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7.4~5
올해는 54년 만에 찾아온 7월 장마라고 한다. 원래는 6월 20일경 장마가 시작되고 7월에는 본격적인 여름 더위가 찾아오는데, 올해는 늦장마다.
늦장마가 오면 비 피해가 더 심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머릿속에는 온통 농작물 생각뿐이었다.
특히 감자를 캘 시기가 다가오니 혹시 비가 많이 와서 감자가 썩지는 않을까, 비 때문에 수확을 못 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
토요일에 밭에 가보니 다른 분들은 이미 감자를 거의 다 캐 갔는지 감자밭이 휑했다.
남편과 급한 마음에 토요일에 절반 정도를 캐고, 다음 날 나머지 절반을 수확했다.
감자를 처음 캐보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배워가며 수확했다. 호미로 흙을 살살 파내야 한다는데, 초보인 나는 감자가 어디서 튀어나올지 몰라 조심스러웠다. 감자 줄기 주변을 먼저 살살 파낸 뒤 손으로 흙을 헤치며 감자를 하나씩 찾아냈다.
그런데 감자 캐기가 생각보다 힘들었다. 쪼그리고 앉아 작업해야 하니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어깨도 뻐근했다. 얼마 하지도 않았는데 허리를 몇 번이나 폈는지 모른다. 5분도 안 되어 얼굴에는 땀이 범벅이 되어 뚝뚝 떨어졌다.
하지만 알이 굵은 감자가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힘듦은 금세 사라졌다. 어느새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났다.
흙 위에 줄지어 놓인 감자들을 바라보니 나눠 줄 지인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온라인카지노에서 만난 작가님들도 생각났지만 주소를 여쭤보기도 조심스럽고 개인정보 문제도 있어 마음만 전하기로 했다.
집으로 가져온 감자는 신문지를 깔고 말리기 시작했다. 감자는 빛을 보면 싹이 나기 때문에 최대한 빛이 들지 않도록 신경 썼다.
김장용 비닐 위에 신문지를 깔고 감자를 올린 뒤 다시 신문지를 덮었다. 베란다가 좁아 거실 바카라상 밑에도 종이박스를 깔고 감자를 널어 두었다. 그리고 이불을 빨래집게로 고정해 커튼처럼 만들어 빛을 차단했다.
월요일 아침에는 감자 포장을 시작했다. 마침 남편이 오전에 시간이 되어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었다.
식구가 가장 많은 밥상친구에게는 10kg, 이번에 아들을 군에 보낸 지인과 낙산 템플스테이를 함께 다녀온 지인, 금융상담사로 일하는 지인에게는 각각 5kg씩 보내기로 했다.
문제는 상자였다.
집에 있는 박스들이 모두 크기가 달랐다. 우체국에서 새 상자를 사 오려했지만 그러면 시간이 두 배는 걸릴 것 같았다. 그래서 분리수거하려고 모아 두었던 상자들을 뒤져 포장을 시작했다. 그래서 지인마다 보낸 감자의 양은 택배 상자의 크기로 인해 제각각이 되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택배 받은 지인마다 받은 그 무게가 가장 최적이었음을 알게 되어 신기했다.)
마침 비도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감자에 비를 맞히면 안 된다는 생각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포장을 마쳤다.
덕분에 택배 상자들은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이었다.
감자를 담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일 좋은 것부터 골라 넣게 되었다. 작거나 모양이 특이한 감자는 우리가 먹고, 지인들에게는 가장 좋은 감자를 보내고 싶었다.
우체국에 도착하니 다행히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어르신들이 박스를 포장하며 택배를 접수하고 계셨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던 한 어르신이 포장하는 사람들을 보며 말씀하셨다.
"다들 감자 붙이러 왔나 보네."
그 말에 웃음이 났다.
마침 주소를 적고 있는데 직원분이 물으셨다.
"내용물이 뭐예요?"
"감자예요."
"이거 다 감자예요?"
"네."
생각해 보니 농사지은 감자를 택배로 보내는 경험은 내 인생 54년 만에 처음이었다.
수확량은 총 45kg 정도였다. 아주 작은 감자까지 모두 가져온 양이니, 실질적으로는 40kg 정도 될 것 같다.
지인들에게 30kg 가까이 보내고 남은 감자로는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만들어 먹을 생각이다.
택배를 보내고 나오는데 괜히 뿌듯했다.
1년에 10만 원을 내고 시작한 텃밭.
처음에는 기대 반, 설렘 반, 걱정 반이었는데 생각보다 농사가 너무 잘되었다. 그리고 수확한 것을 지인들과 나누다 보니 그 기쁨이 생각보다 훨씬 컸다.
'나눔의 기쁨이 이런 것이구나.'
문득 부모님 생각도 났다.
부모님께서 농사지은 채소를 자식들에게 보내실 때도 이런 마음이셨을까.
건강하실 때 텃밭을 가꾸며 보내주셨던 농작물들이 떠오르자 가슴 한편이 잠시 뭉클해졌다.
다행히 비가 멈춘 시간에 우체국에 다녀올 수 있었고, 함께 땀 흘려준 남편도 참 고마웠다.
장마철이지만 텃밭의 작물들은 씩씩하게 자라고 있다.
대추토마토는 천천히 익어가고 있고, 고구마는 순이 인정사정없이 뻗어나가 이제는 잘라먹어야 할 정도다.
그나저나 다이소 7종과 콩은 요즘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다.
다음 주에는 그 녀석들부터 살펴봐야겠다.
오늘의 텃밭일기는 여기서 마친다.
다음에 또 만나요
오늘 한 일 :
✔ 감자 수확하기
✔ 감자 말리기 및 보관하기
✔ 지인들에게 보낼 감자 선별하기
✔ 감자 택배 포장 및 발송하기
다음에 할 일 :
✔ 고구마순 수확해 먹기
✔ 대추토마토 익은 것 따기
✔ 다이소 7종과 콩 상태 점검하기
✔ 장마 대비 텃밭 관리하기
한 줄 요약 :
감자를 수확하는 기쁨보다 나누는 기쁨이 더 컸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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