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바래기

인연을 대추(待秋)하다

by이미경

강변에 염소를 메어놓고 들어가던 길이었다.

저 멀리서 상여소리가 희미하게 났다.

귀를 모으니 점점 더 뚜렷하게 들렸다.

길은 하나,

언니가 "예서 기다렸다 지나가면 가자" 하였다.

얼마간 뒤에 노랑, 빨강, 파랑 색색의 깃대들이 제일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이 든 작은 가마도 보였다.

아버지를 비롯한 동네 아재들이 어깨에 상여를 메고 걸어왔다.

길 모퉁이를 돌 때마다,

상여를 높이 올렸다 내렸다, 보폭을 좁혔다 넓혔다 부단히 애를 썼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였다.

앞에 선 방앗간 아재가 종을 흔들며 소리를 메기자 상두꾼들이 후렴을 받았다.


초롱 같은 우리네 인생 이슬 같이도 떨어지네/ 에헤 에헤야

인제 가면 언제 올꼬 오실 날이나 일러주오/ 오홍 오호야


외길에 비켜서서 머리를 숙였다.

꽃가마가 지나갔다.

"아이고 애고 아이고 애고"

거친 삼베옷에 대지팡이를 짚은 상주들이 곡을 하며 뒤따랐다.

상복을 입은 막둥이는 이별을 알지 못하는지,

해맑은 얼굴로 옆에 선 형님아, 누나 손을 잡고 소풍 가듯 하였다.

새봇담을 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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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 간다 나는 간다 북망산천을 나는 가네/ 에헤 에헤야

빈손으로 태어나서 빈손으로 돌아가네/ 오홍 오호야


바지게에 솥을 지고 따라가는 할아버지,

광주리에 음식 장만거리와 그릇제기를 이고 가는 엄마와 아지매들,

양동이에 물을 나르는 큰 언니야들,...

긴 행렬이 이어졌다.

방천에 서서 조곤 발을 떼며 저 건네 산을 헛헛한 눈길로 바라보는 할머니들.

대추 마을 상포계 사람들 모두 나와 ㅇㅇ할아버지 마지막 길을 배웅하였다.

하늘을 휘감은 깃대가 아스라이 멀어져 갔다.

'잘 가세요, 또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