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상담
J어머님이시죠? J 담임입니다.
차분하고 다소 에너지가 낮은 듯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렸다.
네... 선생님...
요즘은 눈빛 하나, 손짓 하나만으로
아동학대를 들먹이는 세상이 되었다.
실제로 내 주변의 동료교사도 학폭 업무를 맡고 두 해나 더 지나서 소송에 휘말렸다.
그럴 여지가 있었다면 억울하지 않을 것 같다.
내가 본 그분은 학생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자신의 삶을 돌보는 자세 또한 배울 점이 많은 좋은 교사였다. 그런 그가 소송에 휘말리는 것을 보며 동료로서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다.
또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교육현실이 개탄스러웠다.
그래서 학부모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은 내용은 가능한 상담에서 입에 올리지도 않는 것이 안전하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다고 학부모 상담에서 거짓을 말한다는 것이 아니다.
학생의 장점을 극대화해서 칭찬하는 내용이 대부분을 이룰 뿐이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를 못한다.
무슨 배짱인지 열정인지 이름 붙이기 어렵지만, 가장 시급하고 반드시 이 시기에 다루어야 하는 것들을 부모에게 꼭 전한다.
그래서 말하는 나도 난처하고
듣는 부모의 마음도 무겁게 내려앉는다.
우리 반에서 가장 마음이 쓰이고 공동체 "밖"에 있으려 애쓰는 J에게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 제가 학교에서 보는 J는
친구들에게 관심이 없고 무기력해 보여서
도와주고 싶습니다.
어머니가 보시기에 요즘 들어 그런가요?
초등학교 때는 어땠어요?
네.... 원래 그랬습니다.
항상 선생님들께 그런 이야기를 들어왔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그럼 어머니, J의 심리 검사를 해보신 적은 있으세요?
아니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요....
그럼, 저희 학교 상담선생님께
제가 상담을 요청드리고
적절한 검사를 해서 J에 대한 정보를 얻어보면 어떨까요?
네.... 그러겠습니다.
그렇게 요가보이의 MMPI검사가 진행되었다.
긴 검사를 하느라 쉬는 시간, 점심시간 등 상담실에 여러 차례 들락거렸지만 요가 시간에 쌓은 우리만의 래포가 있어서일까.... J는 불편한 기색 없이 순순히 검사에 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