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들이고, 나는 다시 나아간다

by도로미

헤아리기도 귀찮은 봄은

어느새 여름의 입구에 닿아 있었다.

마라톤 선수처럼 빠르게 달려가는 계절을 놓치기 싫어

나는 꽃집으로 향했다.


화려한 꽃들 사이에서 나는 잠시 멈춰 섰다.

향기에 취하고, 자태에 마음을 빼앗긴 채 한참을 서 있었다.


한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마음은 이미 먼저 도착해 있었다.

비어 있는 화분에 너를 심고, 그 자리를 채우는 장면을 그리면서

나는 조금 서둘렀다.


휙휙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 사이로

오늘의 길은 이상하게도

나를 반겨주는 것 같았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가방을 내려놓고

빈 화분들을 모았다.

상자 속에 담긴 너희를 하나씩 꺼내며 흙을 채워 넣는다.


손에 흙이 묻고 주변이 어질러져도 괜찮았다.

채워지는 것은 화분만이 아니었다.


“내 집에 온 걸 환영해.”


삭막하고 딱딱하게 느껴졌던 베란다가

어느새 가장 따뜻한 공간이 되어 있었다.

그 안에서 나도 함께 바뀌고 있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

어제의 무게가 남아 있더라도 오늘의 작은 장면 하나로

나는 다시 움직일 수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이미 내 손에 들어온 이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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