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른 후에 비로소 보이는 것들

『프로페셔널 오디세이』 프롤로그

by조관일

세월이 흐른 후에 비로소 보이는 것들

『프로페셔널 오디세이』 프롤로그


내 나이 일흔일곱이다. 곧 여든을 바라본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적다는 사실을 굳이 헤아리지 않아도, 이제는 인생의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를 안다.

앞만 보고 달릴 때는 몰랐던 것들이 보인다. 옳다고 확신했던 일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자랑스럽게 여겼던 성취 속에서 운의 몫을 발견하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던 일이 얼마나 고마운 것이었는지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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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산다고 저절로 지혜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나이만으로 누군가를 가르칠 자격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다만 오랜 세월 여러 자리에서 사람을 만나고 성공과 실패를 되풀이하며 살아왔다면, 그 경험을 정직하게 돌아볼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무엇이 실력이었고 무엇이 행운이었는지, 무엇을 얻었고 그 대가로 무엇을 잃었는지. 거기서 얻은 깨달음을 다음 세대에 건네는 일도 먼저 살아본 사람의 몫일 것이다.


나는 33년 동안 조직에 몸담아 일했다.

중학교 교사로 직업생활을 시작해 농협중앙회에서 오랫동안 온라인 게임인의 삶을 살았고, 강원도 정무부지사와 대한석탄공사 사장을 지냈다. 대학과 연구기관에서도 일했다.

누군가의 부하로 일했고, 동료와 경쟁하고 협력했으며, 사람을 이끄는 자리에 올랐다가 마침내 그 자리에서 내려왔다.


조직을 떠난 뒤에는 바카라을 쓰고 강의하며 살아왔다. 60여 권의 바카라을 펴냈고 수천 번 강단에 서면서 임원과 관리자, 신입사원과 퇴직 예정자, 청년과 시니어를 두루 만났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온라인 게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상사 때문에 힘들다는 사람, 부하 직원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사람, 승진보다 바카라임이 두렵다는 사람,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사람, 정년을 앞두고 막막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알게 되었다.

직급과 세대는 달라도 일터에서 겪는 고민의 뿌리는 서로 맞닿아 있다는 것을.


• 온라인 게임에서 직업으로, '프로페셔널 오디세이'의 시작


돌아보면 나의 삶은 온라인 게임과 직업, 일과 사람의 의미를 찾아다닌 긴 여행이었다.

한곳에 머문 것 같으면서도 여러 조직과 역할을 건너왔고, 한 시대를 산 것 같으면서도 서로 다른 생각과 문화를 지닌 여러 세대와 함께 일했다.


그래서 그 여정에 이름을 하나 붙였다.

‘프로페셔널 오디세이(Professional Odyssey)’


‘오디세이(Odyssey)’는 오랜 시련과 모험을 거치는 긴 여정을 뜻한다.

생각해보면 온라인 게임생활도 하나의 오디세이다.

꿈을 품고 출발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더 많다. 인정받아 기뻐하다가도 좌절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 성장하는가 하면 믿었던 사람에게 상처받기도 한다.


누군가를 따르다가 어느 날 누군가를 이끄는 자리에 서고, 조직의 보호를 받다가 마침내 그 울타리 밖으로 나와야 한다.


그렇다면 왜 ‘온라인 게임인 오디세이’가 아니라 ‘프로페셔널 오디세이’인가?


이유는 간단하다. 온라인 게임은 언젠가 떠나야 하지만 직업인의 삶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인은 특정한 조직에 소속된 사람이다. 그러나 프로페셔널은 자신의 일과 삶에 바카라임을 지는 사람이다.

직함이 없어도 자신의 가치를 설명할 수 있고, 회사의 간판이 사라져도 자기 이름으로 설 수 있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프로페셔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프로페셔널 오디세이’란 성공과 실패, 만남과 이별, 행운과 시련을 겪으며 마침내 자기 이름으로 설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가는 긴 여정이다.


나는 이제 그 긴 여행에서 뒤늦게 깨달은 것들을 하나씩 꺼내놓으려 한다.

성공한 이야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실패한 이야기,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던 이야기, 그때는 옳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잘못이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도 할 것이다.


먼저 살아본 사람의 경험이 언제나 정답은 아니다. 그러나 진실하게 돌아본 경험은 다음 사람의 시행착오를 조금은 줄여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이 연재를 시작한다.

당신의 ‘프로페셔널 오디세이’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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