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것들의 얼굴

구름은 모양을 잃을 때마다 다른 하늘을 얻는다

by숨결biroso나


변하는 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구름은
잠시도

같은 얼굴로 머물지 않는다.


산을 닮았다가,
배를 닮았다가,
누군가의 웃음처럼 가볍게 흩어진다.



붙잡아 두고 싶은 모양은
언제나
가장 먼저 바람을 따라 떠난다.


그래서 구름은
자신을 지키려 하지 않는다.

흐르는 하늘에
제 몸을 맡긴 채

순간마다
새로운 이름을 입는다.



사람도
조금은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같지 않아도.

좋아하던 것이 달라지고,
믿던 것이 바뀌고,
걷는 속도가 느려져도.

변했다는 것은
잃어버렸다는 뜻이 아니라,

또 다른 계절을
살아냈다는 뜻일지도 모르니까.



구름은 모양을 잃을 때마다
다른 하늘을 얻는다



구름은
흩어질 때마다
하늘을 더 넓게 만들고,

비가 되어 내릴 때마다
세상을 다시 푸르게 한다.



오늘도
구름 하나가
천천히 모양을 바꾼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변하지 않는 것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변하면서도
제 하늘을 잃지 않는 것이
더 오래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이 오면
하루 종일 하늘을 떠돌던 구름도
처음의 얼굴을 모두 내려놓는다.

산이었던 자리도,
새의 날개였던 순간도
노을 속에서 천천히 풀어진다.

어느 모양도 오래 붙잡지 않았기에
구름은 끝내
하늘을 떠나지 않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도 어느 계절쯤에서는
오래 입고 있던 얼굴 하나
바람에게 건네도 좋겠다.

흩어진 자리마다
더 넓은 하늘이 들어올 테니.




변한다는 것은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
아직 만나지 못한 나에게
조금씩 자리를 내어주는 일.

오늘의 구름이
어제의 구름을 닮지 않아도
하늘은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그저 저물도록
달라지는 모든 얼굴을 가만히 품어줄 뿐.

흘러간 것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머무는 중이다.



하늘은 달라지는 구름에게

이름을 돌려달라고 하지 않는다.


변화는 나를 버리는 일이 아니라

나의 다음 모양을 만나는 일


구름은 한 번도

같은 얼굴로 살지 않으면서 끝내 '구름'이었다.

하늘은 구름의 어제를 묻지 않는다. 달라지는 동안에도 우리는 우리였다.


구름은 지나간 모양을 돌아보지 않는다.

흩어지고 다시 모이며, 한 번도 되어보지 않은 얼굴로 오늘의 하늘을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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