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5: #아방가르드-제로베이스, 7화

by카테난조





제로베이스와 어울리는 디스토피아 분위.png







Episode5:

#아방가르드-제로베이스, 7화






10. 여기가 어디지? 청송동은 아니다. 사방에서 크고 작은 굉음이 들린다. 총소리, 뭔가 터지는 소리, 사람들의 비명[661], 그리고 군인들인가? 그런데 진짜 여기가 어디야? 그리고 난 왜 이곳에?


“마지막이다.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마.”


뭐? 마지막?


“내 말 안 들리나? 안정호? 안정호?”


안정호? 그게 누구인데?


“정신 차리라고! 집중해!”


안정호라 불리는 인간이 쓴 헬멧을 세게 때린다. 이 무리를 지휘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선임으로 보이는 누군가가 안정호의 상황을 대변한다. 그나저나 왜 나를 안정호라 부르는가?


“죄송합니다. 팀장님, 세 번째 작전 투입인데, 대규모 소탕 작전이라, 긴장한 것 같습니다. 안정호! 집중해! 누군가의 실수는 팀원 모두를 위태롭게 한다!”


선임으로 보이는 그는 안정호를 잡고 흔든다. 심하게 날뛰던 심장 박동수가 제 속도를 찾는다. 마음을 전정한 듯 보인다. 안정호의 입술은 빠르게 떨어진다.


“죄송합니다! 잠시 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집중하겠습니다!”

“그래, 세 번째 임무라면, 충분히 혼란스러울 수 있다. 자네는 트리플엑스에서 기대하는 신입이다. 계속해서 이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보는 눈이 많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집중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상황을 유추하면, 나는 안정호다. 이유는 모른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잠시 주위를 둘러본다. 화염과 폭탄으로 뒤엉킨 무너진 건물 잔해를 가로질러 안정호는, 아니 나는 뛰고 있다. 검은 연기가 하늘을 삼켜 시야가 흐릿하다. 검은 연기를 타고 공기를 가르는 검은 재들. 그리고 퀴퀴한 이 냄새는 무엇인가? 무언가 타는 냄새다. 한 번도 맡은 향은 아니다. 오징어 냄새? 짐작하기 어렵다. 눈을 의심한다. 무너진 건물 사이로 보이는 사람들이 타는 냄새다. 안정호는 고개를 돌려 이 상황을 애써 거부한다. 고개를 돌려도 소용없다. 눈앞에 거슬리는 검은 재를 타고 고통의 메아리가 사방에 흩날려서다. 우리는 누구이고 그들은 누구인가?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로 참혹한 사건이 있었는가? 안정호는 허리를 숙인다. 헛구역질과 동시에 많은 토사물을 그의 입에서 토해낸다 괴로움, 역겨움 그리고 슬픔의 덩어리처럼 보인다. 이러한 광경을 보고 있다면, 누구나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괜찮나?”

“괜찮습니다. 이런 작전은 처음이라 긴장한 것 같습니다.”

“익숙해져야 한다. 그리고, 이번 작전만 잘 끝내면, 더는 이 정도의 대규모 소탕 작전은 없다.”

“백기를 든 디파퓰리스트까지 제거하는 게 상부의 지시입니까?”

“그렇다. 상부에서는 모든 디파퓰리스트의 제거를 원한다. 그게 대한민국을 새롭게 탈바꿈하는 길이라 믿는다.”

“그들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투항[662]하려고 손을 든 자에게도 총을 겨누는 게 옳은지 모르겠습니다.”

“안정호! 안정호 요원! 너한테 생각할 권리도 주어졌다고 생각하나! 우린 임무를 받는다! 실행한다! 그 두 가지만 한다! 임무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아! 그건 무조건 옳은 일이니까! 이미 계약서에 서명하고 선서까지 했잖아! 트리플엑스가 되기 싫었다면, 그때 포기했어야지! 팀장님에게 보고하지는 않겠다! 정신 차려! 여긴 전장이야! 적에게 무슨 동정[663]을 느껴! 너 디파퓰리스트야!”

“아닙니다! 다시는 그런 생각을 품지 않겠습니다!”

“긴장해! 그들을 가엾게 여길 때, 그들의 총알이 너의 머리에 박힌다! 알겠나! 저기 나둥그러진 시체들? 그게 너일 거라고 생각은 안 해!”


디파퓰리스트 소탕 작전으로 보인다. 기억 속에 이런 대규모 작전은 없다. 가만 보자, 혹시 2173년, 6월 6일 6시에 일어난 ‘화마지옥’? 정황상 그렇다. 그런데, 왜 이곳으로 보내졌을까? 그리고 안정호의 몸 안에서 그가 겪는 모든 감정을 느껴야 하나? 이 사람의 감정적 혼란은 심하다. 트리플엑스로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마음과 디파퓰리스트에 연민을 느끼는, 서로 어울려서는 안 되는 불협화음을 겪는다. 그의 심리 상태는 옳고 그름의 잣대가 어그러져 보인다. 그가 믿었던 양심으로는 현재 벌어지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 삶의 방향이 무너져,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이 모호해지면, 정신이 극도로 피폐[664]해진다는 사실은 새삼 놀랍다. 그런데 그가 겪는 상황이 이리도 혼란스러운 경험일까? 디파퓰리스트는 나쁘다. 디파퓰리스트는 악의 무리다. 적어도 난 그렇게 믿는다. 그래서 안정호의 심리적 갈등은 다소 답답하다. 더군다나 이렇게나 나약한 정신으로 트리플엑스? 쯧쯧쯧, 지나가던 개가 웃는다. 선임에게 아닌 척하면서, 대답은 시원스럽게 한다. 거짓말이다. 안정호 스스로 이 상황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어쩌면, 예상을 깨는 어리석은 선택을 할지도. 그러한 불안감은 점점 증가한다. 난 알 수 있다. 내가 바로 안정호니까. 그러한 상황이 정말로 온다면, 나는 안정호를 막을 수 있을까?


“잔당은 어디에 있습니까?”

“C11 지역이다. 국가를 야금야금 파먹어 전염병을 옮기는 쥐새끼들이다. 이번에 싹 쓸어야 한다. 선량한 시민이 그들에게 더는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 쥐새끼를 소통할 때 절대 눈을 바라보지 마라. 눈을 통해 오염된다는 소문이 있다.”

“눈, 말씀입니까? 무슨 오염을 말씀하는 겁니까?”

“최면술을 부린다는 소문이 있다. 그들의 눈을 바라보면, 그들도 디파퓰리스트로 변한다는 요상한 소문. 여하튼 실수는 용납이 안 돼! 알겠나!”


기억난다. 생체반응이 일시에 사라진 C11의 미스터리. 그리고 666명 시체. 아직 안정호는 모른다. 그 지역에 거주하는 디파퓰리스트를 모두 제거한다는 사실을. 긴장, 초조, 갈등, 근심, 혼란 등 온갖 부정적 감정으로 뒤섞인다. 그리고 공포라는 결정체를 만든다. 안정호의 내면 상태다. 그가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곳에 온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알릴 수 있을까? 그는 나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한다. 그는 내가 아니지만, 결국 그는 나다. 설명하기 어려워도 그렇다. 그의 붕괴는 곧 나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에게 경고하고 싶다. 버티라고 말하고 싶다. 이겨내라고 말하고 싶다. 외면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난 그의 미래라서다. 안정호에서 김준서로 살아가는 이유가 궁금하지는 않다. 김준서로 살라고 추천하고 싶지도 않다. 현재의 삶은 그에게 내세울 게 없어서다. 독신세의 연체로 청송동으로 밀려난 기댓값 없는 슬롯의 엑스트라. 그게 나다. 그래서 그가 잘 극복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김준서로 살아가기를 바라지 않는다. 오늘을 잠시 멈추고 싶다. 그래야 다가오는 현재를 다시 쓸 수 있어서다.


“생체반응이 있습니다.”

“그래, 이제 마지막인가? 징글징글하다. 바퀴벌레처럼 끊임없이 나온다.”


안정호

내 말 들려?


안정호의 반응은 없다. 다시 한번 해보자.


안정호

내 말 들려?




11. 안정호의 반응은 없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신체 중 일부를 사용할 수 있을까? 무엇부터 해야 하나? 일단, 안정호의 움직임을 관찰하자. 그 후에 그를 통제할 수 있을지를 시험해야 한다.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왼팔을 들어 머리를 긁으려 한다. 마음의 소리는 머리 안쪽에 있는 커다란 뇌로 향한다. 뇌의 앞쪽과 위쪽 부분에서 잠시 마음의 소리는 머문다. 미세한 정전기가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전기 신호로 각성해 반짝이기 시작한다. 왼팔을 움직이겠다는 의도를 뇌에 전달한 듯하다. 전기 신호는 작은 팅커벨처럼 몸 안을 자유로이 날아다닌다. 팅커벨은 뇌줄기를 지난다. 머리 뒤쪽에 있는 척수로 향하는 중간 휴게소에 머문다. 그리고 팅커벨은 누군가에게 명령한다.


왼팔을 들어.


명령을 받은 짧고 나뭇가지처럼 뻗은 돌기는 번쩍인다. 쾌나 흥분한 듯 보인다. 마치 오늘만을 기다린 것처럼. 돌기는 한 줄기의 번개 구름을 타고 빠르게 팅커벨의 명령을 따른다. 어깨와 팔에 푸른 빛이 감돈다. 무언가 분비된다. 약간의 생선 비린내가 난다. 그리고 그 생선 비린내 나는 분비물은 놀라운 일을 진행한다.


근육아, 숨을 쉬거라.


왼쪽 팔과 어깨의 근육 세포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명령받은 지시를 따른다. 무색무취의 또 다른 분비물은 근육 세포를 자극해 근섬유의 길이를 좁힌다. 어깨가, 팔꿈치가, 손목이 차례로 움직인다. 그리고 왼팔을 들어 가려운 부위를 긁는다. 이제 그를 잠시 통제하련다.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그에게 땅바닥에 떨어진 돌을 줍게 한다. 실패한다. 돌을 줍지 않는다. 통제권을 주지 않으려 저항한다. 명령을 반복한다. 드디어 따른다. 돌을 줍는다. 나를 느낀 듯. 그리고 땅바닥에 무언가를 적게 한다.


멈춰.


안정호는 내 부탁을 한참을 바라본다. 말하지 않아도 행동하지 않아도 된다. 무슨 생각인지 누구보다 빠르게 느끼니까. 바닥에 그의 생각에 대한 답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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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낮에는 한글을 쓰며 밤에는 카테 잉글리시 영어작문을 가르치는 “하키토브”와 "나는 B급 소피스트입니다."를 집필한 안정호입니다. 많은 이와 즐거운 소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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