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선생님은 다채로운 선물을 받는다. 비행기에 실어 나를 수 있는 모든 것을 선물 받는다고 보면 된다. 과일이나 야채처럼 상하는 것, 가지고 오면 큰일 나는 것 그런 것 빼고 다. 처음 한국어 선생님 일을 시작했을 때에는 커피를 정말 많이 받은 기억이 있다. 그때 베트남 학생들을 많이 가르쳤는데, 한국사람의 베트남 커피 사랑이 정말 폭발적이던 때였다. 학생들도 한국사람들이 베트남 커피에 열광한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에 연구실에 가면 종류별 베트남 커피가 공용 테이블에 놓여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한국에서 모든 걸 살 수 있게 되었다. 굳이 그 나라에 가지 않아도 한국에서 세계 각국의 모든 생필품을 살 수 있게 되면서부터 주는 쪽도 받는 쪽도 선물의 감흥이 덜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학생들은 종종 애정이 깃든 자국의 선물을 '굳이' 사서 온다. 수화물 무게 제한도 있고 안 무겁더라도 가지고 올 짐이 한가득이었을 학생의 캐리어에, 내 선물이 담겨 온다. 크나큰 정성이다.
내가 받았던 선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우선 쌀이다. 태국 쌀. 나시고랭, 쌀국수 등 한국에서 별미로 여겨지는 면 종류의 음식을 받는 일은 종종 있었다. 레시피에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하나도 없지만 남편과 띄엄띄엄 읽어가며 맞는지 틀리는지 모르는 방법으로 요리를 해 먹은 기억도 난다. 그런데 쌀은 정말 처음이었다. 주변 선생님들에게 이게 쌀이라고, 벽돌 사이즈의 단단한 쌀을 보여주면서 크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와... 쌀은 또 처음 보네요. 이러면서.
그다음으로 생각나는 선물은 상추다. 화분에 심겨 있는 상추. 본인은 아침마다 그 상추를 두어 장씩 뜯어서 밥과 먹기도 하고 샐러드를 해서 먹기도 한다면서. 마치 꽃다발을 안기듯 나에게 상추 화분을 안겨주던 학생의 뿌듯한 미소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리고 또 어떤 선물이 있더라. '발리 감성'이라면서 선물해 준 나무 큐브 달력, 도자기 잔까지 들어있던 중국 차 세트, 화려한 금박 패턴의 패키지가 인상 깊었던 그리고 진짜 맛있었던 카자흐스탄 초콜릿, 안에 캔맥주가 들어 있었던 베트남 라탄 핸드백, 그리고 집에서 손수 만들어서 얼려 온 1인분의 카레. 그 카레는 무려 까만 봉투에 들어있었다. 한국 엄마들의 냉동실 사용법을 완벽하게 익힌 모양새로. 쓰다 보니 다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내가 받은 선물이 각양각색 다종다양 너무도 많다.
얼마 전에도 대만에 다녀온 학생이 밀크티 티백을 주면서 말했다.
선생님, 이거 그거잖아요. 한국사람들 대만 오면 꼭 사는 거. 세시 십오 분.
어, 그러게요. 이거 3시 15분 밀크티잖아요. 선생님 이거 진짜 좋아하는데. 격렬히 열광해 준다. 왜냐하면 티백 하나도 물 건너 비행기 타고 오려면 그게 다 학생의 수고와 고생인 걸 알아서다.
한 번은 카자흐스탄 학생으로부터 초콜릿을 선물 받았는데, 진짜 패키지도 처음 보고 맛도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다음 날 학생에게 그거 뭔데 그렇게 맛있냐고 학생에게 진짜 잘 먹었다고 말했더니, 그 초콜릿은 진짜 한국에서 구할 수 없어서 본인도 고향에 갈 때마다 많이 사 온다고 했다. 우리의 대화를 유심히 듣던 바로 옆자리 학생은 다음 날, 본인 나라에서만 살 수 있는 또 다른 초콜릿을 가지고 와서 내게 안겼다. 나의 반응을 기다리던 그 초롱초롱했던 눈이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
나는 작은 교실에서 매일 해외여행을 한다. 학생들은 한국여행 중이고 나는 해외여행 중이다. 윈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