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움

뇌로의 암 전이

bymini


휴일,
당신은 딸과 함께 집에 머물다
문득 집 근처 둔치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고 했습니다.


얼마 가지 못해
세상이 기울 듯 어지러워
발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돗자리를 펼쳐
그 위에 몸을 누였다고 했지요.


지금까지는
잠시 서서 숨을 고르는 일은 있어도
그렇게 누워야 할 만큼은 아니었는데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가슴이 무너지는 소리를
조용히 안으로 삼키며
손으로 몇 번이고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이제는
혼자 산바카라을 나서는 일조차
허락되지 않는 시간이 온 것 같아요.


앞으로는
처음 겪는 순간들이
하나씩, 하나씩
우리 앞에 놓이겠지요.


얼마나 놀랐을까요.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얼마나 두려웠을까요.


그 마음을 생각하면
나는 그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채로
조용히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


이 글을 쓰는 시간들이
언젠가는
지나온 어둠을 건너온 기록이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은 이렇게
하루를 붙잡고, 마음을 눌러 적어 내려가지만
언젠가 이 문장들이
웃으며 꺼내 읽을 수 있는
지난날의 이야기로 남기를 바랍니다.


나는 믿을수 있습니다.
다시 걸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을,
다시 아무 일 없던 듯
햇빛 아래를 함께 걸을 수 있을 것을요.


그날이 오면
이 글을 조용히 건넬것입니다.


“당신이 이만큼을 지나왔다”고,
“나는 이만큼을 함께 기다렸다”고.


말로 다 하지 못했던 시간들을
이 종이 위에 담아
당신의 손에 올려놓고 싶습니다.


그러니 오늘의 눈물도
내일의 두려움도
모두 이 안에 남겨 두려 합니다.


언젠가
당신이 웃으며 읽게 될
우리의 지나온 시간으로.


부디,
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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