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해부학

I시집. 인연 공식이 그대였으면 해I

by기안


설계된 적 없는

침묵의 결을 타고 칼날이 흐른다


견고했던 성벽도

공들인 수식어도

무심한 시선 한 줄기 앞에서는

속절없이 바스러지는 메마른 껍데기


고요한 시공의 몰입은

손 끝 하나 대지 않고도

가장 깊은 곳의 심장을 헤집는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의 흉터를 껴안고 사는 기록물

해부된 감정의 파편마다

집요한 시선이 고인다


박제된 사랑의 사유가 아니라

오직 나만이 풀어낼 수 있는

간절한 비명, 그보다도

더 뜨겁고 고요한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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