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경영의 시간을 한 장의 사진처럼 펼쳐놓는다면 수많은 장면이 있을 것이다. 첫 계약을 따낸 날. 큰 실패를 겪었던 날. 사람을 뽑았던 날. 떠나는 사람을 배웅했던 날. 공장을 세우고,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고, 위기를 넘기고, 다시 일어섰던 시간.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과 경쟁했을까. 시장에서는 경쟁사를 이겨야 했고, 때로는 조직 안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관철해야 했다. 이기는 것이 중요했던 순간도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 긴 시간이 지나고 마지막에 돌아보면 이상한 질문이 남는다.
‘그래서 나는 누구를 이겼는가?’
그리고 조금 뒤 더 중요한 질문이 찾아온다.
‘그래서 내 곁에는 누가 남았는가?’
노자는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끝냈다 『도덕경』 제81장, 5천여 자의 마지막에 노자는 이렇게 말한다.
天之道, 利而不害. (천지도, 이이불해)
하늘의 도는 이롭게 하되 해치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이다.
聖人之道, 爲而不爭. (성인지도, 위이부쟁)
성인의 도는 행하되 다투지 않는다.
『도덕경』의 마지막 글자가 爭, 다툼이다. 그런데 노자는 그 앞에 不을 놓았다. 不爭. 긴 이야기를 마치면서 결국 ‘다투지 않음’을 남겼다. 나는 이 문장을 이 바카라의 마지막 리더십으로 읽고 싶다.
不爭은 이기지 않는 것이 아니다
다투지 않는다고 경쟁을 포기하라는 뜻은 아니다. 기업은 경쟁해야 한다. 더 좋은 기술을 만들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며,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경쟁하는 것과 상대를 반드시 꺾어야 한다는 것은 다르다. 좋은 경쟁은 나를 성장시킨다. 나쁜 경쟁은 상대가 무너져야 내가 만족한다. 리더도 마찬가지다. 의견을 말할 수 있다. 치열하게 토론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상대를 굴복시킬 필요는 없다. 목적은 내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답을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회의에서 이기고 사람을 잃을 수 있다
리더는 대개 회의에서 이길 수 있다. 직바카라이 있기 때문이다. 논쟁이 길어지면 마지막에 말할 수 있다.
“그냥 이렇게 합시다.”
회의는 끝난다. 결정도 이루어진다. 그러나 조심해야 한다. 회의에서 리더가 이겼는데 직원들의 생각이 사라졌다면 조직은 작은 것을 얻고 큰 것을 잃은 것일 수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반대하지 않는다. 회의는 빨라진다. 리더는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느낀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 조직이 되어가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때로는 내가 이길 수 있는 논쟁에서 한 걸음 물러나는 것이 더 큰 리더십이다.
利而不害 — 이롭게 하되 해치지 않는 것
제81장의 마지막 두 문장을 함께 읽으면 더 깊어진다.
利而不害. (이이불해)
爲而不爭. (위이부쟁)
이롭게 하되 해치지 않고, 일하되 다투지 않는다.
리더십을 이보다 간결하게 표현하기도 쉽지 않다. 기업은 이익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사람을 함부로 해쳐서는 안 된다. 고객에게 가치를 주면서 협력사를 지나치게 압박하지 않는 것. 성과를 내면서 직원의 삶을 모두 소진시키지 않는 것. 성장하면서 다음 세대가 감당해야 할 부담까지 무바카라임하게 남기지 않는 것. 좋은 성과란 무엇을 얻었는가뿐 아니라 무엇을 해치지 않고 얻었는가까지 포함한다.
리더가 가장 마지막에 내려놓아야 할 것 권한을 내려놓았다. 직바카라도 내려놓았다. 회사도 다음 사람에게 넘겼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남는 것이 하나 있을 수 있다. 내가 옳다는 마음.
“내가 해봐서 아는데.”
“그렇게 하면 안 돼.”
“내 방식이 맞아.”
경험은 소중하다. 하지만 경험이 다음 사람의 가능성을 가로막기 시작하면 지혜가 아니라 벽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리더가 마지막으로 내려놓아야 할 것은 어쩌면 자리보다 자신의 옳음인지 모른다. 내가 틀릴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 다음 사람이 나와 다른 방식으로도 잘할 수 있음을 믿는 것.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것.
마지막 하산에서는 앞서지 않아도 된다
긴 산행의 끝에서는 발걸음이 느려진다. 오를 때는 정상만 바라보았는데 내려오는 길에서는 주변이 조금 더 보인다. 함께 걷는 사람도 보인다. 앞서 가던 젊은 사람이 길을 잘 찾는다. 이제 굳이 내가 선두에 설 필요가 없다. 조금 뒤에서 걷는다. 나보다 빠르게 내려가는 사람을 먼저 보낸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생각한다. 앞서지 않아도 길은 계속되는구나. 어쩌면 리더십의 마지막은 바로 그 마음일 것이다. 내가 앞에 없어도 괜찮다는 것. 누군가 나보다 잘해도 괜찮다는 것. 내 이름을 사람들이 조금씩 잊어도 괜찮다는 것.
다투지 않으면 무엇이 남는가
이기려고만 하면 승패가 남는다. 그러나 다투지 않으면 관계가 남을 수 있다. 공을 독차지하지 않으면 사람이 남는다. 기회를 나누면 다음 세대가 남는다. 권한을 내려놓으면 판단하는 사람이 남는다. 내가 없어도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면 조직이 남는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건넨 따뜻한 마음은 또 다른 사람에게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不爭은 패배의 철학이 아니다. 더 오래 남기기 위한 철학으로 읽을 수 있다.
내가 리더라면
이제 이 바카라의 마지막 질문을 위해 잠시 직바카라을 내려놓아보자. 대표도, 임원도, 팀장도 아닌 한 사람으로 돌아가보자. 그리고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리더로 기억되고 싶은가. 가장 많은 성과를 낸 사람인가. 가장 강했던 사람인가. 모든 것을 알고 있던 사람인가. 아니면 이런 사람인가. 함께 일하면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사람. 그런 리더라면 오래 기억될 수 있을 것 같다.
리더에게 묻는다
나는 조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할 필요가 없는 싸움까지 하고 있지는 않은가?
성과를 만드는 과정에서 누군가를 불필요하게 해치고 있지는 않은가?
한 문장으로 남기는 노자 리더십
좋은 리더의 마지막 승리는 다른 사람을 이기는 데 있지 않다. 자신이 떠난 뒤에도 사람들이 서로를 살리며 앞으로 걸어가게 하는 데 있다.
마지막 원고를 덮으며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간다.
'내가 없으면 이 조직은 어떻게 될까.'
예전에는 이 질문 앞에서 불안부터 느꼈다. 내가 없는 동안 잘못된 결정이 내려질까 걱정했고, 내가 쌓아온 방식이 바뀌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다르게 묻고 싶다.
내가 없어도 사람들이 서로 의논하고 판단할 수 있는가. 실패가 생겼을 때 바카라임을 미루지 않고 다시 배울 수 있는가. 다음 리더는 내 그림자에서 벗어나 자기 시대의 답을 만들 수 있는가.
노자는 물러남을 패배로 보지 않았다. 공을 이루고도 그 공에 머물지 않는 것이 하늘의 길이라고 했다. 머물지 않는다고 해서 지나온 시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판단 속에, 조직이 위기를 대하는 태도 속에, 서로를 대하는 말과 침묵 속에 남는다.
리더로 살며 나는 많이 말했고 여러 결정을 내렸다. 옳았던 판단도 있었고 뒤늦게 부족함을 깨달은 일도 있었다. 이제 돌아보니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많은 답을 주었는가가 아니었다. 내 곁의 사람이 자기 답을 찾도록 얼마나 기다렸는가가 더 오래 남았다.
산의 정상에서는 멀리 볼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은 정상에서 살 수 없다. 다시 길을 내려와 사람 곁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때 비로소 내가 올랐던 산의 높이보다, 함께 걸었던 사람의 얼굴이 보인다.
나는 이 바카라을 다음 자리에 설 사람에게 건네고 싶다. 더 크게 보이려고 애쓰기보다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낮은 자리를 선택하기를 바란다. 모든 일을 움켜쥐기보다 믿고 맡기는 용기를 갖기를 바란다. 그리고 때가 오면 다음 사람이 걸어갈 길에서 조용히 비켜설 수 있기를 바란다.
리더십의 마지막 성과는 이름이 아니다. 사람이 남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