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들리지 않는 날의 기록

실패자가 아닌, 잠시 멈춘 사람

by지인


마음 푸는 곳에 다녀온 날

"세상 사람들은 다 저만치 앞서가는데, 저만 제자리에 멈춰 서 있는 실패자 같아요. 누군가의 지시를 따르는 건 숨이 막혀요. 그저 내 의지대로, 내 속도대로 살고 싶은데 그게 참 어렵네요."

답답한 마음에 털어놓은 고백에 돌아온 대답은 정석적이었다. 세상을 살아가려면 눈치도 봐야 하고, 하기 싫은 일도 견뎌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나는 결코 실패자가 아니며, 무언가를 꾸준히 해나가는 '실행력'이라는 큰 장점을 가졌으니 스스로를 더 사랑해 주라는 다정한 조언들.

분명 맞는 말이고 고마운 응원인데, 이상하게 그 어떤 말도 가슴에 와닿지 않았다.


요즘 내 마음은 바닥을 끝없이 기어 다니고 있다. 이유 없이 눈물이 고이고, 보이지 않는 앞날에 가슴이 일렁인다. 장을 보러 나가는 짧은 외출을 제외하면,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 안에서 누워 보낸다. 다시 스스로를 가둔 캄캄한 동굴 속으로 들어와 버린 기분이다.


누군가는 나의 실행력을 칭찬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저 동굴 벽면을 타고 흐르는 습기를 응시하며 숨을 고를 뿐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동굴은 영원히 갇히는 감옥이 아니라 잠시 빛을 피해 쉬어가는 은신처일지도 모른다. 캄캄한 곳에서 눈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듯, 내 마음도 이 무기력에 적응하고 다시 일어설 에너지를 모으는 중이라고 믿고 싶다.

억지로 힘내지 않기로 했다. 거창한 성공이 아니어도 괜찮다. 그저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낸 나에게, 아주 작게 속삭여본다.


"괜찮아지겠지 뭐. 하루하루 천천히."

다 괜찮다. 결국엔 다시 행복해질 것이고, 나는 여전히 나를 사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