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읽은 메시지, 못보낸 메시지, 읽기 어려운 메시지
첫 번째 수신인, 김과장
나는 김과장이 부럽다. 일단 잘생겼다. 늘 조리 있게 말한다. 친절하다. 똑부러진다. 완벽하다. 신은 왜 저런 사람을 만들었나.
언젠가는 경쟁심리를 느끼다가도, 나보다 월등히 나은 사람같아 차라리 그에게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때때로 그의 피드백은 지나치게 불편하게 느껴졌다. 맞는 말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내가 미성숙해서인 건지. 다른 사람에게 듣는 피드백보다 열 배쯤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자존심을 세우고 그 앞에서 몇 차례나 울퉁불퉁한 감정을 드러냈다. 아니, 참아지지 못해 새어 나왔다는 게 정확하다. 그리고선 며칠 동안 수치스러워 잠을 자지 못했다. 그는 전혀 모르겠지만.
하지만 김과장은 고마운 사람이다. 내가 회사에서 제정신이 아닐 때, 도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때, 그가 있었기 때문에 일을 전체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었다.
언젠가는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는데 그를 만나기만하면 다시 으르렁거리고 눈을 부라리고 만다. 그리고 이제는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와의 고마운 시절에 대해 이야기 하기엔 겸연쩍다. 둘이 밥 먹거나 술 먹을 사이도 아니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김과장한테 전하고 싶다 꼭. 고마웠다고, 그리고 미성숙해서 미안했다고. 그리고 그때 내가 많이 아팠으니 이해해 주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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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수신인, 박대리
박대리는 나보다 한참 늦게 입사했다. 입사직후 두 달간 꽤 가깝게 지냈다. 그러다 갑자기 어느 순간, 박대리가 나를 경계하고 견제하는 게 느껴졌다.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차가운 말투에서 긴장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어느 새부터 그를 피하기 시작했다. 쏘아붙이듯 말할까 봐 그에게 말조차 걸지 않게 되었다. 결국 우린 침묵이 가장 편한 사이가 될 만큼 멀어졌다.
툭 까놓고 속마음을 이야기하고 싶은데, 그러기엔 너무 멀리 왔다. 한땐 저녁약속도 잡았는데 이젠 단둘이 한 공간에 있는 것도, 복도에서 마주치는 것도, 옆에서 밥을 먹는 것도 어색하고 불편하다.
피하는 게 상바카라일까. 이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그와 속마음을 나눌 수 있게 된다면 불편해진 계기가 있는지,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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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발신인
김과장한텐 미안하고, 박대리한테 서운한 지 몇 달째. 전하지 못한 말들을 고민하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김과장을 대하듯 박대리가 나를 대하고 있다는 걸. 그 생각이 들었을 때는 아차 싶었다. 거울치료라는 전문용어가 떠오르면서 말이다.
나는 김과장이 미워서가 아니다. 그에게 상냥하게 잘해주고 싶어도 나도 모르게 늘 조절이 안된다. 더 반대로 행동한다. 유독 그 사람에게만 지나칠 정도로 말이다. 궁색한 변명이라는 걸 알지만 어쩌겠나. ‘다른 사람은 모르는 내 모습을 적나라하게 들켜서 창피하다. 이왕 내가 별로라는걸 아는 김에 당신은 내 속마음을 조금은 더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나와버린다.
혹시 박대리도 그런 걸까. 많이 힘들어서 처음 마음을 열었던 나한테라도 티를 내고 싶어서인 걸까.
박대리와는 어떻게 해야 하고, 김과장은 어째야 할까. 그리고 마음과 행동이 따로 노는 나는 어쩌면 좋을까. 마음이 보내는 메시지는 내 행동 때문에 영영 읽히지 못할까. 좀 더 유쾌하고 좀 더 가벼워지고 좀 더 솔직해졌으면 좋겠다. 나라는 사람이 읽기 쉬운 메시지가 되었으면 한다. 그렇게 된다면 김과장과 박대리랑 좀 더 편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