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내린 오후, 커피 마실래?

커피 한 잔 건네줄 친구가, 문득 그리운 오후

by쉼표JEONGSEON


장맛비는 사람을 안으로 몰아넣는다.


우산을 챙겨도 어차피 젖는 날, 나는 창가에 앉아 빗줄기가 유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걸 오래 바라본다. 세상이 잠깐 멈춘 것 같은 오후. 약속도 없고, 나가야 할 이유도 없는 이런 날엔, 이상하게 마음 한 구석이 텅 빈다.


외로워서가 아니다. 그저, 이 조용한 시간을 나눌 누군가가 문득 그리운 것이다.


거창한 사람이 아니어도 좋다. 위로의 말을 잔뜩 준비한 사람도, 나를 어떻게든 웃겨주려는 사람도 아니어도 된다. 그냥 슬리퍼를 끌고 와 문을 톡톡 두드리며, 별일 아니라는 듯이 이렇게 물어줄 사람.


"커피 마실래?"


그 한마디에는 아무 무게가 없다. 대답을 강요하지도, 내 기분을 캐묻지도 않는다. 그냥 곁에 앉아 함께 김이 오르는 잔을 감싸 쥐면, 빗소리가 배경음악처럼 깔리고, 우리는 말없이도 편안하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그런 사람이 점점 귀해진다는 걸 알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다들 바쁘고, 다들 자기 삶의 빗속을 걷느라 여념이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요즘,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먼저 커피를 사 들고, 별일 아니라는 얼굴로 문을 두드리는 사람.


장맛비는 계속 내린다.


그래도 괜찮다. 이런 날일수록, 따뜻한 잔 하나면 오후는 충분히 견딜 만해진다. 그리고 언젠가, 나에게도 비 오는 오후마다 슬며시 나타나 이렇게 물어줄 친구가 곁에 있으면 좋겠다.


커피 마실래?


간판 없는 카페, 오늘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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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쉼표 JEONG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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