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단상

우리 가족의 일요일

by황생쥐

사진을 잘 못 찍어요... 저 그릇은 저희 식구 라면 전용 그릇입니다. 들고 먹기 편해요. ^^


과거와 현재를 솔직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주시는 Anima 작가님으로부터 '라면 단상'의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친해졌다는 의미?ㅋㅋ 암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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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4학년 때 친구 이야기를 일기에 쓴 적이 있다. 3학년까지는 다른 학교에 다녔는데, 그때 친구의 이야기를 썼다. 마지막 인사를 못 해서 아쉬웠고, 그 친구가 너무 그립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친구 집에서 먹었던 라면이 너무 맛있었다는 이야기였다. 평소 감정 표현을 안 하던 내가 그런 이야기를 써서인지 내 일기를 친구들 앞에서 읽게 하셨다. 괜히 썼나 싶었다...


​아직도 그때 먹었던 라면이 가장 맛있는 라면이다. 안성탕면을 먹었는데, 그때 이후로 무슨 짓을 해도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아마 이런 게 추억의 맛인가 싶다. 그때 너무 맛있었던 탓인지 안성탕면을 잘 먹지는 않는다.


그리운 추억은 아니지만, ​군에 있을 때 라면을 진짜 좋아하던 선임이 있었다. 새벽에 일어나 먹기도 하고, 근무에 나갈 때면 수통에 온수를 받아 근무지에서 몰래 먹기도 했다. 그리고 정말 거짓말 같겠지만 카페를 인수받은 2013년에 매장에서 컵라면을 먹던 손님이 있었다. 나도 라면을 좋아하지만 저렇게까지 먹어야 하나 싶기도 했다.


​결혼 전 내게 라면은 집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가난해서가 아니라 엄마는 건강을 엄청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나에게도 라면이 허락된 날이 있었다. 바로 생일날이었다. 엄마 말로는 생일날은 면을 먹어야 오래 산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런 말을 하는 엄마에게 "그런 말 하면 하느님한테 혼나. 화나셨어"라고 장난스레 말하곤 했다. (엄마는 교회를 다니신다.) 물론 그마저도 나중엔 쌀국수로 바뀌었지만.


​결혼을 한 지금은 프리하게 먹을 수 있다. 건강을 생각하면 조금 줄여야 하긴 하지만, 일요일 아침은 대부분 라면을 먹을 때가 많고 보통은 내가 끓이는 경우가 많다. 보통 집에 항상 라면이 있지만, 가끔 떨어졌을 때는 집 앞 편의점(GS25)을 이용하는데 오모리 김치찌개 라면을 자주 산다. 맛있기도 하고, 왠지 편의점 전용 제품이 아니면 돈이 아깝다. 이게 더 비싸긴 하지만ㅋ


​오늘은 진라면 순한 맛이다. 원래 매운맛을 먹지만 10살 아이와 같이 먹기 위해 이것을 선택했다. 총 끓일 양은 5개. 내가 보통 3~4개를 먹기에 이 정도는 끓여야 한다. 마음먹으면 5개도 가능할 것 같긴 하다. 요새는 잘 먹는 사람들이 많아 내가 많이 먹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 나를 보고 딸은 돼지라고 놀린다.


​냄비에 물을 넣고, 스프를 바로 넣는다. 딴 이유는 없고, 이러면 빨리 끓는다고 해서 빨리 먹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물이 끓으면 면을 충분히 담갔다 뺐다를 몇 번 해준 뒤, 냉장고에서 계란을 두 개 꺼내 톡톡 깬 다음 넣어준다. 계란 넣을 때 풍덩하는 느낌이 좋다. 그리고 불을 끈 뒤 뚜껑을 덮어준다. 이유는 이렇게 했을 때 계란 반숙을 성공한 적이 있기 때문이지, 이게 맞는 방법인지는 모른다.


​식탁에 그릇과 젓가락, 그리고 물을 세팅한다. 그다음에 라면을 가져와 계란을 찾아 먼저 건져낸다. 아내가 반숙을 좋아해서 빨리 건져내는 것이다. 빨리 건져야 완숙이 되지 않으니까. 아내 그릇에 계란 두 개를 담아준다. 두 개를 넣는 이유도 별것 없다. 한 개는 아쉬워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딸이 묻는다.
"아빠 거는? 엄마 두 개잖아?"
"응, 아빠는 면만 먹을 거야. 나도 먹을 거면 4개 넣었지. ㅋ"


​라면 먹을 때 김치를 잘 먹지 않는다. 조금 짜서. 대신 치킨무나 오이피클 같은 걸 먹는다. 다행히 며칠 전 엄마가 오이피클을 가져다주셨다. 이제 부지런히 먹으면 된다. 순한 맛 생각보다 괜찮다. 두 여자는 떠나고 나 혼자 마무리를 한다. 배가 조금 찬 것 같다.


​이제는 디저트 타임이다. 명색이 카페 하는 사람이니 카페인 충전을 위해 더위사냥 1개, 과일 섭취를 위해 메로나 1개를 꺼내 온다. 어차피 두 개 먹을 거라 한 번에 꺼내 와서 먹는다. 그 모습을 보고 딸은 또 먹냐고 타박한다. 두 개 꺼내면 녹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전에 다 먹는다.


​먹었으니 이제 좀 움직여야 한다. 라면 끓일 때 세탁기를 돌렸으니 설거지와 거실 청소기를 돌리면 딱 시간이 맞는다. (세탁 완료) 여기까지 해서 일요일 라면이 마무리가 된다.


제 다음으로 바통을 받으실 분은 바로 '희도 작가님'입니다. 누구신지 잘 모르지만 좋은 분 같습니다.ㅋㅋ '하얀 나비 작가님'과 친분(?)이 있으시니 좋은 분 같습니다. 급히 글을 봤는데 많이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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