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온 것은 사라진 게 아니라, 잠시 그 자리에 두고 온 것뿐이다
땀끼의 바다는, 관광엽서에 없다.
파라솔도 없고, 호객하는 목소리도 없다.
대신 새벽이 먼저 도착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바다보다 먼저 깨어난다.
나는 그 바다를 오래 걸었다.
모래밭엔 발자국이 가득했다.
누군가 이미 지나간 자리.
그 위에 내 발자국도 얹혔다.
파도가 오면 지워질 걸 알았다.
그래도 걸었다.
지워질 것을 알면서도 남기는 일.
어쩌면 산다는 게, 그런 일인지도 모르겠다.
멀리 통통배들이 떠 있었다.
밤새 바다에 나갔던 배들이,
아침 볕을 등에 지고 돌아오는 시간.
바구니처럼 둥근 배들이 모래 위로 올라오면,
그때부터 바닷가가 시끌시끌해진다.
논라를 쓴 아주머니들이 모여들었다.
붉은 대야를 이고, 갓 잡은 것들을 나누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오갔다.
그런데 이상하지.
말은 몰라도, 그 소리가 낯설지 않았다.
볕 좋은 날,
골목 평상에 모여 앉아
도란도란 수다 떨던 사람들.
그 웃음소리와, 어딘가 닮아 있었다.
문득, 엄마가 스쳤다.
억척스럽게 살아낸 사람들의 얼굴엔,
어딜 가나 비슷한 결이 있다.
땀끼의 아주머니들에게서,
나는 자꾸 아는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저만치,
사람들이 다 떠난 자리.
바구니배 하나가 홀로 남아 있었다.
작은 붉은 깃발을 꽂은 채로.
아무도 없는 모래밭을,
혼자 지키고 있었다.
통통배는 아직, 그 자리에 있을까.
나는 그 바다를 떠나왔지만,
그 배는 아직 거기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이 떠나도 자리를 지키는 것들이 있으니까.
그리움도, 그런 것 중 하나겠지.
모래밭 위에 발자국을 두고 왔다.
이미 파도가 지웠을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지워진 자리에, 다음 발자국이 찍힐 테니까.
떠나온 것은, 사라진 게 아니다.
잠시, 그 자리에 두고 온 것뿐이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두고 온 것들을 마음으로 다시 걸어본다.
그 바다는, 아직 거기 있다.
...
— 이 글과 함께 흐르면 좋은 곡. truepen, «Quiet Storm»
— 쉼표 JEONG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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