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거트 뚜껑을 핥아먹는 엄마

토편지

by심풀

멀리 있지만 항상 곁을 지키는 그대에게,


무가당 플레인 요거트 뚜껑이 문제입니다.

얇은 재질의 뚜껑에 묻어있는 엉겨붙은 요거트를 엄마는 엄청 아까워하십니다.

"나한티 줘봐라, 잉?

이르키 많은 디 그냥 버르믄 되것남.

니 아부지것까정 싹싹 핥아먹을겨."


진뜩한 요거트, 뚜껑에 붙어있어봤자 얼마 되지 않을 것 같은데.

엄마는 매번 내어놓을 때마다 야무지게 낚아채서 혀를 쑤욱 내밀고서 암소처럼 싹쓸어드십니다.

미처 티스푼으로 살살 긁어드시라는 말도 하기도 전에, 반들반들한 요거트 뚜껑을 자랑하듯이요.


'그게 그렇게 아까울까?'

도대체 엄마에게 아깝지 않은 게 뭐가 있을까 싶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던 고단한 시절을 살아오셨기 때문이려니 여기다가도 이런 경우를 마주하면 여전히 아리송합니다.


하긴 코흘리개 시절, 한여름 어쩌다 만난 아이스크림이 녹을 까 아까운 마음에 조그만 핑크빛 혀를 쏙 내밀고 핥아먹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침을 묻힐 수록 아이스크림이 더 쉽게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말입니다.

왜그리 맛있는 것은 쉬이 사라지는 지.

스리슬쩍 입안을 스쳐지나간 시원하고 달콤한 향기에 아쉬워했던 그 날들을 떠올려봅니다.


image.png떠먹는 요거트☆


그런가하면 무가당 플레인 요거트는 사람의 혼을 빼고마는 달달한 맛도 아닙니다.

부모님의 건강, 특히 편찮은 아버지의 장건강을 위해 마련하는 것이라서요.

그러거나 말거나 엄마는 수십년 몸에 밴 아끼고 아끼는 삶의 이력을 저버릴 수가 없으리라.

오죽하면 엄마 당신의 것은 물론이고 아버지 몫까지 욕심껏 핥아 드시겠는가.


image.png핥아 먹고, 긁어 먹고 , 아예 안먹고 ☆


'애들이 보면 기겁을 하겠구나'

"할머니 좀 봐! "

아이들 저희들끼리 속닥속닥 귀속말을 나눌 것 같습니다.

어린 눈에 요거트 뚜껑을 핥아먹는 할머니 모습이 얼마간 신기할 지도 모르겠어요.

큭큭 웃음보를 터뜨리면서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보아도 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까짓거 얼마나 된다고, 요거트 뚜껑을 꼭 핥아 먹고 싶어요?"

목구멍까지 하고픈 말이 살살 기어올라와도 꿀꺽 속엣말을 삼켜버리곤 합니다.

하나마나한 헛 짓을 무어라 골치아프게 꼬투리를 잡을까 싶어서요.

말싸움거리도 되지 않을 소소한 일이고요.

비록 눈에 거슬리는 행동일지라도 그 역시 엄마 나름의 삶의 방식이려니 하고 말면 그뿐 인것을요.

물론 하지 말라고 만류해도 곧이듣지 않을 엄마이기도 하고요.


" 그냥 버리믄 쓰것니? 아까운 줄 몰러서 탈이여."

되려 내내 잠자던 엄마의 잔소리 폭탄이 터질 수도 있으니까요.

종종 식탁위에 동그라니 남은 잔반까지도 아깝다하시면서 맛 따위야 따지지 않고 마구 비벼잡수시기도 하십니다.

그런 엄마에게 하물며 요거트 뚜껑, 휙휙 가벼이 버리실 수가 없는 게지요.

핥아먹든 긁어먹든 아니면 그냥 버리든 이러쿵저러쿵 좀 다르면 어떠랴.

진심에 진심으로.


다음 주 토요일, 제 편지를 오늘처럼 기다려 주실 테지요.



나와 그대의 심풀 올림


image.png그대와 나에게 보내는 편지☆





작가의 이전글한때 누구나 취업준비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