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만들 수 있다는 것과 팔 수 있다는 것의 차이
AI가 무엇이든 만들 수 있게 된 시대, 사업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까?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이 있다. 필요하다는 말이 우리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수요가 아니라는 점이다.
AI는 범위가 넓다. 사람마다 AI라고 부르는 것도 다르다. 누군가는 생성형 AI를 떠올리고, 누군가는 예측모델이나 업무자동화를 생각한다. 기존 서비스에 검색과 추천 기능을 추가하는 것도 AI라고 하고, 기업의 업무방식 전체를 바꾸는 것도 AI라고 한다.
같은 회의실에 앉아 이야기하면서도 서로 다른 것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기술적으로 어디까지 가능한지, 누가 개발하고 누구에게 판매할 것인지에 대한 공통된 정의 없이 사업계획부터 세워지기도 한다.
어떤 자리에서 “우리가 직접 만든 국내산 AI를 오픈AI에 팔겠다”는 목표가 나왔다고 해보자. 일반적인 사업의 언어로 들으면 공급자와 고객, 상품과 거래구조가 분명하지 않은 이야기다. 그러나 AI라는 단어가 붙으면 판단이 어려워진다. 지금은 불가능해 보여도 글로벌 기술시장에서는 가능한 모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오늘은 불가능해도 3개월 후에는 가능할지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획기적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기존의 생각을 토대로 해서 스스로 제한하는 것일까 봐 두려워진다.
AI는 이런 식으로 사업의 판단 기준을 흐리기도 한다. 기술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을수록 현실성이 낮은 계획과 과감한 도전을 구별하기 어렵다. 반대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사업성이 검증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과거에는 기술적 한계가 자연스러운 선별 장치 역할을 했다. 만들 수 없는 것은 애초에 계획에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AI는 이 장치를 약하게 한다. 개발 비용과 시간이 줄면서 가능한 것의 범위는 넓어졌지만, 회사의 자원과 고객의 관심은 여전히 유한하다.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는 시대에 모든 것을 만들려는 계획은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팔지 못하는 계획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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