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결핍과 치유에 관하여
피부과 현장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화장품 비즈니스를 운영하며 나만의 공간 로샤뷰티라운지를 만든 사람. 세상은 나를 성공한 8년 차 뷰티 디렉터라고 부른다.
현장에서 다져진 노련함과 화장품 비즈니스를 이끄는 경영자의 타이틀 하지만 이 화려한 수식어 뒤에는
사실 지독하게도 무채색이었던 나의 결핍이 자리하고 있다.
1. 무채색의 시간, 결핍이 건넨 질문
슬롯복지와 심리를 공부하면서 나는 타인의 아픔을 돌보는 법을 배웠지만 정작 내 안의 빈자리는
채우지 못했다.
36년 전의 시간 속에서의 나는 생기를 잃은 모습이었다.
마치 살아있지만 아무런 목표도 목적도 그리고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미도 없었던 삶이었다.
이 부분은 단지 태어난 곳에 대한 환경도 있지만 조국에 대한 개념도 포함된다.
그리고 그 후로부터 도전하여 사이버 대학에 입학하여 배우면서 병행으로
간호조무사와 피부관리사 자격증을 따며 앞만 보고 달리던 8년의 시간이 있었기에 오늘의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
그때 나의 마음이 간절히 원했던 것은 차가운 삶의 빛이 아니라 따스하게 안아줄 생명력 있는 색이 그리웠었다.
2. 핑크, 가장 치열한 치유의 색
사람들은 핑크를 연약한 색이라 알고 있다.
비유로 말한다면 야리야리한 가냘픈 몸매에 연핑크 스카프를 하고 있는 아리따운 여인이랄까~~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핑크는 다르다.
붉은색의 강열한 열정과 순수한 하얀색을 더하여 핑크가 만들어진다
마치 나를 대표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나의 마음과 인생의 키워드를 이야기하느것 같기도 한 핑크이다.
상처 입은 자가 스스로를 치유할 때 피어나는 색.
나의 브랜드 로샤에 핑크를 입히고 나 스스로를 빠리라 부르며 일상을 여행하듯 살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기적이 일어났다
(원래 발음은 파리이지만 어린 시절 친구들은 나를 빠리라 불렀다. 프랑스 파리를 의미하기도 하다)
내가 내 결핍을 인정하고 핑크빛 치유의 에너지를 받아들이자 내가 만지는 고객들의 피부와 마음에도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어릴 적 나는 이런 생각을 했던 적도 있다.
나의 손길이 닿는 사람들은 반짝반짝 빛이 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그게 아마 13살 때인 거 같다.
왜 그런 생각을 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누워서 천장을 보면서 안타까운~
나의 생활에 도전하는 마음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피부고민으로 위축된 이에게 건네는 따뜻한 상담. 그 모든 순간이 나에게는 나의 결핍을 메워가는
치유의 여정이다.
3. 결핍은 브랜드의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다
매일 입는 옷이지만 나는 검은색을 싫어한다.
입으면 세련미가 넘치고 깔끔한 검은색이지만
불편하다.
그래서 위아래 모두 검은색을 입고 거울을 바라보면 순간 멈칫할 때도 있다.
혹시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내가 검은 옷을 입어야 하는 순간은 대개 정해져 있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자리,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깔린 그곳에서 나는 이름 모를 불안과 마주한다.
검은색이 나를 짓누르는 그 위압감은 단순한 색의 무게가 아니라 생명이 꺼져가는 소리, 유일한 삶이
주는 근원적인 공포였다.
하지만 그 거대한 어둠 속에 서 있을 때, 내 안에 역설적으로 가장 뜨거운 불꽃이 타오른다.
'나는 살고 싶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 누구보다 눈부시게 잘 살고 싶다'
검은색을 밀어내고 싶은 나의 본능은 사실 내 삶을 가장 아름답게 경영해내고 싶다는 간절한 욕망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래서 나는 핑크를 입는다.
죽음의 무거움을 이겨내고 생의 생동감을 온몸으로 두르기 위해 ,
우리 모두의 일상이 검은 불안에 잠식되지 않도록, 매 순간을 축제처럼, 여행처럼 잘 살아내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