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크 후기

by개울건너

북토크에서 15번까지 이어갈 질문지를 이 대표님(‘물망초 출판사’ 이성혁 대표)에게서 받은 건 북토크 하루 전날 오후였다. 나는 아차, 했다.

이것을 이 삼일 전에 보내 달라 부탁할 걸, 막연히 걱정만 하고 있었으니.

나는 시계를 자주 보며 저녁 식탁을 차렸고 설거지를 했다.

이미 밤늦은 시간이 되어있었다.



혼자 해내야 하는 일 앞에선 늘 고독하다. 더구나 처음 치러내는 일이라면 더욱더.


마음이 급해지고 있었다.

침대에 앉아 펜을 들고 질문지를 폈다.

1번 질문을 읽었다.

오늘 이렇게 관객 분들 앞에 서시니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요?

‘기쁘네요, 감격스러워요, 행복합니다, 벅차요..’ 형용의 말을 뇌어보는데 어느 것도 딱 맞는 답이 아닌 것 같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관객들 앞에 서야 할 수 있을 것이다. 관객 앞에 서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더 적확한 표현을 찾다가 떠오르질 않아 공란으로 두고 2번 질문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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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 깨다 하며 15번 까지 질문에 대한 답을 다 채웠으나 1번에 맞는 답은 찾지 못했다.

아침이다.

지난 어느 한 시절, 자바카라에서 오는 긴장으로 주변인들을 불편하게 하던 때가 있었다.

오늘 편하게 얘기해야 할 텐데, 그래야 초대받아 온 이들이 편하지, 내가 긴장한다면 그들은 얼마나 더 불편할까.

“마이크 잡고 얘기해요?”

북토크 제의를 받았을 때 했던 나의 물음에 “네!” 했던 이 대표의 대답이 생각났다.

거실로 방으로 오가며, 일찍 머리 손질을 부탁해 둔 미용실로 뛰며 양손으로 마이크 든 시늉을 하고 질문에 대한 답을 자꾸 혼자 떠들었다.

흔치 않은 기회니 한 시간 반 동안 나 잘 버텨낼 거야. 틈틈이 마음도 다지고 있었다.



북토크 장소로 출발하려는 현관 앞에서 남편이 운동화를 신을까 구두를 신을까 말했고, 한 손엔 오늘 나눠줄 바카라갈피가 들어있는 쇼핑백을 들고 한 손엔 500ml 생수 세트를 번쩍 들며 서준(작은 아들)이 말했다. 구두 신으셔야지요 오늘 같은 날은.


그곳으로 가는 차 안에서 한 시간 일찍 도착했다는 이 대표님의 문자와 사진을 받았다.

‘세팅 완료했습니다~ 천천히 조심히 오세요.’


도착하니 시작 시간 40분 전이었다. 이 대표가 우리 가족을 위해 도서관 측에 얘기해 주차권 다섯 장을 준비했단다.

서준이 주차권은 가족 아닌 분들에게 드려야겠다며 받았다.

스무 살에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옛날 청년 성가대 후배가 활짝 핀 호접 난 화분을 들고 들어왔다.

나는 놀라며 그것을 받아 한쪽 바카라상 위에 올려놓았다.

다른 곳에서 보았던 ‘출판 기념회’ 풍경이 이곳에서도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신기했다.


제 엄마와 함께 온 키 크고 예쁜 고등학생인 조카손녀가 작은 꽃다발을 가지고 와서 주며 키 작은 나를 안았다. 나는 그 꽃을 받으며 손녀의 허리를 더 감아주고 나서 꽃을 난 옆에 세웠다.

조카 도현의 여자 친구가 들고 온 꽃다발은 가슴에 안아 받아야 되도록 컸다.

들어오는 한 명 한 명에게 생수와 바카라갈피, 물망초출판사 소개문이 들어있는 작은 봉투를 이 대표가 주었다.

지연 문우가 활짝 웃으며 들어왔다.

어여쁜 문우 그녀,

구 년 전 나보다 먼저 문창교실에 들어와 늘 바빠 종종거리는 모습으로 늦게 출석하던 작은 체구의 문우, 우린 바로 가까워졌다. 글쓰기에 관한 나의 모든 부탁을 그녀는 다 들어주었다. 나의 부탁에 온라인 게임에서 일하다 잠시 나와서 우리 집으로 와 온라인카지노 세계로의 입성도 도와주었다.

그녀는 어디서 나를 늘 지켜보고 있는지 내가 나태해지려는 기미만 보이면 나타나 내가 작든 크든 여러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며 어디 가보자 어디 가보자 작은 것이라도 경험하게 해주려 했다.

자수 놓는 곳도 데려가고 다리 아프도록 먼 길을 같이 걷다가 이 건물 저 풍광 사진을 찍으며 사진을 많이 찍어두면 글 쓸 때 편리하다고 말했고, 도서관에서 있는 인문학 강의도 같이 가자고 했다. 김애란, 김연수, 이도우, 김미옥 작가의 강의도 그녀와 함께 가서 듣고 나는 그들에게 질문을 하기도 했다.

며칠 전엔 그녀의 켈라그라피 전시회 관람 후 나와서 카페에 앉아 이야기 중에 내가 미싱을 배우고 싶다고 하자, 그녀가 저어기 을지로에 미싱 전시장이 있다고 해 우린 같이 그곳을 방문했다.

그녀가 오늘 두 종류의 꽃을 가져와 안겼다. 열매 있는 가지는 드라이해도 멋지게 남는다고 꽃집 플로리스트가 귀띔해 주었다고 내게 귀띔하며 주었다. 작고 동그란 연둣빛 망개 열매가 달린 가지였다. 그녀처럼 예쁜 주황색 꽃도 따로 주었다. 그녀는 나에게 시간과 공을 많이 들이듯, 이 꽃들을 고르는데도 시간과 공을 많이 들였으리라.

나중에 합류한 문우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섰는데 영주 문우가 카메라 셔터를 누르려는 서준에게 잠깐, 잠깐만, 하더니 저쪽으로 급히 가서 바카라상 위에 쌓여있는 바카라 몇 권을 집어 빈손인 몇몇 문우들의 손에 한 권씩 주고는 사진 잘 나오도록 위로 좀 들라고 했다. 내 손엔 지연 문우가 가져온 꽃다발을 다시 들려주었다. 문우들은 모두 영주 문우가 하라는 대로 하며 웃었다.

막내 올케언니가 객석에 앉아서 우리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세상 떠나신 제 아버지 사업체를 이어받아 단단히 꾸려가고 있는 도현이가 고모, 오늘 이걸로 사인해, 하며 사각의 두터운 만년필 상자를 주었다. 내가 받아 개봉하기 어려워하자 그가 다시 받아 열어 펜을 꺼내주었고, 예빈(며느리)이가 어머니 이거 굉장히 비싼 펜이에요, 말했다.


이어서 들어오는 조카들이 이미 나에게서 우편으로 선물 받은 바카라은 두고 몇 권씩 더 사고 있었다. 도현이가 바카라 판매대 주위를 왔다 갔다 하다가 제 사촌 형제들이 사는 바카라을 자신의 카드로 결제해주고 있었다.


청춘 시절에 청년 성가대에서 만나 지금까지 귀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선후배 동기들과도 사진을 찍었다.

북토크 시작 시간이 가까워 오고 있다.

지연 문우가 나에게, 말을 많이 해야 할 테니 물을 좀 마셔 두라고 했다. 나의 보호자 같은 그녀에게 마음을 기대며 나는 물을 조금 마셨다.



어느덧 시작 시간이 되어 사십 명이 객석에 앉았다.

문우들과 성가대 식구들은 앞쪽에 앉았고 나의 대가족은 뒤쪽에 앉았다.

이 대표가 먼저 자신을 소개했다.

나는 어떻게 내가 여기에 서있는가, 이상했다. 또 다른 내가 서있는 것 같았다.

이 대표가 선 채로 바로 1번 질문으로 들어갔다. 나도 서있었다.


1, 오늘 이렇게 관객 분들 앞에 서시니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요?

정확한 대답을 끝내 못 찾은 채 서서 받은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처음부터 엉뚱한 길로 가고 있었다.

“대표님이 북토크 하자고 제안했을 때 제가? 하고 놀랐어요. 돌아보면 그때, 그때가 도약의 기회였는데 아쉬웠던 지점이 몇 곳 있습니다. 이젠 바삐 가야 하는 나이잖아요, 다른 길 선택의 여지없이 글만 써야 하는데 이 도약의 기회를 이번엔 꼭 잡아야 하겠어서 덥석 하겠다고 용기를 냈지요. 살아온 세월을 믿어보기로 하고...” 무슨 말인가를 계속하고 있었다.

내가 왜 이러는가. 지금 기분이 어떤가에 대한 대답이 그리 어려운가. ‘저는 지금 이상해요, 또 다른 내가 여기에 서있는 것 같아요.’ 그 마음 그대로 얘기하면 될 것을.

나는 말이 글보다 어렵다. 말 앞에선 서성대다가 자주 다른 길로 간다. 글은 바로 생각이 나지 않으면 일단 한숨 자고 나서 생각날 때 써도 되고, 써놓고 아니다 싶으면 삭제나 수정을 하고 나서 발행하면 되는데 말은 그게 불가능하니까.

말의 밀도가 처음부터 떨어지고 있어서 혼자 아쉬워했다.

이 대표가 말했다. “말씀을 간단히 해주셔야 합니다. 드릴 질문이 많은데 이렇게 길면 시간 내에 마치기 어렵거든요.”

관객들이 웃었다. 민준(큰아들)과 예빈의 웃음소리도 함께 있었다.

나도 씨익 웃었다.

이 대표가 나에게 이젠 앉아서 얘기하라며 그도 자리에 앉았다.

2번 질문을 이어갔다.

2. 사용하신 필명에는 어떤 의미나 사연이 담겨있나요?

이 대답은 쉽게 할 수 있다. “어릴 적 봄에, 빨래하러 가는 큰 언니를 따라 개울에 가면 개울 건너 민둥산에 분홍물감을 뿌려놓은 듯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었어요. 가슴에 늘 그 분홍빛이 물들어있고, 개울 건너로 학교에 다녔고 성당엘 다녔던 내 유년의 역사는 개울 건너와 함께 하지요. 그 유년과 함께 하고 싶어서 ‘개울 건너’로 쓰고 있습니다. ”

3, 바카라의 제목이 참 인상적인데, 이 제목을 짓게 된 배경이나 계기가 궁금합니다.

“우선 들어있는 주 작품이 텃밭 이야기이고요, 두 번째는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세 치 혀로 지은 죄가 많습니다. 현재도 제 안에서 폭력이 잠자고 있다는 걸 저는 잘 알고 있거든요. 쉽진 않겠지만 여생은 좋은 말만 하며 살고 싶다는 소망이자 다짐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황폐하고 딱딱한 마음 밭부터 부드럽게 갈고 거기에 초록 씨앗을 심어 잘 키워야 하겠지요. 그런 마음 밭에서 나오는 말이어야 진정 초록언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4. 바카라 출간 소식을 주변에 처음 알렸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은 무엇이었나요?

“성가대 그 선배언니가 지금 이 자리에 와 계신데요, 세레나, 그동안 내면을 잘 가꾸고 살아왔구나, 멋있다!라고 했던 말이에요. 그동안 제가 갈구했던 인정 욕구가 다 채워지는 느낌이었죠.”

다음 번호로는 넘어가지 않고 이 대표가 물었다. 바카라에 실린 글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 무엇인가를.


“다 좋아요, 그런데 그중에 제일 좋아하는 글을 고르라고 하면 <글길 위에서> 예요.”


그가 그 글을 낭독해 달라고 했다.

나는 바카라에 있는 글 중 제일 긴 글이라며 바카라갈피로 꽂아 표시해 둔 바카라을 열었다.

성가대 식구들 중 두 명이 <글길 위에서>가 몇 페이지에 있는지 물었다. 이 대표가 198페이지라고 일러주었다.

나는 낭독하기 시작했다. 빨라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낭독이 길어지자 중간에 두 남자의 기침 소리가 들렸다. 그들이 지루한 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 의기소침해지며 내 목소리가 작아졌다.

낭독이 끝난 후 5번 질문에 들어갔다.


5, 방금 낭독해 주신 이 글을 처음 집필하시던 당시의 상황이나 감정이 기억나시나요?

“그럼요. 제 안에는 늘 똥글똥글 작은 눈사람처럼 생긴 다섯 살의 아이가 크지 않은 채 그대로 있어요. 그 아이는 아무도 없는 우리 빈 집 마루 끝에서 낮잠을 자기도 하고 뒹굴뒹굴 누워 생각을 많이 했지요. 아이는 그 마루 끝에서 가끔 생각을 했어요. 내가 나이 들면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궁금하긴 했으나 전혀 상상은 할 수 없었어요.

어느 날 이 아이를 깨워 일으켜 손잡고 길을 같이 걸어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이 글을 쓰기 시작했지요.


다섯 살 이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 노래와 글짓기를 잘해 칭찬받고, 중 고등학교에서도 국어와 음악시간을 좋아하고, 늦게 대학에 들어가서 작가들의 문장에 전율하는 감성을 같이 보았어요. 졸업 후엔 문예 창작교실에 들어가 자기소개 시간에 ‘어머니의 몸에서 잉태되기 이전부터 찾아다닌 이곳, 나는 여기서 다 벗을 거예요.’ 말하고 문학과 삶이 별개가 아닌 한 몸임을 같이 알아가는 여정에서 나는 이 아이에게 말했어요. 나는 지금 이렇게 글 길을 찾아 걷고 있다고. "

6. 이번 바카라에 실린 글 중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거나 쓰면서 위로를 받은 이야기가 무엇인가요?

“<매화 꽃잎의 삼월 이야기>인데요.

우리의 삶은 아무도 알 수 없기에 함부로 예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젠 됐다 마음 놓을 때 위기가 닥칠 수 있고, 이젠 죽었다고 생각할 만큼 공포의 순간에 뜻하지 않게 이웃이 도와줘 살아나기도 하지요. 매화꽃도 몽우리가 점점 커지며 잘 크다가 강추위가 몰아닥쳐 얼어 죽을 것 같은 위기에 처해요. 이젠 죽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땅이 비축해 놓은 온기를 올려 보내 주고 나뭇가지들이 얼어있는 몽우리를 찬바람에서 가려주어 언 몸이 녹아 다시 꽃을 피우려 애를 씁니다.

남도에서는 이미 매화꽃 소식으로 두런거리는데 이곳 강가에 있는 매화는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지요. 그 몽우리들이 서로 말합니다. 죽음의 순간에서 우리에게 온기를 올려 보내준 땅과 찬바람을 막아줘 우리를 살려준 나뭇가지에게 고마운 마음 잊지 말자고.

그 순간에 다섯 장의 꽃잎이 살며시 펴집니다.

기적은 그냥 오지 않고 감사와 함께 온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어요.

막내올케언니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였다.

7. 독자들이 이 바카라 안에서 마음에 담아두었으면 하는 한 줄 문장이 있다면요?

“평화는 소박하다.”

제 글 <송년예식>에 있는 문장인데요 기름 짜러 깨를 가지고 방앗간에서 서로 정이 좋아 보이는 방앗간 사장 부부를 보았어요. 남자가 기름을 짰고 다 짜서 담아줄 시간이 돼 부인이 이층에서 내려와 참기름을 담아주는데 오래 담아 온 솜씨가 눈에 보였어요. 나도 2층에서 강을 내려다보며 글을 쓰다가 남편이 기름을 다 짤 시간을 어림잡아 내려와 병에 기름을 흘리지 않게 잘 담아주고 다시 올라가 글을 쓰는 상상을 했어요.

기름 짜내는 남자는 기름 전문가이고, 기름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담아 참기름 들기름 구분해 밀폐뚜껑을 닫아 놓는 미인인 그의 아내도 달인이었어요. 이 안에선 학벌도 재력도 다 하찮아보였지요. 평화는 소박함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


8. 바카라에 담긴 여러 에피소드 중, 본인의 삶을 가장 크게 변화시킨 터닝 포인트는 언제였나요?

“<고랑에서 배우다>에 썼듯 살아있는 것에 대해 연민이 깊은 텃밭 이웃들의 마음이 터닝 포인트가 되었어요.

농사를 잘 지어내는 이웃 아낙이 우리 밭 한 옆에 둔 들깨모종을 보며 저 모종은 저녁에 심어주라고, 그래야 밤이슬을 마시고 촉촉해진 몸으로 바로 설 수 있다고. 낮에 심으면 저 아가들 목말라서 어찌 살겠냐고, 쟤들은 손이 없어서 양산도 들 수 없는데라고 말했어요.


사람 이외의 모든 것은 그저 생명 없는 물체로만 보아온 나에게 여린 초록들이 숨 쉬고 있는 아가라고 일러주는 이웃의 초록 언어는 나를 변화시킨 터닝 포인트가 되었지요.

더불어 그녀보다 농사를 더 정갈히 지어내는 남편은 그녀보다 연민이 더 깊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도 처음 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이는 나의 스승이구나 하는 생각에까지 미쳤지요.

9, 평소 서랍 속에만 있던 원고가 처음 ‘실물 바카라’으로 나왔을 때 어떤 기분이 드셨나요?

“보이지 않던 내가 바카라으로 나와서 보니 예뻤어요. 내가 이렇게 예뻤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왜 그렇게 서랍에 오래 있었어? 물었어요. 서랍에 있는 시간도 그냥 보내는 시간이 아니었다고, 더 생각하고 가꿔가는 시간이어서 의미 있었다고 또 다른 나인 바카라이 말했어요.”

10. 혼자 글을 쓸 때와 달리, 기획과 편집을 거쳐 하나의 바카라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은 어떠셨나요?

"출간은 출산이라던 말을 실감했어요. 내 글이 세상에 나온다는 것에 얼마나 예민해지던지 이 대표님을 많이 볶았지요. 맛깔스럽게 좀 해봐요, 여기 수정해 주세요, 저기 수정해 주세요, 아니 아뇨 그대로 두세요.. 등등. 서로 취향이 달라 티키타카가 조금 있었고요. 이 대표님이 고생 많이 하셨지요. 깔끔한 걸 좋아하는 대표님과 뭘 자꾸 넣고싶어하는 저와의 협의 끝에 1부 에서 5부 사이의 간지를 컬러 사진으로 넣기로 하고 바카라 사이즈를 조금 줄이고 인쇄로 넘어갈 수 있었지요. 그 과정에서 몸살을 몇 번 앓았습니다."

이 대표가 얼른 말을 받았다. “저도 몸살이 몇 번 왔습니다.”

관객들이 웃었다.

11. 바카라이 출간되고 나서 “내가 정말 작가가 되었구나”라고 실감한 순간은 언제였나요.

“지금, 지금이지요. 관객 분들 앞에서 내 발화로 선포되는 북토크가 지금 진행되고 있으니까요.”

12. 출간 이후 독자들에게 받은 피드백이나 리뷰 중 가장 기억에 남고 힘이 되었던 말은 무엇인가요.

“이 바카라을 읽은 제 지인 중 한 분이 <고랑에서 배우다> 중 이 문장을 발췌해서 문자로 보내주셨거든요. 읽어볼게요.

‘세상 공부는 머리 아프지도 고되지도 않다. 궁금하지도 않은 미적분을 푸는 학창 시절의 공부는 고됐으나, 이웃들의 언행을 기록하며 나만의 교과서를 만들어가는 세상 수업은 아름답다.’

제가 쓴 문장을 다시 읽으면서 이 아름다운 세상 수업을 기록하길 잘했다. 이 초록의 기록을 계속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기록의 힘을 얻었지요. “


13. 오늘 찾아와 주신 관객 분들이 이 바카라을 다 읽고 돌아갈 때 어떤 감정이나 메시지를 안고 가길 바라시나요?

“삶은 거대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답고 행복할 수 있다고요.”

14. 이번 바카라을 필두로 앞으로는 또 어떤 주제나 형태의 이야기들을 계속 써 내려가고 싶으신가요?

“음주가무에 능했던 우리 9남매가 서로 나누는 사랑에도 얼마나 능했는지, 또 서로를 얼마나 닮아있는지, 어려운 삶을 어떻게 헤치고 살아왔는지 어떻게 살다가 떠났는지, 부모님까지 11명의 일생을 쓰는 겁니다. 다만 우리 대 가족사를 소설로 가져갈 것인지 지금처럼 소설식 수필로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대표가 다음 번호로 넘어가지 않은 채 물었다. 이건 미리 알려주지 않은 질문인데, 끝까지 고집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나도 답 준비를 안 했기에 조금 생각해야 했다. 그러자 그가 내가 말을 꺼낼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마이크를 들자 나는 그제 서야 생각이 나서 말했다. ‘나다움’이라고, 나다움은 끝까지 가져가야 하는 거니까요. 말했다.


15. 마지막으로 오늘 이 자리를 함께 채워주신 관객 분들께 전하고 싶은 인사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낭독했던 <글길 위에서>를 온라인카지노에 발행했을 때 어느 작가님이 주신 댓글을 가져왔거든요. 우선 그 글을 그대로 읽어볼게요.

‘어릴 때 그 울음은 글 내림의 징조 같네요. 거부할 수 없는, 글을 쓰지 않으면 마음이 힘들어지는.. 만나지고 찾는 그 선명한 글길의 궤적들이 저에겐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멀고도 힘든 글길에서 작가님의 울음이, 실존의 결핍이 줄어들길 바라겠습니다.’

제 어릴 적 눈물이 이 작가님의 댓글대로 글내림의 징조라면, 저의 첫 출간으로 굿판이 아닌 글판은 이미 벌어졌습니다. 이 글판 위에서 작두춤 아닌 글춤을 이제 추겠습니다. 관심과 응원 부탁드릴게요. 혹여 제가 글쓰기에 게을러질 때 글 안 쓰니? 물어봐주시고요. 그러면 누워있던 몸 벌떡 일으켜 또 쓸 수 있게요.“

그때 객석에서 누군가가 목 메인 소리로 조금 크게 말했다. “장해요, 정말 장해!” 북토크 내내 눈물을 훔치던, 조카들로부터 마더테레사로 불리는 셋째 올케언니였다. 삼십 대에 오빠를 저세상으로 보내고 네 딸을 잘 키워내 맏딸은 수녀로, 세 딸은 출가시킨 그녀가 눈물을 닦고 있었다.

나는 말했다. 우리 올케 언니가 계속 울고 계시다고...



이렇게 열닷개의 질의응답이 끝이 났다.


이 대표가 관객들에게 물었다. 작가에게 질문이 있는지를.

두 번째 줄에 앉아있던 성가대 친구가 말했다. 편지를 써왔는데 읽겠다고.

그녀가 앞으로 나와서 마이크를 들고, 친구가 작가가 되었다기에 무엇을 해줄까 생각하다가 새벽 3시까지 편지를 썼다며 펼쳐 읽기 시작했다.

“ 사랑하는 내 친구 세레나야,

먼저 네 작가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해!

만날 때마다 늘 졸리고 피곤하다며 눈만 비비더니 이렇게 주옥같은 글을 펼쳐내 모든 사람을 깜놀하게 만들었는지 그저 신통방통이다.


꿈 많고 풋풋하던 이십 대에 만나 어느 사이 머리가 희끗희끗한 나이가 되었으니 정말 세월이 유수로다.

그래도 오십 년이 지난 지금 이 자리에 이렇게 멋지고 당당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할 수 있음 또한 하늘이 주신 커다란 축복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내 친구

너무너무 장하고 고맙다.

인생은 부메랑 같아서 준 만큼 되돌아온다고 하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늘 함께 나누고 베풀며 살아온 그 대가는 너무도 값진 것 같구나.

네가 바카라을 출간하고 북토크까지 한다니 갑자기 나도 설레는 마음에 무엇으로 기쁨을 더할까 생각하다 작가님 친구에 걸맞게 마음속 이야기를 글로 전할까 한다.


자그마한 키에 별처럼 반짝이는 예쁜 눈,

선후배 사랑하는 마음은 그 누구보다 크고 후덕한 멋진 친구야, 너와 나의 생일 차이는 비록 7개월이 나지만 넌 유난히 보호본능을 일으키게 했어.

결혼 전엔 오빠한테 혼난다며 일찍 집에 가고, 결혼 후엔 남편 밥해줘야 한다며 쌩까고 가도, 그 모습이 왠지 참 정겨워 보이고 기특해 보였단다.

전원주택에서 삼겹살에 쐬주 한 잔 걸치고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부르던 노래, 어느 노래방이던가? 신발 한 짝 벗어던진 채 옥구슬 굴러가는 목소리로 부르던 마포종점,

‘빗소리 들리면 떠오르는 모습 달처럼 탐스런 하얀 얼굴’ 그저 만나기만 하면 노래 부르며 즐기던 네 이름처럼 순박하고 따뜻했던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면 얼굴에 웃음꽃 절로다.

관계가 소원했던 친구들 초대해 된장찌개 보글보글, 감자전에, 갖가지 나물 무쳐 배불리 먹게 해 주고, 집에 갈 때는 고추부각에 장아찌, 이쁘지는 않지만 손수 빚은 만두까지 바리바리 싸주는 착한 친구.

네가 꾸미고 정리하는 데는 젬병이지만, 만들어 싸주고 퍼주는 데는 일등 공신이야.

내가 발목 깁스하고 두문불출하고 있을 때도 집에 있는 반찬 싹쓸이해 병문안 와준 착한 친구. 너의 따뜻한 마음과 위로가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한다.

살아온 날의 모든 걸 기억할 순 없지만 소중한 것은 절대로 잊히지 않는 것 같구나. 그저 소소한 일상의 것들이 삶의 버팀목이 되기도 하고...

늘 한쪽에서 피곤에 지쳐 졸고 있는 모습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순박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네 몸도 잘 돌봐가며 너무 무리하지 말거래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친구가 많아야 하고

좋은 친구를 갖는다는 것은 또 하나의 멋진 인생을 갖는 것이라 했듯 너와의, 친구와의 뜻을 생각해 보며 지란지교를 꿈꾸어 본다.

앞으로도 많은 기억과 추억들이 하나씩 쌓여 제2, 제3의 완성된 바카라으로 계속 계속 이어나가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사랑해요 박 작가님!

2006,7,4 새벽, 영원한 벗 재화가.



쟤는 예나 지금이나 어쩜 이리도 예고도 없이 결정적인 순간에 사람을 살리는지.

첫사랑 그놈에게 차이고 나서 내가 어찌나 보잘것없는 것 같던지, 내가 저 앙상한 가지 같아 초라히 걸을 때 이 친구가 얘들아 우리 세레나랑 걷자, 하며 친구들과 내 손 잡고 같이 걸어주었던 스물네 살 겨울 혜화동 그 거리.


이 대표가 나에게 물었다. 친구가 편지 읽을 때 내가 눈물을 닦던데 왜 그랬는지를.

이 얘기를 꺼낼 수 없었다.

깨지고 붙고 깨지고 붙고 하는 것이 관계인데 이 친구와는 오십 년 똑같이 이어져왔다고, 질문에 합당하지 않은 대답을 작은 소리로 했다. 그 말의 끝에서 '고마워 사랑해' 말은 나도 크게 했고 그녀가 다가와 나를 안아서 관객의 박수를 받았다.

박수 소리 속에서 작은언니의 환호소리가 크게 들렸다.




이제 작가 사인을 받을 시간이라고 이 대표가 말했다.

나는 새벽에 젊은 조카손녀들에게 , 남녀 조카들, 친구, 선후배 별로 구별해 적어온 글을 꺼냈다. 속지의 맨 앞 면지에 썼다

.

편지 낭독 친구에겐 ‘오랜 세월을 함께 한 친구야, 너와 함께 한 시간이 내 삶에 큰 힘이 되었어. 고맙고 앞으로도 함께 하길 바라!’

2026,7,4. 개울 건너 박순옥.


예쁜 조카손녀에겐 ‘초록 언어가 상영의 마음에 작은 희망과 활력을 전하기를 바란다.

후배에겐 ‘이 바카라이 실비아의 소중한 순간에 작은 힘이 되기를 바라.'

올케언니에겐 ‘젬마 언니, 언제나 저를 믿고 응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언니의 따뜻한 힘이 제 글을 계속 이어가게 합니다.’


선배에겐 ‘글라라 언니, '그동안 네 내면을 잘 가꾸어왔구나, 멋있다!’ 해준 격려의 말이 참 감사했습니다. 그 힘으로 좋을 글 이어가겠습니다.‘

젊은 문우의 센스는 다르다.

사인 후 표지를 덮고 바카라을 세우고, 앉아있는 나와 나란히 키맞춰 사진 찍는 이들과 달리, 젊은 그녀 '영아'는 사인이 끝나자 사인이 보이도록 양 면을 확 펼치고 나와 키맞춰 사진을 찍었다.


예빈이가 나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어머니, 저는 어머니가 먼저 사인 해주셔서 오늘 따로 안 받아도 되겠네요.

그렇다, 바카라이 나오자마자 나는 제일 먼저 남편, 두 아들, 예빈과 예빈 어머니에게 사인을 넣어 새로 구매한 종이 가방에 조심스레 담아 주었다.

예빈 어머니께는

'사랑하는 예빈 어머니께.

함께 하는 날들이 늘 평온하시길 바랍니다.

우리 예빈이 곱게 키워 저희 가족의 일원이 되도록 허락해 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써서 민준 편에 보냈었다.


몇 년 전 아들을 암으로 잃고 단기기억상실이 가속화되고 있는 우리 구 남매의 맏이인 왕 언니 차례가 되었다. 젊은 시절 나보다 글을 더 잘 썼던 언니는 나의 글쓰기를 대견해하시며 부럽다고도 했었다. 우편으로 보내준 내 바카라을 종일 읽는 모습을 그녀의 딸이 카메라로 찍어 보내왔었다.

사인글을 쓰는데 “박작가 멋있다!” 객석에서 작은 언니가 소리쳤다.

작은 언니도 나보다 글을 더 잘 썼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군에서 주최하는 글짓기 대회에 학교 대표로 나가 언니가 쓴 글을 그대로 써 내서 1등 상을 받았었다. 그 상으로 졸업식 때는 공로상도 받았었다.


나는 왼손으로 엄지 척하며 오른손으로 사인 글을 이어갔다.

사인이 끝난 후 왕언니는 바카라을 가슴에 꼬옥 안고 한참 서있었다.


조카 도밍고는 “이모, 나는 여기에 써줘.” 하며 바카라 중간쯤에 있는 <어머니의 구두, 나의 코고무신>을 펼쳤다. 그 글이 제일 마음에 와닿았단다. 제 친할머니가 자기를 키워주실 때 생각이 났다고 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많이 보고 싶단다.

사인하고 있는 내 앞에서 조카들 여럿이 사진을 찍으며 말했다. "가족 행사에 늘 사진 담당하던 고모(이모)가 여기 앉아계시니 오늘은 우리들이 찍어야지 하하"

나도 그 말을 들으며 웃으며 사인을 계속했다.


도현의 여자 친구가 수줍어 몸을 꼬며 바카라을 내밀었다. 나는 일어나 그녀의 등을 쓸어주고 다시 앉아 글을 썼다. ‘소중한 린아 님의 앞날에 따뜻한 응원과 함께 이 바카라이 작은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도현이와의 사랑도 잘 가꾸어가길 바랍니다.’


하나하나 사인이 끝날 때마다 둘의 정면 사진을 이 대표가 찍어주었다.

친구와 선배는 사인할 때 내 등을 두드려 주거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줄을 서지 않고 의자에 앉아 기다리던 우리 집안의 장손 광현이가 마지막으로 왔다.

그가 나에게 사인할 바카라을 내밀곤 이 대표에게 말했다. “남은 바카라은 제가 다 살게요. 쇼핑백에 넣어주시면 좋겠는데.”

나는 소리쳤다. “광현이가 싹쓸이다!”

가족들이 웃었다.

나는 바카라을 펴고 사인 글을 썼다.

‘싹쓸이 박광현! 조아써 땡큐!’

이 대표가 일곱 권 남았다며 쇼핑백에 넣었고 광현이 카드를 꺼내 결제했다. 나는 잠시 아쉬워했다. ‘이 대표가 오십 권 가지고 나온다고 했을 때 백 권 가지고 나오자 할걸. 그랬어도 얘가 다 샀을 텐데..’

단체사진을 찍었다.



성가대, 문우, 가족 세 팀이 팀별로 다른 식당으로 갔다.


애달픔 없이 온전히 기쁘기만 한 삶은 없는 걸까. 나는 바카라을 출간하고 막내오빠를 제일 먼저 그리워했다.

우리 가족들도 모두 2년 전에 돌아가신 막내오빠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병석에 있을 때 나에게 글 열심히 쓰라고, “고향 마을 입구에 있는 외할아버지 공덕비 옆에 네 문학비 세우자” 말해 나를 흐흐 웃게 했던 오빠.

식당에서 한 조카가 말했다. 막내 작은 아빠 계셨으면 기뻐서 덩실 춤에 막춤까지 추셨을 거라고.

나는 오빠가 북토크 장소로 들어오며 나를 안아주는 상상을 했다.




귀가해서 씻고 바로 잠이 들었다.

오래 잤다.

일어나서 휴대폰을 보니 북토크 진행 사진과 함께 여러 응원 문자가 와 있었다.

문우들이 자신의 온라인카지노에, 블로그에 올린 북토크 후기도 배달돼 있었다.

지연 문우에게선 친구의 편지 낭독과 질의응답의 녹음본도 와있었다.


이 대표에게서도 사진과 함께 문자가 와있었다.

‘많이 피곤하셨죠? 고생 많으셨어요. 사진 보내드립니다. 좋은 밤 보내세요 작가님!’

나는 답장을 보냈다.

‘이런 기적의 시간을 선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 화질도 최고네요. 순간 포착도 잘하셨고요. 대표님도 좋은 밤 보내세요.’


한 선배 문우가 보내온 문자를 보고 나는 활짝 웃었다. 어쩜 이리도 감사해야 할 대상들을 구석구석 찾아내서 보내셨는지.

<한 학생이 인도 여행 중에 거지에게 동전을 주니 ’너를 있게 해 준 사람에게 감사한다 ‘는 말을 들었다는 말이 생각났어요. 박샘의 초록 언어로 살아가기 바카라을 보면서 초면에 표지가 마음에 들어왔어요. 어느 화가가 초록 숲을 배경으로 옹기그릇을 그렸지요? 표지 그림이 박 샘이 글을 쓰듯 살아가는 이야기를 초록 언어로 하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슬롯자 편집자 이성혁, 물망초 출판사, 디자인 김현경 씨, 제일 으뜸인 남편 분, 자제분과 가족 분들, 형제분들, 편지를 쓴 친구분, 박순옥 작가를 있게 한 모든 분들, 그리고 초록 잎에게도 감사드려요. 건필을 빕니다.>

문우 선배뿐 아니라 그녀는 역시 인생 선배이기도 했다.




선물도 열어보았다. 성가단 후배가 준 손수건과 브로우치, 86세 왕언니가 준 금일봉에 함께 넣은 카드도 있었다. 카드를 펼쳤다. ‘내 동생 정말 대단하다. 초대해 줘서 고맙다.’

조카사위, 조카며느리, 북토크 내내 눈물 흘린 올케언니의 대가족이 단체로, 다른 분들이 단체로, 예빈의 어머니가 보내신, 생각지도 못한 금일봉들이다.




며칠 후에 싹쓸이 광현이 가족 단톡방에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어제 임금 타결식 사진에 고모 바카라이 잘 나왔어요. 자랑스럽습니다. 대표이사랑 경영진, 위원장이랑 조합 간부들에게도 전달하고 홍보 부탁해 두었습니다.^^’

앞 카메라를 보면서 악수하는 노사 대표와, 앉아서 손뼉 치는 여러 명의 바카라상 위에 나의 바카라들이 예쁘게 놓여 있었다.



어젠 빗속을 뚫고 나가 지연 문우를 만나 점심식사를 했다. 북토크 후 첫 만남이다.

나는 그날 1번 질문에 대한 답에 엉뚱한 이야기를 한 것이 아직도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녀가 그건 상관없다고 “북토크 완벽하게 해내셨어요. 감동의 시간이었어요.” 말했다. 나는 그제 서야 안도했다.





누군가가 지금, 번호 16을 달고 질문해 줬으면 좋겠다.


16. 북토크를 끝낸 기분이 어떤가요?

“이상해요. 초대한 분들이 다 와 준 것이, 그리고 한 분 한 분 모두가 어떻게 이렇게 영육의 성의를 전심으로 다 해주었는지. 상상하지도 않은 일이 벌어졌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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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멋진 것도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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