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편지
멀리 있지만 항상 곁을 지키는 그대에게,
무가당 플레인 요거트 뚜껑이 문제입니다.
얇은 재질의 뚜껑에 묻어있는 엉겨붙은 요거트를 엄마는 엄청 아까워하십니다.
"나한티 줘봐라, 잉?
이르키 많은 디 그냥 버르믄 되것남.
니 아부지것까정 싹싹 핥아먹을겨."
진뜩한 요거트, 뚜껑에 붙어있어봤자 얼마 되지 않을 것 같은데.
엄마는 매번 내어놓을 때마다 야무지게 낚아채서 혀를 쑤욱 내밀고서 암소처럼 싹쓸어드십니다.
미처 티스푼으로 살살 긁어드시라는 말도 하기도 전에, 반들반들한 요거트 뚜껑을 자랑하듯이요.
'그게 그렇게 아까울까?'
도대체 엄마에게 아깝지 않은 게 뭐가 있을까 싶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던 고단한 시절을 살아오셨기 때문이려니 여기다가도 이런 경우를 마주하면 여전히 아리송합니다.
하긴 코흘리개 시절, 한여름 어쩌다 만난 아이스크림이 녹을 까 아까운 마음에 조그만 핑크빛 혀를 쏙 내밀고 핥아먹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침을 묻힐 수록 아이스크림이 더 쉽게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말입니다.
왜그리 맛있는 것은 쉬이 사라지는 지.
스리슬쩍 입안을 스쳐지나간 시원하고 달콤한 향기에 아쉬워했던 그 날들을 떠올려봅니다.
그런가하면 무가당 플레인 요거트는 사람의 혼을 빼고마는 달달한 맛도 아닙니다.
부모님의 건강, 특히 편찮은 아버지의 장건강을 위해 마련하는 것이라서요.
그러거나 말거나 엄마는 수십년 몸에 밴 아끼고 아끼는 삶의 이력을 저버릴 수가 없으리라.
오죽하면 엄마 당신의 것은 물론이고 아버지 몫까지 욕심껏 핥아 드시겠는가.
'애들이 보면 기겁을 하겠구나'
"할머니 좀 봐! "
아이들 저희들끼리 속닥속닥 귀속말을 나눌 것 같습니다.
어린 눈에 요거트 뚜껑을 핥아먹는 할머니 모습이 얼마간 신기할 지도 모르겠어요.
큭큭 웃음보를 터뜨리면서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보아도 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까짓거 얼마나 된다고, 요거트 뚜껑을 꼭 핥아 먹고 싶어요?"
목구멍까지 하고픈 말이 살살 기어올라와도 꿀꺽 속엣말을 삼켜버리곤 합니다.
하나마나한 헛 짓을 무어라 골치아프게 꼬투리를 잡을까 싶어서요.
말싸움거리도 되지 않을 소소한 일이고요.
비록 눈에 거슬리는 행동일지라도 그 역시 엄마 나름의 삶의 방식이려니 하고 말면 그뿐 인것을요.
물론 하지 말라고 만류해도 곧이듣지 않을 엄마이기도 하고요.
" 그냥 버리믄 쓰것니? 아까운 줄 몰러서 탈이여."
되려 내내 잠자던 엄마의 잔소리 폭탄이 터질 수도 있으니까요.
종종 식탁위에 동그라니 남은 잔반까지도 아깝다하시면서 맛 따위야 따지지 않고 마구 비벼잡수시기도 하십니다.
그런 엄마에게 하물며 요거트 뚜껑, 휙휙 가벼이 버리실 수가 없는 게지요.
핥아먹든 긁어먹든 아니면 그냥 버리든 이러쿵저러쿵 좀 다르면 어떠랴.
진심에 진심으로.
다음 주 토요일, 제 편지를 오늘처럼 기다려 주실 테지요.
나와 그대의 심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