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개하지 않는 시간에 대하여
벚꽃 시즌이 지나가고 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세상의 주인공인 양 피어 있던 꽃들이,
이제는 미련 없이 길 위로 몸을 던진다.
찰나의 클라이맥스를 뒤로하고
다시 묵묵한 나무의 시간으로 돌아간다.
벚나무가 가장 화려한 순간을 드러내는 시간은
일 년 중 고작 일주일 남짓.
그 짧은 순간을 위해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을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보낸다.
벚꽃이 진 뒤의 벚나무를
우리는 잘 바라보지 않는다.
그러나 나무는 개의치 않는다.
제 안의 생을 붙들고
다음 계절을 준비할 뿐이다.
문득 돌아본다.
나는 왜 나에게만은
늘 만개해 있으라고 다그쳤을까.
늘 빛나야 한다는 생각,
한순간도 뒤로 물러나면 안 된다는 조급함이
오히려 나를 닳게 하고 있었다.
벚나무조차
대부분의 시간을 드러내지 않은 채
뿌리를 내리고 있는데,
나는 잠깐의 그늘도
허용하지 않으려 했다.
정점은 머무는 곳이 아니다.
스쳐 지나가는 순간이고,
그래서 더 선명하다.
꽃이 피었을 때 충분히 누렸다면,
지는 순간 또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제야 보인다.
꽃 뒤에 가려져 있던
단단한 줄기와 깊은 뿌리가.
평생 빛나겠다는 욕심을 내려놓는 순간,
나는 비로소 꽃이 아닌 나무로 서게 된다.
흩날리는 벚꽃이 묻는다.
너는 왜 지는 법을 잊은 채
내내 피어 있으려 하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