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원의 몸값과 나의 '마이너스 경력'

감정 쓰레기통에서 건져 올린 작가라는 이름의 자존감

by지인

최근 '전 충주맨' 김선태 씨의 광고 단가가 1억 원에 달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누군가는 그 숫자의 화려함에 감탄할 때, 나는 그가 견뎠을 '조직의 무게'와 그가 증명해 낸 '개인의 가치'를 본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의 지난 15년을 돌아보게 된다.


자격증이 늘어날수록 내 몸값은 낮아졌다

10년 전, 내 월급은 65만 원에서 시작해 고작 100만 원 남짓이었다. 그 적은 숫자에 내 가치를 가두고 싶지 않아 치열하게 달렸다. 코디네이터, 서비스 강사, 보험심사 자격증까지. 병원이 필요로 하는 모든 전문성을 갖추면 세상이 나를 다르게 봐줄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자격증이 많으니 월급을 더 줘야 해서 부담스럽다"는 말, "경력이 너무 많아 부리기 어렵다"는 시선. 나의 노력은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가 되어 돌아왔다. 전문성이 도리어 걸림돌이 되는 기괴한 문법 속에서 나는 길을 잃기도 했다.


의사와 환자 사이, 그 어디쯤의 '감정 쓰레기통'

병원은 치유의 공간이지만, 동시에 가장 날 선 감정들이 충돌하는 곳이다. 의사의 권위와 환자의 고통 사이에서 나는 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야 했다. 쏟아지는 짜증과 불만을 묵묵히 받아내며, 정작 내 마음속에 쌓이는 쓰레기는 비울 곳이 없었다.

하얀 가운을 입고 웃고 있었지만,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가던 날들. 그때 나를 살린 것은 퇴근길에 적어 내려간 짧은 감정 일기였다. 그 기록들은 비명이자, 생존 신고였다.


'충주맨'의 1억보다 귀한 나의 '자기 증명'

김선태 씨가 9급 공무원이라는 틀을 깨고 1억 원의 가치를 증명해 냈듯, 나 또한 '15년 차 간호조무사'라는 꼬리표를 떼고 새로운 나를 기록하고 있다. 상담 심리학을 공부하며 타인의 감정을 받아내기만 했던 과거를 지나, 이제는 내 마음을 먼저 돌보는 법을 배운다.

나의 경력이 현장에서는 '마이너스'였을지 몰라도,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강력한 '서사'가 되었다. 아파본 사람이 아픈 사람을 알아보고, 감정의 밑바닥까지 가본 사람이 타인의 마음을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쓰레기통이 아닌, 꽃병이 되기로 했다

나는 이제 누군가의 감정을 무조건 받아내는 쓰레기통이 되기를 거부한다. 대신, 그 모진 시간들을 거름 삼아 나만의 향기를 내뿜는 꽃병이 되고자 한다.

온라인카지노에 글을 쓰고, 대학 공부를 이어가며, 맨발로 흙을 밟는 이 모든 행위는 나를 되찾는 과정이다. 김선태 씨의 1억 원이 부럽지 않은 이유는, 나 역시 나만의 속도로 '천지인'이라는 이름의 찬란한 기록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진정한 몸값은 누군가 결정하는 월급이 아니라, 내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고 기록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