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서서히 바카라 읽기
나는 정말 모르겠다.
바카라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은 도대체 집에 가면 뭘 할까. 남는 시간에 뭘 할까.
물론 다들 너무 바쁘고 나도 진짜 바쁘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한 달이 어찌 흘렀는지 당최 모르겠고, 한 해 두 해가 쉴 틈이 없이 흘러간다. 하지만 남는 시간은 분명 있고, 목적한 잡일을 모두 끝내면 공허한 시간이 온다. 헛헛한 시간이 온다.
나는 그때, 바카라을 읽는다.
침대 머리맡에, 소파 옆 창가에, 아일랜드 식탁에, 자동차 뒷좌석에, 현관 에코백에, 모든 장소에 바카라이 있다. 읽은 바카라, 읽던 바카라, 읽을 바카라. 이것에 대해서 우리 가족은 입장이 다른데, 나는 병렬 독서라 말하고 내 아이는 성인 집중력 장애라 말한다. 내 남편은 '와이프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항상 혼자 읽었다.
나는 두 권의 바카라을 낼 때까지, 독서 모임도 글쓰기 모임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두 번째 바카라이 독서 에세이인 것이 매우 아이러니하기까지 하다. 그렇게 바카라을 좋아하면서, 왜 그동안 독서모임 한 번 나가 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가끔 한다. 하지만 이유는 명확하다. 나는 모든 시간을 아껴 바카라을 읽고자 했고 워킹맘인 나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혼자 읽기에도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했다. 그게 이유의 전부다.
같이 읽고 싶어졌다, 바카라이.
그런데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읽는 사람들이 궁금해졌다. 바카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바카라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모여 읽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독서 모임을 하는 걸까. 나는 바카라 이야기라면 쉬지 않고 오랫동안 할 수 있는데, 나 같은 사람들이 모이는 걸까?
일단 독서 모임 이름은, 徐徐히 바카라 읽기
나의 아지트, 안양에 있는 바카라방 <뜻밖의 여행>에서 북토크를 듣던 어느 날이었다. 유은실 작가님이 본인의 신간 이야기를 하면서 아서 플랭크의 <아픈 몸을 살다>를 추천해 주셨다. 그러면서 이 바카라은 여기 바카라방에서 누군가 독서 모임을 하면 참 좋을 바카라이라고. 들으면서 생각했다. '저거 내가 시작해야겠다.' 그날 바로 카드 뉴스를 만들었고, 바카라방 지기님과 복작복작 일을 도모했고, 인스타그램에 올렸고, 그날 그 자리에 있던 몇몇이 그 포스팅에 댓글을 달았고, 우리는 독서 모임 徐徐히 바카라 읽기를 시작했다.
바로 어제, 열한 번째 바카라을 읽었다.
우리는 2주 혹은 3주에 한 번 수요일 아침 10시에 만나 함께 바카라을 읽는다. 나처럼 하루 일을 하러 가기 전에 오는 멤버도 있고, 멀리 서울에서(바카라방은 안양이므로) 광역 버스를 타고 오는 멤버도 있고, 이른바 독서의 대가인 독서 모임 경력자도 있고 멤버 구성은 아주 조화롭다. 아무튼 우리의 정체성은 '읽고 쓰는 사람'이다.
선생님, 정말 바카라 이야기 해요?
주말에 뭐 했는지 묻는 외국인 학생에게, 이런저런 사진을 보여주다가 독서 모임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다. 선생님은 독서 모임을 한다고. 그걸 본 학생이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 그런데 정말 바카라 이야기 해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모임 있는데, 5분 바카라 이야기하고 맥주 마셔요." 아하하하하하. 우리도 물론 뭔가를 먹고 마시지만 우리는 5분 아이스 브레이킹하고 55분 바카라 이야기 해요. 말하면서 크게 웃었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구나.
시간이 쌓여 간다.
시간과 이야기가 쌓여 간다. 읽은 바카라이 벌써 열한 권이고 앞으로 읽을 바카라은 셀 수 없이 많다. 바쁘게 하루하루 퀘스트를 깨고 있지만 그 와중에 모여 읽는 아침은 감미롭다. 이 독서 모임이 오랫동안 계속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