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궁을 소개합니다.
피융~
시가 날아갔는데 잘 놓았는데 옆 과녁에 불이 들어왔다. 어! 놓는 순간 거리가 좀 멀게 느껴지긴 했다. 4번째 과녁 앞에 일곱 명이 늘어서는데 끝자락에 서다 보니 우측 5번째 과녁을 보고 쏘고 말았다. 명중을 해도 명중이라고 볼 수 없다.
중앙에 선 사람이야 직선이지만 끝 자락 1, 2번째나 6, 7번째에 선 사람은 자칫 과녁을 헷갈릴 수 있다. 남은 4발은 제대로 보고 놓았고 불이 켜졌다. 몰기다. 그러나 몰기면서도 몰기가 아니니 원참 이렇게 아까울 수가.
귀신에 홀린 듯한 찰나의 착각. 이런 일은 실전 대회에서도 간혹 일어난단다. 옆 사람들이 인정해주지 않아도 몰기라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뜻한 대로 표적을 보고 쏘았고 명중했으니 몰기 아닌가. 많이 쏘다보면 갈수록 지쳐서 만작을 하지 못해 불발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고 보니 마칠 즈음에 몰기를 했다. 첫 몰기 역시 까만 밤하늘을 보며 귀신에 홀린 듯 막순(9 순)에 몰았고 두 번째 몰기역시 저녁 마지막 순(6 순)에 들어갔다. 그러니 체력은 준비된 셈이리라.
첫 몰기는 대단했다. 정에서 현수막도 달아주고 몰기패를 만들어 줬을 뿐 아니라 타 정 방문자들까지 축하 인사를 했다. 도처에서 열리는 전국대회에 갈 수 있게 됐고 한 발도 맞지 않는 날에도 차분해졌다. 아이러니한 마음의 변화다. '뭔가 하나를 해 낸 느낌' 색다른 자신감, 불명확하고 회의적이기만 했는데 '아 되는구나' 하는 형체가 잡히는 듯한 착각.
이제 더 큰 산에 직면한다. 승단 시험이다. 억지인지 덕분인지 따라나서게 되는 시험이다. 세상사 마찬가지겠지만 산너머 산이 이런 것이렸다.
첫 몰기를 하기까지 고민도 많았다. 아무리 쏘아도 불발되는 활을 들고 어느 한 날부터 아예 하얀 운동화(활 대회에서 신어야 하는 신발)를 신고 출퇴근했다. 이쪽저쪽 도합 14명이 늘어서서 시를 놓는데 누군가 내 성적을 중계를 한 덕이다. 그 창피함에 몰기하기 전에는 흰 신을 벗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한 겨울에 부츠를 벗어놓고 운동화를 신고 다녔다. 하얀 신이 거무죽죽 해 질 무렵 5발이 다 들어갔다. 3달에서 일주일가량 모자라는 날에 처음으로 몰았다(5발 명중).
퇴임 이후에 배울 요량으로 입문한 활이 일상에 훌쩍 들어왔다. 팽팽한 활시위만큼이나 어깨도 시간도 팽팽하게 빈틈이 없다. 뜻대로 되지 않는 화살 방향에 기운을 모으는 게 은근히 재미있다. 피융~~ 시도 날리고 불안함도 날리고 의문도 욕심도 날린다. 이러다가 시간까지 다 날려버리는 건 아닌지. 몰입감 최고, 스트레스 해소 최고, 스스로와 싸워 이기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멋진 운동 국궁을 권하고 싶다. 피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