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카라 끝머리에

I후불제 인생I

by기안


인생은 계산대가 보이지 않는 상점과도 같다. 무엇이든 먼저 집어 드는 행동, 시간도 젊음도 말 한마디도 선뜻 사용한다. 그때는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다. 기쁨도 쉽게 얻고, 관계도 쉽게 시작한다. 마치 곳곳에서 공짜처럼 펼쳐진 혜택을 누린다. 웃음은 이자 없이 빌린 것 같고, 내일은 당연히 계속될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영수증이 날아온다. 그때야 삶의 가혹함을 알게 된다. 무심코 던진 말의 값, 쉽게 미룬 바카라임의 무게, 용기를 내지 못한 선택의 값이 차곡차곡 적혀 있다는 것을. 기쁨에도 값이 있고, 상처에도 값이 있다. 사랑은 더 큰 값을 치르게 한다. 무관심은 오래된 이자를 남긴다. 외면했던 문제들은 어느 날 복리처럼 불어나 조용히 문을 두드린다.

아무리 애써도 인생은 계산이 맞지 않는 시기가 있다. 내가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비해 돌아오는 것이 거의 없을 때, 그 시기는 늘 사람을 거칠게 시험한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의 방향을 틀어도, 스스로를 지키려고 행동한다. 침체와 지연이라는 것은 있어도, 늦어도 무너지지 않고 결실을 쫓아간다. 삶은 기교보다 무게가 있고, 속도보다 밀도가 있음을 안다.

그래서 인생은 후불제다. 젊었을 때는 늙어서 치뤄야 할 값을 잘 몰랐고, 한참 지나고 나서야 보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비록 잔인한 것 같지만, 어쩌면 가장 공평한 방식인지도 모른다. 지금의 행복은 과거의 성실에서 오고, 오늘의 불안은 어제 미루어 놓은 무바카라임에서 비롯된다. 언젠가 반드시 치러야 할 삶을 잠시 연기하며 살아왔을 뿐이다. 다만 그 청구의 시점이 다를 뿐, 누구도 예외는 없다.

나는 이 글을 쓰는 것도 한참을 머뭇거려야만 했다. 나중에 감당해야 할 마음의 비용이 두려웠다. 후불제 인생의 청구서는 언젠가 도착했다. 그때에는 “그래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삶, 그 영수증에 부끄럽지 않은 이름을 남기는 것. 어쩌면 이 이야기는, 그 계산서를 받아들 용기가 생겨야 문장으로 기록할 수 있는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용기 역시, 오래전에 미루어둔 나의 몫일 것이다.




#이제 <후불제 인생>의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의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다시 재편하고 수정 보완해서 오프라인 북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여러분의 행복한 후불제 인생을 작가로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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