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길을 짓는 자〉

소설

by산들강바람


第6章 : 검은 자본의 그림자 (陰影) — [前半部]


강원도 영월의 밤은 산골짜기 깊은 곳에서 불어오는 습한 바람을 머금고 있었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작업장 마당, 서한별은 주황빛 알몸 전구 아래 홀로 앉아 스승 도진광의 오래된 감나무 먹통을 다듬고 있었다. 기름칠을 한 헝겊으로 먹통 표면을 쓸어내릴 때마다 켜켜이 쌓인 세월의 윤기가 반질반질하게 피어올랐으나, 한별의 가슴 한구석은 낮에 다녀간 임태성의 살기 어린 경고와 음습한 잔향으로 묵직하게 눌려 있었다.


'태산건설이 강원도와 손잡고 진행하는 수천억 원 규모의 대형 한옥 문화단지…….'


한별은 손끝에 전해지는 먹통의 온기를 느끼며 나지막이 입술을 깨물었다.


과거 태산건설의 현장 소장으로 일하던 시절, 사내 비밀 보고서에서 지나치듯 보았던 그 거대한 명목상의 국바카라 프로젝트였다. 표면상으로는 '전통문화의 세계화와 지역 상생'을 내세우고 있었지만, 그 본질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던 사자산 일대 산자락 수십만 평을 풀어헤쳐 대형 리조트와 위락시설을 세우려는 거대 자본의 정경유착 사업이었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그 거대한 사업의 핵심인 '한옥 문화단지' 건축물이 오직 허가용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었다.


"한별아."


어둠 속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둔탁한 걸음 소리. 도진광 대목장이 낡은 사내용 코트를 어깨에 걸친 채 툇마루 구석으로 걸어 나왔다. 스승의 손에는 수십 년 전 사찰 중수 현장에서 직접 그려두었던 사자산 일대의 고지도(古地圖)와 먹물 젖은 공바카라 한 권이 들려 있었다.


"어르신, 아직 청을 거두지 않으셨습니까."


"저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어."


진광의 나지막한 쇳소리는 밤바람보다 알싸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아래 마을 이장한테서 연락이 왔다. 태산건설 놈들이 사자산 밑자락 임야 수십만 평을 이미 사들였고, 내일부터 대형 중장비를 끌고 들어와 터파기 공사를 강행한다더구나."


진광은 고지도를 툇마루 위에 넓게 펼쳐 보였다. 손때가 묻어 누렇게 변색된 지도 위에는 사자산의 깊은 수맥과 노송 숲, 그리고 오래된 절터의 뼈대가 먹선으로 정직하게 그려져 있었다.


"보아라. 이 사자산 밑자락은 겉으로는 부드러운 흙산처럼 보이나, 땅속 깊은 곳에는 천 년 동안 수맥이 흐르는 암반지대다. 이곳에 대지의 결을 읽지 않고 콘크리트를 퍼붓고 덤프트럭을 끌고 들어오면, 산 전체의 수맥이 막히고 지반이 차츰 부풀어 올라 수년 안에 지반 침하가 찾아오는 악산(惡山)이다."


진광의 손가락이 지도의 한복판, 태산건설이 한옥 단지를 세우겠다고 선포한 기슭을 짚었다.


"그런 땅 위에…… 방부제 떡칠을 한 저가 수입 목재로 겉만 화려한 대형 기둥을 세우겠다고? 그것은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대지의 신령을 노하게 하고 언젠가 수많은 사람을 삼켜버릴 거대한 무덤을 파는 짓이다."


한별은 침을 마른 채 삼키며 지도 위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시선이 지도에 닿는 순간, 스승에게 이어받은 '먹줄의 통찰(墨線之眼)'이 가뭇없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지도 위로 검은 안개 같은 먹구름이 뿜어져 나오더니, 수년 뒤 태산건설이 세울 거대한 한옥 단지 건물들이 가짜 기둥의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사정없이 꺾여 내려앉는 미래의 가혹한 환영이 선명하게 투시되어 왔다.


'임태성은 그저 이윤을 챙기고 도망치면 그만이라 생각하겠지. 하지만 그 거짓으로 세워진 지붕 아래 들어설 무고한 사람들은…….'


한별의 주먹에 힘이 들어가며 손가락 마디마디의 장인 굳은살이 단단하게 경련했다.


바로 그때, 산골 오솔길 너머에서 찢어지는 듯한 기계 소음이 밤의 정적을 사정없이 산산조각 내었다.


'콰르르르르-! 쿵, 쿵, 쿵-!'


대형 불도저와 포클레인이 산자락을 짓밟으며 올라오는 육중한 진동이 지반을 통해 툇마루까지 전해져 왔다. 어둠 속에서 수십 대의 대형 덤프트럭이 발사하는 강렬한 서치라이트 불빛이 사자산의 오래된 노송 숲을 핏빛처럼 붉게 물들이며 작업장 마당가까지 덮쳐왔다.


태산건설이 지역 주민들의 동의도,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도 거치지 않은 채, 야음을 틈타 사자산 한옥 단지 부지의 기습 야간 공사를 강행하려는 것이었다.


"이놈들이 결국……!"


한별이 분노로 일어서려 하자, 도진광 대목장이 묵직한 손으로 한별의 어깨를 지그시 눌러 앉혔다.


"동요하지 마라, 한별아."


진광의 눈빛은 밤하늘의 북극성처럼 여전히 차갑고 흔들림이 없었다.


"검은 자본의 그림자가 아무리 깊고 사납게 몰아칠지라도, 정직한 대목수는 연장을 챙기는 법이다. 놈들이 자본의 포크레인으로 산을 파헤칠 때, 우리는 대지의 무게를 견뎌낼 진짜 먹줄과 연장의 날을 세워야 한다."


진광은 한별에게 오래된 무쇠 정과 참나무 망치, 그리고 자신이 수십 년간 지켜온 먹통을 내밀었다.


"가자. 놈들이 세우려는 거대한 거짓의 현장으로. 너와 나의 정직한 먹줄이 저 검은 그림자를 어떻게 베어내는지 세상에 똑똑히 보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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