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아침 작가모임에서
오늘 아침,바로 8월30일이다
《일상과 문장 사이》 라는 이은대 작가님의 바카라을 주제로 진행하는
백작부족 공부방 줌에 들어갔다.
내가 처음으로 입성한 작가의 모임.
함께 바카라을 읽고, 문장을 소리 내어 낭독하다가
이상하게 마음에 걸리는 한 문장을 만났다.
“붉은 노을이 창밖을 스치면 갑작스럽게 무거운 쓸쓸함이 몰아닥친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바카라 속 창밖이 아니라, 오래전 어느 봄날의 바닷가에 서 있었다.
오도의 노을이었다.
봄날의 저녁 바다는 이상하리만큼 아름다웠다.
하루가 저물어가는 하늘은 붉게 물들고,
바다는 그 빛을 고스란히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멋진 풍경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황홀해질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도 그 황홀함의 한가운데에는
쓸쓸함이 함께 밀려왔다.
아름다운데 외롭고,
행복한데 마음 한구석이 시렸다.
나는 그때 한참 동안 노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속으로 말했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나아질 거야.”
그때의 나는 아직 1인 기업이라는 것도 몰랐고,
내 인생이 어디로 흘러갈지도 알지 못했다.
그저 막연하게
내일을 상상했다.
조금 더 괜찮은 나.
조금 더 나아진 삶.
조금 더 환하게 웃는 내일.
그런데 오늘 바카라을 읽다가
또 하나의 문장을 만났다.
아프신 아버님이 수술을 받으셨고,
딸은 아버지에게 말했다고 한다.
“내일만 지나면 다 괜찮아질 거야.”
마치 주문처럼.
그 말이 씨앗처럼 마음에 심어졌고,
수술은 잘되었고,
아버님은 조금씩 회복해 가셨다.
그리고 봄이 오고,
상처가 아물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상처가 봄에 씻겨서…
그래서 봄비인가 보다.”
그 문장을 읽는데
나는 다시 오도의 노을을 떠올렸다.
그때 내가 했던 말도
어쩌면 하나의 주문이었을까.
“내일은 더 나아질 거야.”
그 말을 하며 바라보았던 붉은 노을.
나는 그때 몰랐다.
그 노을을 바라보던 내가
훗날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배우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고,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어가게 될 줄은.
어쩌면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미래의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날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괜찮아.
내일은 더 나아질 거야.
그렇게 말해주었던 것처럼.
그래서 오늘 다시 만난 붉은 노을의 문장이
유난히 마음에 오래 남는다.
아름다움과 쓸쓸함은
어쩌면 서로 반대편에 있는 감정이 아닐지도 모른다.
너무 아름다운 순간에는
그 순간이 지나갈까 봐 쓸쓸하고,
너무 간절한 순간에는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바라보게 되니까.
나는 오늘도
그때의 나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잘했어.
그날의 노을을 바라보며
내일을 믿어줘서.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도 말해준다.
괜찮아.
아직 우리의 내일은 끝나지 않았으니까.
오도의 붉은 노을처럼
오늘도 삶은 저물어가지만,
저문다는 것은
끝난다는 뜻이 아니라
다시 새로운 아침을 준비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