁에 있는 사람은 없다는 걸.
구렁텅이는 점점 더 깊어만 가.
소리를 지르면 이제는 밖에 닿지 않아.
점점 울리기만 하면서 혼자임을 각인시키지.
여기는 죽을 수도 살 수도 없는 공간이야.
갇혀있는 건 나뿐만이야.
대답도 들리지 않아.
어쩌면 대답조차 안 할 수도 있겠지.
그래.
맞아.
이곳은 내 마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