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무엇을 가리는가
2026년 9월 4일 저녁 7시 30분, 익산 미륵사지에서
'2026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익산 미륵사지' 개막식이 열렸다.
익산시립무용단의 융복합 공연 '환생의 시'에 이어
시그니처 콘텐츠 '리본: 목탑의 귀환'이 상연됐다.
대형 고화질 LED와 입체 영상으로
밤하늘에 목탑을 세우는 연출이다.
역사 속에서 사라진 구조물을
빛으로 다시 쌓아 올린다는 기획이다.
행사는 9월 27일까지 24일간 이어진다.
주제는 '왕도의 시간,
빛으로 물든 왕도가 깨어나는 시간'이다.
메인쇼는 매일 저녁 7시 30분부터
30분 간격으로 네 차례 상연되며
마지막 회차는 9시다.
추석 연휴에도 휴무 없이 운영된다.
주최는 국가유산청,
주관은 국가유산진흥원이며
전북특별자치도와 익산시가 함께 추진한다.
행사장은 약 20만 제곱미터 규모다.
당간지주에는 빛과 안개를 결합한 미디어파사드가,
동탑과 서탑에는 레이저 아트쇼가 설치됐다.
연못 주변에는 빛 조형물이,
곳곳에는 관람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체험형 콘텐츠가 배치됐다.
주말에는 버스킹과 수공예 플리마켓,
푸드트럭이 함께 운영된다.
익산시는 대규모 야간 관람객에 대비해
동선과 안전시설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보도자료는 이 행사를 이렇게 소개했다.
천년의 시간을 품어온 미륵사지가
첨단 빛의 옷을 입고 시민 곁으로 다가섰으며,
1400년 전 백제인이 꿈꾸던 희망과 평화의 빛이
오늘 미륵사지에서 깨어난다는 것이다.
문장에는 결함이 없다.
검토가 필요한 것은 그 문장이 놓인 자리다.
모든 보도자료에 동일한 표현이 등장한다.
올해로 5회째라는 것이다.
개최 이력을 확인하면 다음과 같다.
첫 행사는 2021년 9월 3일부터 10월 2일까지였다.
주제는 '찬란한 시간을 맞이하다'였고 문화재청과 전라북도,
익산시가 주최하고 전라북도콘텐츠융합진흥원이 주관했다.
백제 무왕의 일대기와 미륵사 창건 설화를 모티브로 삼았으며
메인쇼 '탑의 노래', 상설 콘텐츠 '소원의 풍등', 연지를 활용한
'연지의 기억'이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관람객은 약 5만 명으로 집계됐다.
두 번째는 2022년 9월 3일부터 10월 3일까지
'세계유산 미디어아트 페스타'라는 명칭으로 열렸다.
한 달간 약 8만 명이 방문한 것으로 발표됐다.
세 번째는 2023년 9월 9일부터 10월 9일까지였다.
주제는 '용화세계, 백제人 익산'이었으며
미륵사지와 국립익산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을
시간의 빛, 기억의 빛, 낭만의 빛, 영원의 빛, 추억의 빛이라는
다섯 테마로 구성했다.
드론 300대를 동원한 군무형 라이트쇼가
그해의 대표 프로그램이었다.
네 번째는 2024년 9월 6일부터 10월 6일까지였다.
'천지인 미륵사지' 라이브 미디어 퍼포먼스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저녁 7시 30분에,
MR 미디어 퍼포먼스가 하루 네 차례,
'오매일여, 깨우는 소리'와 '디지털 영모도'가
각각 하루 네 차례 상연됐다.
관람객은 16만 명을 넘겼다고 발표됐다.
여기까지가 네 차례다.
2025년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개최지는
경주 대릉원,
고령 지산동 고분군,
군산 옛 세관 본관,
양산 통도사,
제주목 관아,
철원 노동당사,
통영 삼도수군통제영,
진주 진주성 여덟 곳이었다.
익산은 목록에 없다.
이 사업은 매년 공모로 개최지를 선정한다.
2025년 익산은 선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5회째라는 표현은 산술적으로 정확하다.
2021년, 2022년, 2023년, 2024년,
그리고 2026년이다.
다만 그 사이에 한 해의 공백이 존재한다.
익산시 보도자료 어디에도 이 공백에 대한 설명은 없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이라는 문장만 반복된다.
통상적인 독해에서 이 표현은 연속 개최로 이해된다.
숫자가 사실과 어긋난 것은 아니다.
누락된 것은 숫자가 아니라 문장이다.
행정 홍보물에서 불리한 정보가 생략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사업은 매년 국비 공모를 거쳐야 하는 구조이며,
탈락과 재선정은 그 자체로 사업의 성과와 직결된 정보다.
연속성을 암시하는 표현은 공모 사업의 성격 자체를 흐린다.
이 사업의 작동 방식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국가유산 미디어아트는 2021년 시작된 국가유산청 공모사업이다.
신청 자격은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이며,
기초자치단체가 광역자치단체를 거쳐
국가유산청에 제출하는 구조다.
2026년 사업의 공모 기간은
2025년 6월 25일부터 7월 25일까지였다.
접수는 7월 1일부터 25일까지로
마감일 오후 6시 이후는 접수가 불가했다.
심사와 선정은 2025년 8월과 9월에 이뤄졌다.
선정 규모는 해마다 달랐다.
2022년 여덟 곳,
2023년 일곱 곳,
2024년 일곱 곳,
2025년 여덟 곳이다.
2023년에는 전국 개최지 합산 관람객이
118만 명으로 발표됐다.
2024년에는 진주 진주성,
부여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익산 미륵사지,
공주 공산성,
고흥 분청사기요지,
수원 화성,
강릉대도호부관아 일곱 곳에서 열렸으며
부산 해운대플랫폼에서 열흘간 사전 기획전시
'Meta Heritage'가 병행됐다.
예산 규모를 가늠할 단서는 경남 사례에 있다.
경상남도는 2025년 국가유산청 공모에서
미디어아트 3개 사업에 선정돼 전국 최다를 기록했다.
진주 진주성,
통영 삼도수군통제영,
양산 통도사 세 곳에
총사업비 52억 원이 투입됐다.
건당 17억 원 안팎이며 국비와 도비,
시비가 매칭되는 구조다.
경남도는 그해 국가유산청 10개 분야 공모에서
44개 사업에 선정돼 국비 43억 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전년 28억 원 대비 65% 증액이었다.
지자체 입장에서 이 사업의 유인은 명확하다.
신규 건축물을 수반하지 않는다.
유적을 그대로 무대로 사용한다.
행사 종료 후 장비를 철거하면
물리적 흔적이 남지 않는다.
국비가 매칭되고 관람객 수치가 산출되며
단체장의 성과로 계상된다.
동시에 매년 재신청해야 한다.
선정되지 않으면 그해는 개최되지 않는다.
2026년 들어 이 사업의 규모는 뚜렷하게 확대됐다.
국가유산청이 공지한
2026년도 선정 결과에 따르면
세계유산축전은 3개,
국가유산 미디어아트는 12개가 선정됐다.
2025년 여덟 곳에서 네 곳이 늘었다.
예산도 확인된다.
2026년 국가유산청 예산은
전년보다 1,097억 원 증액된
1조 4,971억 원으로 확정됐으며,
이 가운데 국가유산 미디어아트에 109억 원,
세계유산축전에 55억 원이 배정됐다.
우리고장 국가유산 활용사업은 211억 원,
국가유산 방문 캠페인은 87억 원이다.
109억 원을 12개 개최지로 단순 배분하면
개최지당 9억 원 수준이다.
경남 사례의 건당 17억 원은
국비에 도비와 시비가 매칭된 총사업비이므로,
두 수치는 직접 비교 대상이 아니다.
다만 국비 규모가 확정 공개돼 있는 만큼
개별 개최지의 총사업비와 매칭 비율은
지방재정 자료로 대조 가능하다.
주목할 점은 선정 규모의 확대 방향이다.
개최지가 여덟 곳에서 열두 곳으로 늘었다는 것은
경쟁률이 낮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익산의 2026년 재선정을 기획 개선의 결과로 볼지,
선정 규모 확대의 효과로 볼지는 별개의 검증을 요한다.
두 요인은 양립 가능하며,
어느 쪽이 주된 원인인지는
심사 결과 자료 없이는 판단할 수 없다.
이 질문은 사업 평가의 기초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2025년 탈락 사유와 2026년 재선정 사유를
공개적으로 설명한 자료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 행사의 기술 사양은
비교적 상세히 공개돼 있다.
2022년 미륵사지에는
동탑과 서탑을 연결한 길이 60미터,
높이 10미터의 초대형 무빙스크린이 설치됐다.
프로젝터는 바코(BARCO)사의
4만 안시루멘 제품 일곱 대로
당시 기준 최고 사양이었다.
미륵사지 전체를 하나의 화면으로 조성해
10K 해상도의 프로젝션 맵핑을 구현했다.
시공사는 들쑥날쑥한 지형과 건축물 중첩 이미지를
끊김 없이 연결하는 엣지블렌딩 기술에 주력했으며
3D 맵핑 시뮬레이션을 거쳐 완성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시스템총괄은 베이직테크 최진철 이사,
드론라이트쇼 총연출은 윤기철,
라이브 미디어퍼포먼스 연출과 안무는 안지형이었다.
설계 개념은 낮에는 자연환경과 문화재 경관을 유지하고
밤에는 피사체로 활용한다는 것이었다.
이 문장은 그대로 인용할 가치가 있다.
밤에는 피사체로 활용한다는 것은
국보급 유산을 스크린으로 사용한다는 의미다.
기술적으로 정확한 서술이며,
동시에 이 사업의 성격을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기도 하다.
여기서 공개되지 않은 항목이 도출된다.
4만 안시루멘 프로젝터 일곱 대가
한 달간 매일 네 차례 가동될 때의 전력 소비량.
발전기 운용 방식과 그에 따른 배출량.
행사 종료 후 장비 임차 반납과 폐기물 처리 비용.
이 수치를 공개한 개최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한 달짜리 행사가 한 곳에서 다섯 차례 반복됐고,
2026년 기준 전국 열두 곳에서 매년 반복된다.
기후 관련 예산 심사에서 이 사업의 에너지 소비가
검토된 기록은 확인되지 않는다.
국가유산청 예산 항목에는
국가유산 경관 개선 지원 70억 원이 별도로 편성돼 있다.
경관을 개선하는 예산과 경관에 빛을 쏘는 예산이
같은 기관 안에서 나란히 운용되는 셈이다.
두 사업의 관계에 대한 공개된 설명은 없다.
이 형식이 확산된 데에는 국제적 배경이 있다.
2018년이 분기점이었다.
그해 파리에서 아틀리에 데 뤼미에르가 개관했다.
19세기 주물공장을 개조한 2천 제곱미터 공간에
레이저 프로젝터 140대로 360도를 감쌌다.
반 고흐의 해바라기가 공장 벽에,
클림트의 금박이 콘크리트 바닥에 투사됐다.
개관 첫해 관람객은 120만 명이었다.
같은 해 도쿄 오다이바에서 팀랩 보더리스가 개관했다.
2019년 한 해 관람객이 219만 8,284명으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됐다.
단일 작가 혹은 단일 그룹에 헌정된 미술관 중
세계 최다 방문 기록이다.
비교 대상이 중요하다.
같은 해 암스테르담 반고흐미술관은 213만 4,778명,
바르셀로나 피카소미술관은 107만 2,887명이었다.
디지털 아트 집단이 반 고흐를 앞섰다.
관람객은 160개국 이상에서 왔으며
해외 관람객이 약 절반,
그중 미국이 27%였다.
자체 설문에서 해외 관람객의 50%가
이 미술관을 보기 위해 도쿄를 방문했다고 답했다.
같은 시기 도요스의 팀랩 플래닛츠는
125만 명을 받았고 해외 비중 30%,
그중 미국이 43%였다.
보더리스는 2024년 2월 아자부다이힐스로 이전했다.
이후 2년간 324만 명이 방문했으며
국제 관람객 비중은 약 70%,
170개국이다.
팀랩 전체 네트워크 누적 관람객은
2025년 기준 3천만 명을 넘겼다.
국내에도 성공 사례가 있다.
디스트릭트의 아르떼뮤지엄이다.
2020년 9월 제주에서 시작했으며
스피커 공장으로 쓰이던 높이 10미터,
1400평 공간이었다.
2022년 1월 5일 누적 100만 명을 돌파했고,
2022년 2월 기준 인스타그램 관련 태그 게시물이 13만 개였다.
이후 여수와 강릉으로 확장했고 2023년 라스베이거스,
2025년 9월 뉴욕 첼시에 진출했다.
뉴욕점은 개관 두 달 만에 10만 명을 돌파했다.
2025년 11월 한 달 매출이 350만 달러,
약 51억 4천만 원이었다.
개관 1년 누적 45만 명,
월평균 티켓 판매 3만 4,365장,
하루 평균 1,162장이다.
2025년 12월에는
한 달 7만 756장으로 월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서 반드시 검토해야 할 지표가 있다.
뉴욕점 관람객 구성이다.
뉴욕 현지 31%,
미국 내 다른 지역 66.8%,
해외 관광객 2.2%다.
팀랩 보더리스는 해외 관람객 70%,
아르떼뮤지엄 뉴욕은 해외 관람객 2.2%다.
동일한 몰입형 미디어아트 형식인데
관광 유발 구조가 정반대다.
전자는 목적지가 됐고
후자는 경유지가 됐다.
이 차이는 형식이 아니라
콘텐츠의 고유성과 브랜드 축적에서 발생한다.
팀랩은 자체 제작 원작을 보유하고 장기간 브랜드를 구축했다.
반면 명화 기반 콘텐츠는 대체 가능성이 높다.
국가유산 미디어아트의 명분은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널리 알리는 것이다.
명분이 국제적 가치의 전파에 있다면
외국인 관람객 비율은 부수 지표가 아니라
핵심 성과지표여야 한다.
그 수치를 공개한 개최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시장 규모 수치는 조사기관마다 큰 편차를 보인다.
정의 범위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몰입형 아트 전시는 2024년 48억 달러에서
2033년 151억 달러로 연평균 14.2% 성장이 전망된다.
몰입형 아트 어트랙션은 2025년 38억 달러에서
2034년 96억 달러로 연평균 10.8%다.
반면 VR 하드웨어와 게임까지 포함한
몰입형 엔터테인먼트 전체는
2025년 1,377억에서
1,466억 달러로 집계된다.
앞의 둘이 미디어아트 전시에 해당하고
마지막은 전혀 다른 범주다.
인용 시 이 구분을 놓치면
시장 규모가 30배 부풀려진다.
지자체 기획서와 보도자료에서
이 혼동은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
방법론이 가장 투명한 자료는
롤랜드버거의 2024년 12월 리포트다.
산정 방식을 공개했다.
먼저 국가별 티켓 평균가를 산출하고,
몰입형 아트 전시가 있는 각 도시의
상위 열 개 관광지 연간 방문객 수를 분석해
티켓 가격과 결합했다.
도시별 산정 방식으로
정확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 상설 설치형 시장이
2024년 약 12억 4천만 파운드로 추정됐다.
순회 전시형은 데이터가 일관되지 않아
산정이 훨씬 어려웠으며,
과거 기사와 아카이브 웹페이지 분석 도구를 동원해
약 2억 4천만 파운드를 산출했다.
합계 약 15억 파운드다.
이 리포트는 구조적 정보도 제공한다.
몰입형 아트는 현재 14개국 23개 도시에 존재하며
시장은 두 갈래로 나뉜다.
18개월에서 24개월마다 작품을 교체하는 상설 설치형과,
반 고흐나 고대 이집트 같은 소재로 순회하는 전시형이다.
미개척 시장으로는 두바이, 밀라노, 시드니가 지목됐다.
성장 동력으로는 퍼블릭 도메인에 진입하는 작품의 증가와
생성형 AI 기술이 꼽혔다.
저작권이 만료된 작품이 늘면
신규 콘텐츠 제작 비용이 낮아지고
상설관의 재방문 유인이 생긴다는 논리다.
세부 구성도 확인된다.
2025년 기준 몰입형 아트 전시 시장 28억 달러 중
디지털 아트 전시가 34.5%,
약 9억 7천만 달러로 최대 부문이다.
교육 부문은 12.4%지만
연평균 13.9%로 전체 평균을 상회한다.
주요 사업자는 팀랩(일본),
아틀리에 데 뤼미에르를 운영하는 퀼튀르에스파스(프랑스),
기업가치 10억 달러를 넘긴 미우울프(미국),
아르테하우스,
슈퍼블루,
일루미나리움,
그랑데 익스피리언스,
모먼트 팩토리,
레픽 아나돌 스튜디오 등이다.
그랑데 익스피리언스의 반 고흐 순회전은
75개 도시 이상을 순회했다.
수요 측 지표도 있다.
국제박물관협의회가 2025년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 기관의 63%가 향후 3년간
몰입형·디지털 전시에 대한
자본 배분을 늘리겠다고 답했다.
관객의 요구가 아니라 기관의 투자가 시장을
확대시키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공공 부문이 주도하는 국내 지역 미디어아트 확산도
같은 구조 안에 있다.
국내 실감전시의 지형을 실측한 자료가 있다.
토포스스튜디오 대표 허대겸이
2025년 1월 인터파크 기준으로 진행 중인
국내 실감전시를 집계한 결과,
명화를 소재로 한 전시가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그는 원인을 구조로 설명했다.
이런 사업은 1천 평 이상의 대형 공간을 요구하며
서울 도심에서는 구축이 어려워 임대료가 저렴한
제주, 여수, 강릉 같은 지방 도시에 조성된다.
연 70억에서 100억 원의 매출을 내려면
모든 연령의 관객이 선호하는 볼거리 위주여야 하므로
소수만 선호할 독특한 기획이나 실험적 시도는 성립하기 어렵다.
몇몇 성공 사례를 추종하는 과정에서
전시 콘텐츠의 내용과 형식이 유사해졌다는 진단이다.
지자체 행사도 동일한 압력을 받는다.
시공 업체와 연출진의 풀이 좁아
같은 회사가 여러 도시를 담당하면
결과물이 수렴한다.
이 동형화는 검증 가능한 가설이다.
나라장터에서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5년치 낙찰 내역을 연도별,
지역별로 추출하면 업체 집중도가 수치로 산출된다.
낙찰업체의 등록 업종이 예술 분야인지
광고, 이벤트, 전기공사인지도 함께 확인된다.
특정 업체의 수주 비중과 연출진 중복도가
일정 수준을 넘는다면 콘텐츠 다양성에 대한
정바카라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근거가 된다.
지역 미디어아트를 소개하는 자료에서
백남준이 빈번히 호출된다.
계보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백남준은 193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국전쟁 중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대에서 미학을 전공하며
쇤베르크로 논문을 썼고,
독일에서 존 케이지와 플럭서스를 만났다.
1963년 부퍼탈에서 연 개인전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이
비디오아트의 출발점으로 꼽힌다.
텔레비전 열세 대를 자석으로 일그러뜨려 놓은 전시였다.
1974년 'TV 부처'는 불상이
CCTV로 자기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게 만든 설치다.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뉴욕과 파리와 서울과 베를린을
위성으로 연결한 생중계였다.
오웰이 예언한 감시 매체로
전 지구적 축제를 연다는 기획이었으며
시청자는 2,500만 명으로 추산된다.
1988년 '다다익선'은 TV 1,003대를 쌓은 탑으로,
2018년 가동을 멈췄다가 3년의 보존·복원을 거쳐
2022년 재가동됐다.
백남준의 작업은 매체를 분해하고
오작동시키는 방향이었다.
TV를 아름다운 화면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자석을 대서 왜곡하고,
브라운관을 뒤집고,
첼로로 만들었다.
매체 자체가 비평의 대상이었다.
현재의 몰입형 미디어아트는 반대 방향이다.
해상도를 높이고 이음매를 제거하고 관객을 감싼다.
기술적 정교함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
다만 매체를 의심하는 태도는 계승되지 않았다.
계보도 단일하지 않다.
건물에 빛을 투사하는 방식의 상업적 시초로는
1969년 디즈니랜드 헌티드 맨션의 얼굴 투사가 꼽힌다.
1980년대 리옹의 빛축제가 있었고
2000년대 프로젝션 맵핑 기술이 결합하며
현재 형태가 성립했다.
미술사보다 무대와 박람회와 테마파크의 계보에 가깝다.
관객을 공간 안에 배치하는 발상은 더 오래됐다.
19세기 파노라마관,
바로크 성당의 천장화,
1990년대 CAVE 실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오늘의 몰입형 미디어아트는
이 세 계보가 2018년 무렵
합류한 결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러므로 백남준은 이 장르의 조상이라기보다
이 장르가 배제한 질문에 가깝다.
지자체 보도자료가 그의 이름을 인용하는 것은
미술사적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사적 장치로 해석된다.
실제 제작 현장을 주도하는 것은
영상과 조명과 시스템 업체다.
이 형식에는 구조적 제약이 있다.
기획서 상으로는 서사가 존재한다.
미륵사 특유의 3탑 3금당 가람배치를
공간 축으로 삼아 성시와 현시와 여시로 이어지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배치했다는 설명이다.
관람객은 그 설정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채 입장한다.
화면에는 연꽃과 별과 기하학 패턴이 빠르게 전환된다.
특정 장면이 어느 대목에 해당하는지
알려주는 장치는 제한적이다.
딜레마가 여기 있다.
내레이션이나 자막을 삽입하면
유산을 가린다는 비판을 받는다.
삽입하지 않으면 추상적 화면의 연속이 된다.
미륵사지는 조건이 더 까다롭다.
절터이며 건물이 남아 있지 않다.
부여 부소산성이나 수원 화성처럼
표면에 이야기를 투사할 대상이 없다.
결과적으로 허공과 잔디밭에 투사하는 방식이 된다.
따라서 이런 행사는 이해가 아니라
압도를 통해 성과를 확보하는 구조를 갖는다.
사라진 목탑을 빛으로 세우는 장면이
시그니처가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도
크고 밝고 웅장하다는 감각은 남는다.
이것이 결함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보도자료가 내세우는
역사적 가치의 재해석과는
성격이 다른 결과물이다.
관람객 다수가 유사한 반응을 보인다면
그것은 관람객의 감수성이 아니라
기획 설계의 문제로 분석돼야 한다.
현장에서 반복되는 현상이 있다.
육안으로는 선명한데 카메라에는 담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리적 원인이 있다.
사람의 눈은 명암 대비를 20스톱 이상 처리한다.
스마트폰 센서는 12에서 14스톱 수준이다.
칠흑 같은 어둠과 강한 광원이 한 화면에 있으면
센서는 둘 중 하나를 포기한다.
자동 노출은 대개 밝은 쪽에 맞춰지므로
광원이 하얗게 날아가고
어두운 절터는 노이즈가 된다.
LED와 프로젝터의 주사율이
셔터 속도와 어긋나면 가로 줄무늬가 발생한다.
나이트 모드는 여러 장을 합성하는 방식이라
영상이 계속 변하는 미디어아트에서는
잔상과 뭉갬을 만든다.
광각으로 넓게 담으면
화면 대부분이 검은 하늘과 잔디가 되면서
빛이 작은 점으로 축소된다.
기술적 설명은 여기까지다.
그런데 이 현상은 다른 것도 드러낸다.
이 연출은 육안을 기준으로 설계된다.
규모와 주변 어둠과 소리가 결합된 공간 경험이며
사각 프레임으로 절취하면 잔여물이 적다.
반면 보도자료 사진은 예외 없이 완성도가 높다.
삼각대 장노출로 촬영했거나
주최 측이 제공한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관람객이 촬영한 사진과 보도자료 사진 사이의 간극은
이 사업 전체의 축소판으로 기능한다.
현장에서 발생한 일과 발표된 내용의 형태가 다르다.
이 분야에서 가장 구조적인 문제는
통계 인프라의 부재다.
공연에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이,
영화에는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이 있다.
미술 전시에는 없다.
어떤 전시에 몇 명이 방문했는지
확인할 통합 집계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 결과 계절에 따른 관람 변동도,
관람객이 선호하는 전시의 특징도,
전시 장소별 지형 변화도 포착할 방법이 없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2009년부터 미술시장조사를,
2022년부터 미술시장 소비자 조사를 발표하고 있으나
구조화된 설문의 한계를 스스로 밝히고 있다.
미술시장 소비자 조사는 매년 전국 8개 아트페어 현장에서
관람객 3천 명 이상을 대면 조사한다.
전년도 1회 이상 관람 경험을 기관별로 보면
미술관 84.7%,
아트페어 66.6%,
복합문화공간 59.7%,
화랑 52.4%,
야외 전시 50.8%였다.
연령이 높을수록 미술관과 화랑과 경매,
낮을수록 복합문화공간과 대안공간과 온라인 전시 쪽이었다.
미디어아트는 사정이 더 열악하다.
국내 공식 산업분류에 '미디어아트'라는 항목 자체가 없다.
정부가 매년 수백억 원을 투입하면서도
시장 규모를 자체 통계로 답하지 못하며
해외 민간 조사기관 수치를 인용한다.
지역 행사로 내려오면 문제는 심화된다.
미륵사지는 무료 개방이며 입장 게이트가 없다.
관람객 수는 육안 추산이거나 주차 대수 환산이다.
5만에서 16만으로 세 배가 된 것이 실제 증가인지
집계 방식의 변화인지는 방법론을 확인해야 판단할 수 있다.
비교가 필요하다.
팀랩과 아르떼뮤지엄은 유료이므로
관람객 수가 곧 매출이며 자동으로 검증된다.
지역 행사는 무료이므로 숫자가 추산치이고
실패가 드러나지 않는다.
유료화할 경우 몇 명이 방문할 것인가?
이 질문이 사업 평가의 본질에 해당한다.
검증 수단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공개된 행정 데이터로 상당 부분 대조가 가능하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은 통신 기지국 기반
방문자 수를 제공한다.
행사 기간 익산 전체 방문객,
외지인 비율,
체류시간,
카드 소비 데이터까지
대조할 수 있다.
주최 측 발표 수치와
기지국 데이터의 괴리가 크다면
집계 방법론 자체가 쟁점이 된다.
지방재정365에서는 연도별 편성액과 집행액,
불용액을 확인할 수 있다.
국비와 도비와 시비의 매칭 비율,
계획 대비 실제 집행률이 여기서 드러난다.
정보공개포털을 통해서는 용역 계약서와 정산보고서,
그리고 관람객 집계 방법론을 청구할 수 있다.
특히 마지막 항목이 핵심이다.
5만에서 16만이라는 수치가
어떤 방식으로 산출됐는지에 대한
공식 답변 없이는 성과 평가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나라장터에서는 앞서 언급한
낙찰 내역 분석이 가능하다.
국가유산청에는 감사원 통보 사항의
이행 여부를 청구할 수 있다.
행정정보 공개청구는 통상 열흘 내 회신된다.
검증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수단이 없어서가 아니다.
이 행사의 무대가 어떤 지위를 갖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2015년 7월 4일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대한민국의 12번째 세계유산이다.
등재 대상은 공주의 공산성과 송산리 고분군 2곳,
부여의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능산리 고분군, 정림사지, 부여 나성 4곳,
익산의 왕궁리 유적과 미륵사지 2곳을 합친 8
개 유적의 연속유산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백제역사유적지구의 고고학 유적과
건축물이 한국과 중국과 일본의
고대 동아시아 왕국들 사이의 교류 증거를 보여주며,
그 교류의 결과로 나타난 건축기술의 발전과
불교의 확산을 보여주는 유산이라고 평가했다.
수도 입지 선정을 통해 백제의 역사를,
불교 사찰을 통해 내세관과 종교를,
성곽과 건축물의 하부구조를 통해 독특한 건축기술을,
고분과 석탑을 통해 예술미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정부대표단은 이 등재가 백제의 역사와
문화가 세계에 널리 알려지고 새롭게 조명될 기회이며,
관광 활성화와 더불어 문화유산의 세계화와
국가 이미지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등재 시점부터 보존과 관광 활성화가
병기됐다는 점은 기록해둘 만하다.
이후 전개되는 사업들의 정바카라적 근거가 이 지점에 있다.
미륵사지 석탑은 국내에서 가장 크고 가장 오래된 석탑이다.
창건 시기가 명확히 밝혀진 석탑이기도 하며,
목탑처럼 석재 수천 개를 짜맞춰 지은 것이 구조적 특징이다.
1998년 안전진단에서 콘크리트 노후 등
구조적 문제가 확인됐다.
1999년 문화재위원회가 6층까지 해체수리를 결정했고,
2001년 문화재청이 전라북도와
보수정비사업 대행협약을 체결했다.
해체한 뒤 반듯하게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계획됐다.
20년이 소요됐고 사업비는 225억에서 230억 원이 투입됐다.
2019년 3월 23일 일반에 공개됐다.
공개 이틀 전인 3월 21일,
감사원이 '국가지정문화재 보수복원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적 내용은 구체적이다.
문화재청은 2011년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 실시설계용역을 진행하면서
해체 당시 확인된 축석 방식의 기술적 재현 가능성이나
구조적 안정성 여부 등 원형 복원을 위한
구체적 검토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체 당시 탑의 몸체에 해당하는 적심은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석재들로 쌓여 있었고
그 사이 공극은 흙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런데 복원 과정에서 일관성 없이 축석이 이뤄졌고,
그 결과 석탑 상부와 하부의 내부 형태가 원형과 달라졌다.
감사원은 문화재청장에게 통보했다.
구조계산 등을 거친 실측설계도서 없이
축석된 미륵사지 석탑에 대해 구조안정성을 검증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 방안을 검토하라는 내용이다.
준공식을 한 달여 앞둔 시점이었다.
준공식에는 정부와 지자체, 불교계, 시민 등
600여 명이 초청될 예정이었다.
정재숙 당시 문화재청장은 반박했다.
충분히 체계적이었으며,
감사원이 말하는 일관성과 문화재청이 지키고자 하는
일관성의 개념이 다른 데서 어긋남이 시작된 것 같다고 했다.
20년간 작업하며 복원 방식이 진화했고
이번 논란을 계기로 복원 개념을 정립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21년,
그 탑 앞에서 미디어아트가 시작됐다.
현재까지 다섯 차례,
매번 24일에서 31일간이다.
매일 밤 네 차례 영상을 투사하고
수만 명을 집결시킨다.
2022년에는 4만 안시루멘 프로젝터
일곱 대가 동원됐다.
따라서 질문은 단순하다.
감사원이 통보한 구조안정성 검증은 이행됐는가?
이행됐다면 결과는 무엇인가?
그 검증에 야간 행사의 조명 열과 진동,
대규모 인파 부하가 변수로 포함됐는가?
포함되지 않았다면 그 사유는 무엇인가?
국가유산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하면
열흘 내 회신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다.
2009년 1월 19일,
석탑을 해체하던 중
서탑 심주석의 사리공에서 유물이 나왔다.
1,370년 만이었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공개한 사리장엄구는 683점이었다.
그중 금제사리봉영기가 있었다.
얇은 금판 앞뒤에 각각 열한 줄,
모두 193자가 새겨져 있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 백제 왕후께서는 좌평 사택적덕의 따님으로,
오랜 세월 선인을 심어 금생에 뛰어난 과보를 받아
만민을 어루만져 기르시고 불교의 동량이 되셨기에,
능히 정재를 희사하여 가람을 세우시고
기해년 정월 29일에 사리를 받들어 맞이했다는 것이다.
기해년은 639년이며 무왕 재위 기간
600년에서 641년과 일치한다.
무왕이 사망하기 2년 전이다.
여기서 두 가지가 확정됐다.
첫째, 미륵사 창건 시기가 639년으로 밝혀졌다.
둘째, 미륵사를 발원한 왕후는 선화공주가 아니었다.
『삼국유사』 무왕조에 실린 서동요,
신라 진평왕의 딸 선화공주와 백제 서동의 국경을 초월한 사랑.
그 설화가 창건 서사로서의 근거를 상실했다.
사택적덕은 백제 대성팔족 중 사택씨 가문 사람이다.
후기 백제에서 왕후를 배출할 만큼 권력이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택왕후는 백제 사람이다.
봉영기의 내용은 또 다른 논쟁도 열었다.
명문은 미륵신앙이 아니라 석가신앙,
즉 법화신앙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점에 착안해 3탑 3금당이라는
미륵사 특유의 가람 배치를 재해석하는 연구가 이어졌다.
사택왕후가 서탑에 석가 사리와 함께
석가신앙에 의한 사리공양을 봉안했다는 해석이다.
즉 3탑 3금당은 단순한 건축 양식이 아니라
신앙 체계에 관한 쟁점이다.
이번 미디어아트가 3탑 3금당을
핵심 모티브로 삼았다는 점을 함께 고려하면 시사적이다.
배치는 차용됐고 그 배치가 내포한 논쟁은 차용되지 않았다.
학계 논쟁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왕조 시대 임금은 여러 부인을 두었으므로
사택적덕의 딸이 여러 왕후 중
하나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국사기』 백제본기 무왕조에는 무왕 39년,
638년 봄 3월에 왕이 빈과 더불어
큰 못에 배를 띄웠다는 기록이 있다.
정비와 빈을 포함해 여러 부인이 있었다는 추정의 근거다.
그러나 적어도 한 문장은 더 이상 쓸 수 없게 됐다.
선화공주가 미륵사를 세웠다는 문장이다.
이 사리장엄구는 2022년 국보로 지정됐다.
2026년 5월 1일부터 3일까지
익산시는 중앙체육공원 일원에서 서동축제를 개최했다.
시가 배포한 소개 문구는 다음과 같다.
익산에서 태어난 백제 무왕 서동이
신라의 선화공주와 사랑의 결실을 맺은 역사적 서사를 바탕으로,
옛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도심으로 걸어 나와
시민들과 어우러지는 현대판 백제 잔치라는 것이다.
설화가 아니라 역사적 서사라고 표기했다.
축제 홈페이지의 슬로건은 '백제의 숨결,
천년의 사랑'이다.
프로그램에는 무왕제례,
전국 어린이 서동요제,
전국 서동선발대회가 포함됐다.
대표 프로그램인 그레이트 썸 퍼레이드는
5월 1일 오후 5시 어양공원을 출발해
중앙체육공원까지 진행됐다.
커플들이 행렬에 참여하고
현장에서 프러포즈 이벤트가 열렸으며
시민 기획 로테이션 소개팅도 운영됐다.
야간에는 경관 조명과 신흥공원 무지개정원의
레이저 쇼가 더해졌다.
축제 자체는 1969년 시작된 마한민속제전에서 유래해
서동 브랜드로 전환된 것이다.
주관은 익산문화관광재단이다.
시간 순으로 배열하면 다음과 같다.
2009년 1월,
그 서사를 부정하는 유물이
미륵사지 서탑에서 출토됐다.
2021년 9월,
첫 미디어아트가 개최됐다.
주제는 백제 무왕의 일대기와
미륵사 창건 설화였다.
2022년,
그 유물이 국보로 지정됐다.
2026년 5월,
익산시가 같은 설화를
역사적 서사라 칭하며 축제를 열었다.
2026년 9월,
유물이 출토된 바로 그 탑 앞에서
다섯 번째 미디어아트가 시작됐다.
한 도시가 같은 해에 유물을 국보로 예우하면서
그 유물이 부정한 이야기를 관광 상품으로 운용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사업의 명분은 유산이 가진
독창적 이야기를 알리는 것이다.
학술적으로 수정된 사실을 두고
관광에 유리한 기존 설화를 존속시킨다면
명분과 실행은 어긋난다.
설화의 문화적 가치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서동요는 향가로서 독립적 가치를 가지며
지역 정체성의 자산이기도 하다.
문제는 표기다.
설화를 설화로 표기하는 것과
역사적 서사로 표기하는 것은 다르다.
후자는 2009년 이후의 학술적 성과를
행정 문서에서 소거하는 효과를 낳는다.
아이러니가 하나 더 있다.
사리봉영기는 해체보수 과정에서 출토됐다.
감사원에서 부실 판정을 받은 바로 그 사업이다.
20년의 공사가 원형을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았고,
동시에 1,370년 만에 창건의 진실을 확인시켰다.
같은 사업이 그 두 결과를 동시에 산출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는 다양한 개발로부터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유산영향평가를 권고해왔다.
2015년 세계유산위원회는
각국에 지침서 마련을 권고했다.
각국의 대응 속도는 달랐다.
영국은 국가계획정바카라프레임워크 안에서
헤리티지 스테이트먼트라는 이름으로
유사 제도를 오래 운영해왔다.
캐나다는 환경영향평가의 일부로 운영하며
관련 법체계 참고문헌에 이코모스 지침서를 명시한다.
호주는 환경영향평가의 확장 형식으로 시행해왔다.
홍콩은 세계유산이 없는데도
2009년부터 자국 문화유산에 적용해왔다.
일본은 2019년 문화청이
'세계문화유산의 유산영향평가에 관한 참고지침'을 발표했다.
세계유산구역과 완충구역을 공간 범위로 하되,
완충지역 바깥이라도 유산 경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사업은 평가 대상에 포함시켰다.
한국은 2023년 4월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
세계유산지속가능센터를 개소했다.
2023년 10월 31일 세계유산법 개정안이 공포되면서
세계유산영향평가가 명문화됐고
시행은 1년 뒤였다.
따라서 2021년부터 2024년까지의
미륵사지 행사는 제도 시행 이전이다.
애초에 평가 대상이 아니었다.
2026년 행사는 시행 이후다.
그런데 이 제도는 통상
개발행위를 대상으로 설계돼 있다.
매년 한 달씩 반복되는 야간 행사가
대상에 포함되는지가 불분명하다.
학계에서도 제도의 정합성 문제가 지적된다.
기존 국가지정유산 주변에 적용되는 규제와
세계유산영향평가 도입 이후 적용되는 규제의 범위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지정유산과 세계유산은 지위가
부여되는 철학적 배경과 등재 시점,
적용 규제 범위가 각기 달라
일치시키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세계유산법이 전통사찰 등
다른 법률의 적용을 받는 세계유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공백도 있다.
일본 지침이 완충지역 바깥이라도
경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사업을 포함시킨 것과 비교하면,
반복적 야간 연출의 누적 영향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가 국내 제도의 미결 과제로 남는다.
빛에 관한 법도 존재한다.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이다.
이 법은 빛공해를 인공조명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인한 과도한 빛,
또는 비추고자 하는 조명영역 밖으로 누출되는 빛이
국민의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을 방해하거나
환경에 피해를 주는 상태로 정의한다.
시행령상 조명기구에는 건축물과 시설물과 조형물,
그리고 자연환경 등을 장식 목적으로
그 외관에 설치되거나 외관을 비추는
발광기구 및 부속장치가 포함된다.
미디어파사드가 이 정의에 정확히 해당한다.
시·도지사는 빛공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지역을
조명환경관리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제1종은 과도한 인공조명이
자연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구역이다.
빛방사허용기준을 위반하면
3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개선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행하지 않거나 기준을 계속 초과하면
조명시설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사용중지나 사용제한을 명할 수 있다.
2025년 10월 1일 개정으로
빛공해가 생태계와 천체관측과
에너지 낭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조사·연구 사업의 소관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됐다.
미륵사지 일원은 연지와 넓은 초지를 낀
20만 제곱미터 개방 공간이다.
야행성 곤충과 조류의 서식 환경에 해당한다.
확인이 필요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조명환경관리구역으로 지정돼 있는가?
지정돼 있다면 몇 종인가?
행사 기간 중 빛방사 측정이 이뤄진 적이 있는가?
전북특별자치도 소관 사항이다.
법이 부재해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존재하는 법을 이 사업에 대조한
주체가 없어서 발생하는 문제다.
이 행사를 기획한 주체와 실행한 주체는 다르다.
정헌율 전 익산시장은
2022년 6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69.97%를 얻어 3선에 성공했다.
3선 연임 제한으로 2026년 지방선거에는
출마할 수 없었다.
최정호 제11대 익산시장은
전 국토교통부 차관이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결선에서
조용식 예비후보를 꺾고
4월 22일 후보로 확정됐으며
본선은 조국혁신당과
무소속 후보를 포함한 4파전이었다.
2026년 7월 1일 익산예술의전당에서
취임식을 열고 민선 9기를 시작했다.
취임사에서 제시한 핵심 과제는
KTX 익산역 중심의 광역복합환승센터,
반도체 특화단지와 AI 스타트업 창업혁신센터,
국가식품클러스터 2단계와 영농형 태양광이었다.
문화와 관광은 언급되지 않았다.
시점을 대조하면 다음과 같다.
2026년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공모 접수 마감은 2025년 7월 25일,
심사와 선정은 2025년 8월과 9월이었다.
따라서 이번 행사의 기획과 신청은
정헌율 시정에서 이뤄졌다.
실행과 개막식은 취임 두 달 된
최정호 시정이 맡았다.
2025년의 공모 탈락 역시
정헌율 시정 마지막 해의 사안이다.
바카라임의 귀속 주체가 분리돼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두 시정 어느 쪽도
2025년의 공백을 설명하지 않았다.
'5회째'라는 표현만 남았다.
전임 시정에 확인해야 할 사항은
2025년 탈락 사유와 재선정을 위해
기획의 무엇을 변경했는가다.
현 시정에 확인해야 할 사항은
공백을 밝히지 않은 경위와,
취임사에서 문화·관광을 제외한
시정 기조에서 이 사업의 위치다.
또 하나 검토할 대목이 있다.
올해 보도자료들은 유튜브 예능
'풍향중'의 누적 조회수 2천만 회를 근거로
미륵사지의 화제성을 강조했다.
시는 그 화제성을 미디어아트로 연결해
전국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유산 자체의 가치가 아니라
외부 콘텐츠의 인기를 유인으로 삼겠다는 서술이
공식 자료에 명시된 셈이다.
단기 유입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지속가능성은 별개 문제다.
해당 프로그램의 인기가 소멸한 뒤
무엇이 남는가에 대한 계획은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제2부에서 확인한 팀랩과
아르떼뮤지엄 뉴욕점의 대비가
여기서 다시 유효하다.
고유 콘텐츠를 축적한 쪽은 목적지가 됐고,
외부 소재에 의존한 쪽은 경유지가 됐다.
행사장을 채우는 인구 구성에도
슬롯적 배경이 있다.
주간경향이 2026년 8월 보도한 5개국 비교조사를 보자.
한국과 중국과 일본과 미국과
스페인 청년 8,242명이 대상이었다.
한국과 미국과 스페인 조사는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바카라대학원
김조은 교수 연구팀 의뢰로
퀄트릭스가 2024년 5월에,
일본과 중국 조사는 언더스코어 의뢰로
데이터스프링코리아가 2026년 7월에 진행했다.
5개국 모두 같은 질문과
분석 기준을 적용했다.
한국의 미혼 18세에서 39세 청년 중
55.4%가 연애에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았다.
일본 54.2%,
미국 35.8%,
스페인 29.2%,
중국 24.7% 순이었다.
한국 여성은 60.8%로
5개국 남녀 통틀어 최고였으며
한국 남성은 47.7%였다.
취업 여부와 소득 수준 등
경제적 여건이 연애 경험과 관심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조사도 방향이 같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청년의 연애와 결혼 그리고
성 인식 조사'에서 청년의 65.5%가 비연애 중이었고
그중 70%가 자발적 선택이라고 답했다.
남성 61.4%,
여성 82.5%다.
비연애자 중 46.7%는
연애 의향 자체가 없다고 했다.
비용 구조도 변화했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오픈서베이를 통해
MZ세대 미혼남녀 1천 명에게 조사한 결과
1회 평균 데이트 비용은 7만 9,600원이었다.
남성 9만 800원,
여성 6만 8,400원이며
20대 7만 7,400원,
30대 8만 1,800원이다.
적절한 부담 비율로는
남녀 모두 5대 5를 가장 많이 꼽았다.
38.8%였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2025년
'2030 남녀 연애 인식 및 행태 조사'에서는
남성의 78.8%가 공평하게 나누는 연인을 선호했다.
전적으로 담당하는 연인은 21.2%였다.
여성도 더치페이형 56.8%가
총무형 43.2%를 앞섰다.
해외도 동일한 압력을 받는다.
BMO금융그룹 조사에서
의상과 교통과 식사를 포함한
1회 평균 데이트 비용은 189달러,
약 28만 원으로 전년 대비 12.5% 증가했다.
Z세대의 50%,
밀레니얼 세대의 40%가
데이트 비용이 재무 목표 달성을
방해한다고 답했다.
이용자 절반이 Z세대인 데이팅앱 힌지가
코스 추천 기능을 분석한 결과
커피와 공원 산바카라과 보드게임 같은
저비용 코스의 수요가 많았다.
정리하면 연애 인구는 감소하고,
연애하는 경우 비용을 분담하며,
코스는 저비용 쪽으로 이동한다.
동시에 새로운 경험에 대한 수요는 유지된다.
통상적인 카페와 영화관이 아닌 장소,
촬영해 게시할 만한 장소에 대한 수요다.
무료 개방이고,
어두운 배경에 강한 색이 있고,
인물을 실루엣으로 배치해도
구도가 성립하는 공간.
릴스와 쇼츠에서
체류시간을 확보하는 조건과 정확히 겹친다.
지역 미디어아트는 그 교집합에 위치한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아르떼뮤지엄은 관람객이 사진을 촬영하며
스스로 작품의 연출자가 되도록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을 연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가 아닌 관람객의 눈높이에서
몰입감을 조성하는 것이 전략이었다.
관람객이 곧 홍보 채널이며
마케팅비가 콘텐츠 안에 내장돼 있는 구조다.
다만 함정이 있다.
새로움을 판매해 성립한 시장인데
형식이 동질화되면 새로움이 가장 먼저 소진된다.
상설관이 18개월에서 24개월마다
작품을 교체해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동일한 것을 두 번 관람하지 않는다.
명화가 절반을 넘는 현재 구조에서는
교체해도 반 고흐 다음이 모네다.
데이트 코스가 매번 유사해서 선택된 대안이,
수년 뒤 또 다른 유사한 선택지가 된다.
국내 문화 소비 지형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는
전국 만 15세 이상 1만 40명을 대상으로
2024년 8월 1일부터 2025년 7월 31일까지 진행됐다.
문화예술행사 직접 관람률은 60.2%로
전년 대비 2.8%포인트 감소했다.
분야별로는 영화 50.6%,
대중음악 및 연예 15%,
미술 7.7%,
뮤지컬 5.8% 순이다.
하락은 영화가 주도했다.
영화는 6.4%포인트 급락했다.
반면 대중음악은 0.4%포인트,
미술은 2.1%포인트 상승했다.
전체가 감소하는 가운데 미술만 증가했다.
직접 관람 횟수는 연 2.4회로 0.2회 감소했으나
간접 관람률은 72.0%로 0.4%포인트 상승했다.
화면으로 관람하는 인구가 현장을 방문하는 인구보다 많다.
더 중요한 지표가 있다.
문화예술행사 참여율이 5.8%로 1.1%포인트,
문화예술교육 경험률이 8.6%로 2.2%포인트 상승했다.
단순 관람은 줄고
직접 참여하는 주체적 활동이
늘고 있다는 것이 문체부의 분석이다.
미륵사지에 관람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체험형 콘텐츠가 증가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한편 미술시장 거래액은 반대로 움직였다.
2023년 국내 미술시장 거래 규모는
약 6,69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 감소했으며
거래 작품 수는 15% 줄어 5만 160여 점이었다.
경매는 더 선명하다.
2023년 열 개 경매사가 278회를 열어
2만 8,212점 중 1만 4,067점을 낙찰시켰다.
낙찰률 49.9%,
낙찰총액 1,492억 5천만 원이었다.
2024년에는 259회에
2만 3,474점 중 1만 963점,
낙찰률 46.7%,
낙찰총액 1,127억 5천만 원으로 하락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진단은 일관된다.
거래는 조정 국면인데
관람객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분리되고 있다는 의미다.
미디어아트 전시가 성장한 자리가 정확히 그 틈이다.
작품을 구매하지 않는 인구가 경험에는 지출한다.
무료 행사라면 진입 장벽은 더 낮아진다.
21. 반론: 지자체 측 사정의 기록
논의의 균형을 위해
사업 주체 측 조건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지방 재정 여건에서 국비 매칭 사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신규 건축물을 수반하지 않고
유적을 그대로 활용하는 방식은
하드웨어 중심 관광개발보다 물리적 개입이 적다.
이 점에서 이 사업 형식 자체는 보존 관점에서
상대적으로 온건한 선택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
관람객 집계의 부정확성도 지자체만의 바카라임은 아니다.
무료 개방 유적에서 정확한 인원을 집계하려면
게이트나 계측 장비가 필요하며
그 자체가 경관과 접근성을 훼손한다.
전국 단위 집계 인프라가 부재한 상황에서
개별 지자체에 정밀 통계를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부담일 수 있다.
미디어아트 산업분류의 부재 역시
통계청과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사안이다.
유산영향평가와 빛공해 방지법의 적용 여부가
불분명한 것도 제도 설계의 문제에 가깝다.
지자체가 적용 대상 여부를 스스로 판단해
자발적으로 평가를 수행할 유인은 크지 않다.
즉 현재의 상태는 특정 지자체의 태만보다
제도 설계의 공백과 성과 측정 인프라의 부재가
누적된 결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다만 그 공백이 설명 바카라임까지 면제하지는 않는다.
2025년 탈락 사실의 생략,
감사원 통보 사항의 이행 여부 미공개,
부정된 설화의 역사적 서사 표기는 제도 공백과 무관하게
개별 행정 주체의 선택에 속한다.
지금까지의 검토에서 도출되는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성과지표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무료 개방 행사에서 육안 추산 관람객 수는
성과지표로서 신뢰도가 낮다.
통신 기지국 기반 방문자 데이터와
카드 소비 데이터를 병용한 표준 집계 방식이
사업 공모 단계에서 제시돼야 한다.
국가유산청이 12개 개최지에 공통 적용하면
개최지 간 비교도 가능해진다.
둘째, 세계유산 사업에는 외국인 관람객 비율이
핵심 지표로 포함돼야 한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의 전파가 명분이라면
국제적 도달률은 부수 지표가 아니다.
셋째, 에너지 소비와 폐기물 처리 내역이
정산보고 항목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
국가유산 경관 개선 지원과 국가유산 미디어아트가
같은 예산서에 병기되는 이상,
두 사업의 환경 영향은
대조 가능한 형태로 관리돼야 한다.
넷째, 유산영향평가의 적용 범위에
반복적 야간 연출이 포함되는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일본 지침이 완충지역 바깥의 경관 영향까지
포섭한 사례가 참고가 된다.
다섯째, 빛공해 방지법상 조명환경관리구역 지정
여부와 빛방사 측정 이력이 공개돼야 한다.
법이 이미 존재하는 사안이다.
여섯째, 미디어아트의 산업분류 신설이 필요하다.
정부가 연 109억 원을 투입하는 분야의 시장 규모를
해외 민간 조사기관 수치로 답하는 상태는 정상적이지 않다.
일곱째, 감사원 통보 사항의 이행 결과가 공개돼야 한다.
이는 이 사업의 문제가 아니라 유산 관리 일반의 문제다.
시그니처 콘텐츠의 명칭은
'리본: 목탑의 귀환'이다.
서탑과 동탑 사이 중앙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목탑을 대형 LED와 입체 영상으로 밤하늘에 세운다.
되살린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 글이 확인한 사항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이 탑은 20년에 걸쳐 해체됐고
225억 원이 투입됐다.
감사원은 그 복원이 원형과 달라졌다고 지적하고
구조안정성 검증을 통보했다.
그 검증 결과는 공개된 바 없다.
이 탑에서 출토된 유물은
이 도시의 대표 설화를 부정했다.
도시는 그 설화로 여전히 축제를 운영하며
이를 역사적 서사로 표기한다.
이 행사는 2025년 국비 공모에서 선정되지 않았다.
그 사실은 어떤 보도자료에도 기재돼 있지 않다.
관람객은 5만에서 16만으로 증가했다고 발표됐으나
집계 방법론을 검증한 기관은 없다.
이 사업의 명분은 세계유산의 가치를 알리는 것인데
외국인 관람객을 집계한 개최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유산영향평가 제도는 2024년에야 시행됐고
이 행사가 대상인지조차 불분명하다.
빛공해 방지법은 존재하지만
이 행사에 적용된 기록은 확인되지 않는다.
미디어아트는 국내 산업분류에 존재하지 않는다.
2026년 이 사업의 국비는 109억 원이며
개최지는 열두 곳으로 확대됐다.
그 위에 빛으로 목탑을 세운다.
사라진 것을 되살린다고 한다.
되살리는 대상이 무엇인지는 특정되지 않는다.
없어진 목탑인가?
부정된 설화인가?
혹은 애초에 확인된 적 없는 무엇인가?
이 사업 자체를 부정할 근거는 없다.
유산을 현대적 매체로 매개하려는 시도는 정당하며,
지역 재정 여건에서 국비 사업을 유치하는 것 역시
합리적 선택이다.
다섯 차례의 개최가 축적한
운영 역량도 실재한다.
문제는 검증이다.
공적 자금이 투입되고
세계유산이 무대가 되는 사업에서,
성과는 추산으로 발표되고
법적 검토는 이뤄졌는지 알 수 없으며
불리한 사실은 기재되지 않는다.
검증 수단이 없어서가 아니다.
한국관광 데이터랩과 지방재정365와
나라장터와 정보공개포털이 모두 열려 있다.
빛은 대상을 드러내지만
그 주변을 더 어둡게 만든다.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 화면이 그렇듯,
육안에는 보이는데 기록에는 남지 않는 것이
이 사업에도 존재한다.
다섯 번째 행사는 9월 27일 종료된다.
그 이후 남는 것은 장비가 철거된 절터와,
검증되지 않은 숫자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