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했는데 벌써 집에 가고 싶다
너는 참 대단하다. 아침 8시가 되면 이미 하루를 시작할 준비가 끝나 있다.
커피도 마셨고, 메일도 확인했고, 오늘 해야 할 일도 머릿속에 정리되어 있다.
그런데 나는 다르다. 출근은 했는데 마음은 아직 침대에 누워있다.
컴퓨터 전원을 켜놓고 멍하니 화면만 바라보다가, 어느새 한숨이 먼저 나온다.
그리고 오전 10시쯤 되면 이상하게 그런 생각이 든다.
“오늘 일 다 한 것 같은데…”
아직 오전인데 몸은 벌써 퇴근한 기분이다.
예전에는 그런 내가 한심해 보였다. 왜 나는 늘 쉽게 지칠까. 왜 남들은 멀쩡한데 나만 이렇게 에너지가 없을까.
그런데 어느 날 깨달았다. 나는 일을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이 많은 사람이었다는 걸.
해야 할 일보다 견뎌야 할 감정이 더 많았던 거다.
표정 관리. 눈치 보기. 괜찮은 척하기. 실수하지 않으려 긴장하기.
사람은 몸으로만 일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도 하루 종일 노동하고 있었다.
그래서였나 보다. 나는 오전 10시만 되면 배터리가 급격히 떨어진다.
세상은 늘 부지런한 사람을 칭찬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조용히 버티고 있는 사람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다는 걸.
오늘도 나는 퇴근하고 싶은 마음을 품은 채 다시 모니터 앞에 앉는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그래도 오늘 하루는 끝까지 가보자.”
너는 정시 출근 인간이고, 나는 오전 10시 퇴근 모드 인간이지만,
어쨌든 우리 둘 다 내일 또 같은 자리에 앉을 사람들이니까.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누군가는 마음으로 하루를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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