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웃고 있었을까.
빛바랜 얼굴들을 오래 바라본다.
열넷, 열다섯, 열여섯. 지금이라면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웃으며 골목을 지나갔을 나이다. 손에는 문제집 대신 휴대폰이 들려 있었을 것이고, 저녁이면 무엇을 먹을지 투정을 부렸을지도 모른다. 그 나이의 얼굴들이, 백 년 전의 사진 속에서 나를 마주 본다.
이상한 것은, 그들이 웃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그 시절의 얼굴은 결연하거나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이다. 그런데 어떤 사진 속 그들은, 마치 소풍이라도 나온 아이처럼 활짝 웃고 있다. 나는 그 웃음 앞에서 한참을 멈췄다. 어떻게 웃을 수 있었을까. 무엇이 그들을 저토록 환하게 만들었을까.
아마도, 자신이 무엇을 지키려는지 이미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두려움을 몰라서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 어린 나이에 감옥의 문이, 고문이, 죽음이 두렵지 않았을 리 없다. 다만 그들은 두려움보다 더 큰 것을 품고 있었다. 지켜야 할 것이 분명한 사람은, 두려움 앞에서도 웃을 수 있다. 그 웃음은 철없음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깊은 각오의 다른 얼굴이었다.
빼곡한 글씨로 남은 뜻과, 굳게 쥔 주먹.
그들이 남긴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한 장의 격문, 한 줄의 다짐, 놓지 않으려 꽉 쥔 손. 그 작은 것들이 모여 오늘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손이 끝내 놓지 않으려 했던 것을, 우리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누리고 있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 무심코 올려다본 파란 하늘. 군대 간 아들이 보고 싶어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는 어느 어머니의 평범한 마음까지. 오늘 하루, 내가 스치듯 지나온 이 사소한 순간들이 실은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나는 그 웃는 얼굴들 앞에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이 모든 사소한 지금이, 그들이 목숨으로 지킨 자리 위에 있다.
그러니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다만 우리에게로 옮겨왔을 뿐이다. 그들이 타올랐던 그 불이, 지금 이 평범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 안에 조용히 옮겨 붙어 있다. 우리가 오늘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그것이 바로 그 불꽃이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다.
그러니 오늘, 나는 거창한 무엇을 하지 못하더라도, 그 얼굴들을 오래 바라보는 것으로 나의 몫을 시작한다. 기억하는 것. 잊지 않는 것. 그것이 남은 자에게 주어진 가장 작고, 가장 확실한 일이다.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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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truepen 님의 헌정곡 〈The Unshaken Flame〉과 함께 쓰였습니다.
애절한 바이올린으로 시작해 장엄하게 확장되는 이 곡을 들으며, 그 얼굴들을 오래 바라보아 주시길.
▶https://www.youtube.com/watch?v=Z85bQnIKa8M
— 쉼표 JEONG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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