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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환은 커피를 사겠다고 했다.
"강 대리 요즘 제일 바쁜 사람이라며. 십 분이면 돼요."
사옥 일 층 카페의 구석 자리. 그는 아메리카노를 두 모금 마시고 본론을 꺼냈다.
"준법 윤서린 대리하고 일 많이 하죠. 유능하지. 유능한데—"
그는 컵을 내려놓았다.
"강 대리, 파트너 리스크라는 말 알아요? 아무리 내가 깨끗해도 옆 사람 문제가 내 문제가 되는 거. 윤 대리, 곧 시끄러워질 거예요. 신원 관련해서. 자세한 건 인사 쪽 일이라 말 못 하지만, 강 대리는 미리 거리를 두는 게 좋을 거야. 요즘 올라가는 속도가 아깝잖아."
"신원이라니, 무슨 말씀이신지."
"곧 알게 돼요."
서재환은 웃으며 일어섰다.
"아, 그리고 부회장님이 강 대리 얘기 자주 하세요. 좋은 뜻으로. 줄은 여러 개 잡는 게 아니라 굵은 걸 잡는 거예요."
십 분짜리 커피의 용건은 두 가지였다. 협박의 예고와 영입의 암시. 이준은 식은 커피를 버리며 순서를 정했다. 영입은 무시한다. 예고는 앞지른다.
그날 저녁, 이준은 서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업무 채널이 아닌 개인 번호로, 처음으로.
—오늘 밤에 잠깐 볼 수 있습니까. 회사 밖에서요.
천변 산바카라로의 벤치는 비어 있었다. 시월의 밤바람이 물 냄새를 실어 왔다. 서린은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이준의 이야기를—서재환의 커피와 예고를—끝까지 들었다.
놀라지 않았다. 그것이 이준을 놀라게 했다.
"알고 있었어요."
"뭘요."
"그 사람이 언젠가 그 카드를 쓸 거라는 거."
서린은 물을 보며 말했다.
"강이준 씨. 나 원래 이름은 윤서린이 아니에요."
바람이 한 번 지나갔다.
"한서린이에요. 한승규의 딸. 열네 살 때까지는 그 이름으로 살았어요. 아버지가 잘리고, 횡령범 딸로 한 학기를 다니고, 엄마 성으로 바꿨어요. 개명 절차 다 밟았으니까 서류상 거짓말은 아니에요. 그런데 거짓말이 아니라는 게 숨긴 게 아니라는 뜻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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