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의 즐거움

by이상


예전엔 쉬는 것이 좋았다.


지금도 휴일이면 좋고, 휴일 전날은 아침부터의 출근 부담이 없어 편한 마음으로 푹 자고,

먹고 자면서 쉴 수 있어 좋지만, 이전과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


이번 연휴는 5/1 금부터 2, 3 토일

그리고 5/4 (월) 휴가를 쓰면,

징검다리 휴일을 full 5일 휴일로 만들 수 있었다.


내 경우엔 4/30 목 저녁부터 휴가라는 생각이고,

5/5 (화)까지 쉬고 나면 5/6 수 ~ 8 금까지 3일만 일하면 되니 더 부담 없고,

며칠 빠짝 일하고 5/9, 10 토일 쉰 다음,

본격적으로 일하는 건 5/11 월요일부터라고 생각했었다.


외국계를 다니면서는 바쁜 일이 있어도 갑자기 2주씩 쉬는 manager 친구를 보면서,

아예 5/1 ~ 10까지 열흘간 쉰다는 생각을 갖기도 했다.


그러면서 4월 말부터 이 열흘간의 휴일을 어떻게 쉴까 계획도 세우며 설레고,

누굴 만날까, 어딜 갈까

그냥 하루는 사우나 갔다가 콩나물 국밥 때리고, 마사지나 받을까.

남들 일하는 평일엔 은행이나 증권사 그리고 병원 갈 일 있으면 가볼까.

이런 저런 궁리를 하며 좋아하곤 했다.


여행 특히, 해외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몇 달 전부터 싸게 비행기 표 예약을 해 놓고,

호텔 검색부터 route까지 짜고 오늘만을 기다렸다며 사는 모습을 보곤 한다.


그렇게 며칠 전부터 날짜를 적어가며 뭘 할까 쉴 계획까지 짜던 나였는데,

지금은 5월 1일부터 토일 계속 사무실에 나와서 해야 할 일을 하고,

5/4 월요일은 직원들 다 휴가 보내고 혼자 일을 했다.

5/5 어린이날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또 사무실에 나와 있다.


일이 많아서 이기도 하지만,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혹은 지금이 좋은 기회라 생각해서 그런지

별 생각 없이 사무실에 나와서 일을 하고 있다.


징검다리 휴일인 5/4 월요일은 권장 연차라 직원들이 많이들 쉬었는데,

사람들이 없으니 더 집중이 잘 되기도 했다.

회의하자, 자문해 달라 여러 사람 찾아오고 전화 오고 일에 집중하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적당한 사람들이 있으니 덜 찾아오고 다소 여유롭게 일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그러고도 할 것들이 있어 야근을 하고 5/5에 이렇게 사무실에 나와서 일을 하고 있으려니 참.

특히, 작은 회사에는 할 일을 찾아서 하면 정말 끝이 없다.

제대로 할 줄 아는 사람이 적다 보니 다들 나를 찾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요즘 친구들은 이렇게 연휴 때 여행 등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4/30 부터 저녁에 비행기를 탄다고 회사에 캐리어를 끌고 온다.

한 친구는 근무일인데도 공항 가는 길이 막힐 것 같다느니, 공항에 사람이 많아서 줄이 길어 위험하니 한 시간만 일찍 나가도 되겠냐고 묻는다 ㅎㅎ


재미있는 세상.

남들 다 근무하고 있는데, 반차 같은 휴가를 쓴 것도 아니고,

여유 있게 비행기 시간을 잡았어야지 ㅎㅎㅎ

편하게 대해주면 이런 이상한 요구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회사의 게이트는 출퇴근 시간을 기록하고, 안 보는 것 같아도 필요할 때가 되면 그 기록을 다 꺼내어 보고 압박의 수단으로 삼는다.

사람들이 앞에서는 다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저 자식은 뭔데 다들 일하는데 반차도 안 내고 1시간 먼저 나가?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규정이나 형평성은 회사 생활 같은 단체 생활에선 지켜 주는 것이 맞다.


이런 들뜨고 놀 생각이고 칼퇴라고 표현하긴 그래서 워라밸이라고 말하는 친구들과는 달리,

난 일이 많아서도 그렇지만, 이렇게 일하고 정리해 나가는 것이 마음 편하다.

온라인 게임생활의 가치관이기 때문에 칼퇴나 워라밸이 목표인 친구들을 뭐라고 할 생각도 없고,

야근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다만, 스스로가 해내야 하는 적정량의 업무를 제때 끝내지 못했는데도 퇴근에만 목숨 걸고 일이 지연되면 피드백과 저 평가가 따른다.

회사는 그런 것들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평가와 승진, 교육의 기회 등 어떤 시점에 갈린다.


그럴 때 열심히 해야 할 일을 제때에 하지 않은 친구들이, 성실히 해서 기여를 많이 한 친구들에 대한 대우와 비교하며 차별을 말하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그렇게 불평불만이 쌓인 친구들은 오래 못 다니고 퇴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왜 본인이 그런 평가와 대우를 받았는지 잘 깨닫지 못한 채.


더욱이, 요즘은 경기 문제도 있고, 채용 시장에서 회사가 우위에 있기 때문에 나가는 사람을 잘 잡지 않는다. 대안이 많고 줄을 서 있기 때문이다. 대우가 좋고 안정적인 회사일수록 더 그렇다.


어쩌면 회사는 AI 변혁의 시대에 한 사람이 AI를 활용해서 두 사람 많게는 더 많은 사람을 대신하는 능력과 commitment를 가진 사람을 원하며, 불성실한 직원은 퇴직 위로금 없이, 자연 감소 시키며 인건비를 아낄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 친구는 직원들 다 휴가 보내고 혼자 일하고 있는 나를 보며,

좋은 leader라고 한다.

ㅎㅎ 글쎄.

회계 재무 쪽 조직은 banking day에는 다른 직원들이 다 쉬어도 은행이 일하기 때문에 같이 일하는 경우가 많고, 월말에 회계 마감 그리고 감사 시즌엔 감사 wrap up을 해야 해서 권장 휴가인데도 다들 나오라고 팀장이 말하는 경우가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야근이나 주말 수당이 없으니 직원들은 더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열정 Pay 라고들 말한다.

기본적으로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해야 할 일보다 더 많은 일을 시키면서 밤이나 주말에도 일을 시키려면 초과 수당을 주는 것이 상식적으로도, 법으로도 맞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원래 해야 할 일도, 남들보다 더 적은 일을 하면서 정시 퇴근에만 집착하며 다들 함께 하는 일의 일자를 맞추지 못하면서 그냥 퇴근해 버리는 직원을 회사는 어떻게 볼까.


원래보다 더 많은 일을 시키며 수당을 주지 않는 회사도,

원래해야 할 일을 제때 끝내지 못하고 무바카라임하게 퇴근해 버리는 직원도,

개인적으로는 각각 문제라고 본다.

우리 슬롯에는 돈 주는 만큼 일 시키는 회사와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제때에 잘 끝내는 직원들이 대다수라고 믿고 싶다.


몇 달 째 사람도 적고 일이 많아서 밤낮 없이, 주말이고 휴일이고 계속 일하면서도 나는 불행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쩌면 별 생각이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일이 많은데 사람이 없어서 일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회사에 말을 해놓고,

빠른 직원 충원을 얘기해 놓은 다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마치 중고등학교 시절 그냥 계속 공부하고,

대학 시절 공부하는 것이 일이었던 그때처럼,

그날이 무슨 날이던 특별한 일이 없으면 그냥 회사 가서 일하는 것이 마음 편한 요즘이다.

가끔은 날짜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벌써 올해의 반을 향해 가며,

얼마 전까지 추웠던 것 같은데 벌써 여름이 되는 것 같아 옷을 바꿔 입을 뿐이지만,

있는 곳은 늘 비슷하다.


어떤 사람들은 다 내려놓고 좀 쉬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시는데,

주말에도 출근 시간 맞춰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늦잠도 자고 가족들과 밥도 먹고 와서 일도 하고, 집안 일들도 챙기면서 소위 할 것 다 해가면서 하고 있으니 다행일 뿐이다.


그러면서 일도 하고 배울 기회도 생기고,

건강 관리한다고 산바카라이나 운동도 틈날 때마다 하고 있으니,

술 마실 시간이 없어 잘 안 마시기도 해서 몸은 또 건강하다.


이제 10대, 20대처럼 그렇게 하루 종일 무식하게 공부하고 밤 새며 일하지 않고,

쉴 땐 쉬기도 하고, 서서 일하면서 요령 있게 자기 관리하며 일하는 법도 배웠으니 말이다.


삶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했던가.

어떤 사람은 이 날씨 좋은 봄날 사무실에서 일하면 얼마나 불행하겠는가 라고 생각하겠지만,

정작 그러고 있는 나는 여유롭게 넓은 회의실 바카라상에 그동안 정리하지 못했던 서류들 깔아 놓고 정리해 가며 지난 일들도 봐가고, 내일부터 할 일도 미리미리 해 놓고 마음 편히 집으로 향한다.


집에 가서도 해외 지사나 partner들과 휴대폰으로 e-mail이나 teams 등을 확인하며 소통하기도 하지만, 묘하게도 그게 짜증 나지 않고 처리할 것이 있으면 바로 처리하고 연락할 것이 있으면 연락해서 정리하고 그러고 있다.


어떤 사람은 밤 중에 안 주무시냐고 그러는데, 깨어 있어서 본 것이고 바로 확인하고 정리할 수 있는 사안이어서 그렇게 연락하고 처리했을 뿐이다.


세상사 마음 먹기에 달린 것 아닌가 싶다.


더욱이, 어떤 문제로 머리가 아팠는데, 바로 조력자 친구를 만나 해결해 버리고 나니 마음도 편하다.

이래서 성실하게 잘 대응하고, 사람들도 잘 사귀어 놓아야 하는 것 같다.


여유도 있고 머리 식힐 겸 오랜만에 온라인카지노 글도 쓸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일해도 행복한 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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