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플랫폼은 데이터를 파는 곳이 아니다
진짜 플랫폼은 사람의 일을 대신해 줄 때 돈을 벌 수 있다. 플랫폼을 만든 공급자의 일을 대신할 수도 있고, 고객의 업무를 대신해 줄 수도 있다. 데이터 사업을 효율화하기 위해 플랫폼을 만들었다면 데이터사업팀 팀원들이 하는 일을 플랫폼이 대신해야 진정한 효율화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 심화된 맞춤형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 견적을 협상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우리 플랫폼에서 비슷한 게 됩니다”라고 말하는 것과는 다르다. 업무는 비슷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팀원이 하는 일을 대체하지 않고 아주 일부의 기능, 예를 들면 고정된 형태의 간단한 보고서를 만드는 일, 정해진 항목을 가지고 데이터를 조합하는 일로는 효율화가 어렵다.
그래서 데이터사업을 하는 팀원의 일이 정의되고, 이를 AI가 학습해서 플랫폼 위에서 이 업무들이 프로세스로 돌아가야 한다.
반대로 고객 관점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플랫폼 사업을 이야기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례가 있다. 바로 Shopify(쇼피파이)다. 많은 사람들이 Shopify의 성공 요인을 “쇼핑몰 구축 플랫폼”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Shopify가 돈을 벌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판매자가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올 이유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주문을 확인하고, 결제를 관리하고, 배송을 처리하고, 광고 성과를 보고, 고객을 관리한다. 새로운 기능이 추가될 때마다 판매자는 플랫폼 안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결국 Shopify는 판매자의 업무 공간이 되었다.
플랫폼은 고객이 일을 하기 위해 매일 들어오는 순간부터 돈을 벌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데이터 플랫폼은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데이터를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일까? AI 기능을 더 추가하는 것일까, 마케팅을 더 하는 것일까?
물론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AI금융빅데이터플랫폼이 가장 집중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바로 고객이 플랫폼을 열지 않으면 불안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자체 담당자에게는 관광객 소비 변화와 상권 이상 징후를 먼저 알려주고, 유통기업에게는 경쟁사 소비 변화와 고객 이동을 알려주고, 금융회사에는 업종별 소비 리스크를 먼저 알려주는 것이다. 고객이 데이터를 사러 오는 것이 아니라, “오늘 무슨 변화가 있었지?”를 확인하기 위해 플랫폼을 열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고객이 들어오면 MAU가 증가하게 되고 원인을 찾느라 데이터를 구매하면 수익이 증가한다. 고객이 어떤 징후에 반응했고 어떤 것을 검색했고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하는 정보들이 쌓이면 우리의 컨설팅 자산이 된다.
이런 데이터는 단순한 로그가 아니다. 다음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가 되고, AI를 더 똑똑하게 만드는 학습 데이터가 되며, 고객을 만나기 전에 고객의 관심사를 이해하는 가장 강력한 자산이 된다. 플랫폼은 데이터를 판매하지만, 결국 플랫폼 안에서 만들어지는 행동 데이터가 더 큰 자산이 되는 것이다.
많은 데이터 플랫폼이 아직도 데이터를 올려놓는 공간에 머물러 있다. 앞으로의 플랫폼은 데이터가 아니라 use-case가 들어가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겉으로 보면 사업이라는 한 단어지만, 실제로는 사람들의 여러 경험을 담고 있다. AI 시대의 플랫폼이 해야 할 일은 사람이 해왔던 사업의 경험을 플랫폼 안으로 옮기는 것이다. 견적도 AI가 제안하고, 고객 요구사항도 AI가 정리하고, 필요한 데이터도 추천하고, 적절한 분석 방법도 제안하고, 보고서 초안도 만들고, 비식별 기준도 검토하고, 마지막에는 다음 사업 기회까지 제안하는 플랫폼.
플랫폼의 답변에 어느 정도 신뢰가 쌓이면 사람에게 물어볼 때보다 더 편하게 물어볼 수 있을지 모른다. 우리가 gpt에 업무부터 여행, 투자, 사람 관계까지 온갖 정보를 넣고 물어보듯이 데이터를 잘 몰라서 부끄러워서, 예전에 물어봤는데 까먹은 것들까지 AI에는 더 편하게 물어볼 수 있다.
공급자의 업무와 이용자의 업무가 동시에 플랫폼 안에서 자동화되기 시작할 때, 비로소 플랫폼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하나의 비즈니스 생태계가 된다.
플랫폼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시장도 아직 크지 않다는 이야기도 많이 한다. 하지만 플랫폼을 바라보는 관점을 조금만 바꾸면 생각도 달라진다.
플랫폼에 마구잡이로 데이터만 올려서는 돈이 되기 어렵다. 데이터를 쌓더라도 품질이 좋은 데이터, 활용이 될 수 있게 표준화된 데이터, 각 항목에 설명이 달린 데이터가 필요하다. 데이터가 끊기지 않고 연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다는 개런티도 필요할지 모른다. 플랫폼에 데이터를 올려두고 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
돈 되는 플랫폼의 더 가까운 미래는 사람이 하던 일을 플랫폼으로 옮기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고객은 플랫폼을 반복해서 사용하게 되고, 반복되는 사용은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고, 새로운 데이터는 더 좋은 AI를 만들고, 더 좋은 AI는 다시 더 많은 일을 대신하게 된다.
플랫폼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사람의 경험과 업무가 AI를 통해 플랫폼 안에 축적되어 있는가에 달려 있다. 어마어마한 클라우드 비용을 내면서 플랫폼 문을 열어둘 것이 아니라,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으면서 고객 한 명을 모집할 것이 아니라 어떤 데이터인지 모르지만 데이터를 마구잡이로 쌓아 두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사업을 하는 사람을 플랫폼 안에 담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플랫폼이 진짜 돈을 버는 순간이고, AI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기 시작하는 출발점이다.
플랫폼의 경쟁력은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에 있다. 하지만 플랫폼으로 돈을 벌고 싶을 때 플랫폼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기능은 그 데이터를 어떻게 사업으로 연결해왔는지에 대한 경험이다. 그 경험이 AI를 통해 플랫폼 안에 축적되기 시작하는 순간, 플랫폼은 단순한 데이터 판매 사이트를 넘어선다.
사람 한 명의 경험이 아니라 회사 전체의 데이터 사업 경험이 축적되는 시스템이 된다. 그때부터 플랫폼은 사람을 도와주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과 함께 일하는 동료가 된다. 비로소 이때가 되면 플랫폼은 돈을 버는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내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