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리콘밸리와 워싱턴이 '인류의 실존'을 핑계로 당파적 표 계산과 가짜 해자 구축에 몰두하고 있다.
서구 문명이 선언적 논의에 빠져 스스로의 행동반경(Spielraum)을 좁히는 동안,
장막 너머의 국가들은 어떠한 윤리적 족쇄도 없이 서늘한 타격 능력을 정진한다.
진정한 안보는 밀실의 규제 합의에 기대어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무장을 해제한 몽상가의 평화는 결코 다가오는 폭풍우를 막아내지 못한다.
적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압도적인 격차(Alpha),
스스로가 대체 불가능한 무조건적인 '상수(Constant)'가 될 때, 이 비가역적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ALTUS SOLUM 2026.9.15.(화)
최근 실리콘밸리의 기술 엘리트들 중심으로 "AI가 10년 안에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다"며 선제적 속도 조절과 통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재귀적 자기 개선(Recursive Self-Improvement)을 거듭할 때 닥쳐올 실존적 위험은, 기술 공학의 관점에서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지성인이라면 언젠가 마주해야 할 기술적 진실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문제는 솔직히 하루 이틀일이 아니었다. 2023년 5월, 인공지능의 대부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교수님은 구글을 떠나며 자율 살상 무기(킬러 로봇), 가짜 뉴스, 일자리 증발 등 AI의 통제 불능 리스크를 강도 높게 경고한 바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던져야 할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이미 존재했던 이 위협론이 왜 하필 '지금', 이토록 조직적으로 두드러지는가?
팔란티어의 알렉산더 카프(Alexander C. Karp)가 G20에서 정확히 짚어냈듯, "진실의 파편(elements of truth)이 정치적 목적에 의해 심각하게 과장(exaggerated into a political problem)되었다."
과연 어디까지가 정직한 위험에 대한 경고이고, 어디서부터 미래 권력을 위한 과장일까? 중간선거를 앞두고 특정 진영에 시간을 벌어주려는 지연 전술, 국가의 규제 권력을 빌려 후발 주자들의 사다리를 걷어차려는 카르텔의 욕망, 그리고 데이터센터가 초래하는 전력과 식수의 고갈이라는 당장의 현실을 가리려는 계산이 '인류 종말'이라는 거대한 연막 뒤에 똬리를 틀고 있다.
이 거대한 연막작전을 주도하는 핵심 축은 크게 두 갈래의 구조적 셈법으로 나뉜다.
첫째는 오픈AI의 샘 알트먼(Sam Altman)으로 대변되는 '권력화된 자본'의 전략이다. 대표적인 민주당 주류 후원자인 그는 연내 기업공개(IPO) 일정까지 미뤄가며 글로벌 안전 규범의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다. 이는 규제 철폐를 앞세우는 트럼프식 공화당 정부보다, 거대 행정 국가를 지향하는 미래 권력과 주파수를 맞추는 것이 기업 환경에 유리하다는 전략적 기지로 읽힌다. 정치권에 시간을 벌어주면서 선거 국면의 반 빅테크 정서를 유화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규제 기구'를 신설해 후발 주자들의 추격을 원천 봉쇄하려는 '규제 포획(Regulatory Capture)'의 포석이 깔려 있다.
둘째는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가 직면한 구조적 모순이다. 애초에 그는 맹목적인 상업주의에 환멸을 느끼고 '절대적 안전'을 기치로 회사를 독립시킨 이상주의자였다. 그러나 "내게 인센티브를 보여주면 결과를 보여주겠다.("Show me the incentive and I will show you the outcome.")"는 찰리 멍거(Charlie Munger)의 통찰은 그에게도 예외 없이 작동했다. 국방부와의 마찰, 트럼프식 현실정치(Realpolitik)가 요구하는 맹렬한 속도전, 그리고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자본 조달의 압박(구조적 인센티브)은 그가 정직하게 구축하려던 도덕적 해자를 흔들어 놓았다. 결국 기업의 생존을 위해, 자신이 비판했던 진영과 동일한 규제 담론의 우산 속으로 합류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 현실정치(Realpolitik)와 진정한 해자(Moat)
반면, 지정학적 안보와 하드웨어를 쥔 현실주의 진영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류 멸망론을 "완전한 날조(Hoax)"로 일축하며, 중국과의 AI 패권 전쟁에서의 승리만이 유일한 국가 안보임을 선언했다. AI 칩 시장을 독점한 엔비디아의 젠슨 황 역시 "자신의 기술이 통제 불능이라 느낀다면 당신들이나 개발을 멈추라"며 이들의 속도 조절론을 냉소했다. 진정한 안보적 해자는 문서로 쓰인 규제 법안이나 윤리 위원회의 허가증에서 파생되지 않기 때문이다.
카프가 지적했듯, 적성국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진정한 억지력은 그 누구도 복제할 수 없는 독점적이고 압도적인 역량, 즉 '알파(Alpha)'에서만 도출된다. 국가 안보라는 혹독한 정글에서 서구 문명이 쥐어야 할 것은 비가 오면 씻겨 내려갈 진흙 해자가 아니라, 외부의 위협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기술적 '상수(Constant)'다.
닫힌 방 안에서 고상한 도덕과 인류의 멸망을 토론하는 이 순간에도, 체제 밖의 권위주의 수정주의 블록(중국·러시아·북한)은 아무런 규범적 제약 없이 AI를 킬체인(Kill Chain)과 체제 전복의 무기로 실전 배치하고 있다. 이들이 벌이는 신중론의 가장 치명적인 결함은 '절대적 시간의 결핍'과 '안보의 비대칭성'을 간과했다는 점이다. 목 밑에 이미 적의 뾰족한 칼날이 닿아 있는데, 그 칼날이 훗날 내 손가락을 벨지도 모른다는 철학적 위험성을 토론하느라 반격의 기회를 버리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스스로 무장을 해제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은 평화가 아니라 굴종뿐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냉전기 미국과 소련이 맺었던 전략무기제한협정(SALT)을 모델로 삼아 글로벌 속도 조절의 환상을 꿈꾼다. 그러나 현재의 AI 패권 경쟁은 1970년대의 핵무기 경쟁보다 본질적으로 훨씬 더 위험하고 비가역적이다.
ㅇ 상호확증파괴(MAD)의 부재: 핵무기는 쏘는 순간 다 같이 멸망한다는 공멸의 공포가 있었기에 격납고 안에 묶어두는 통제가 가능했다. 그러나 AI는 선점하는 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고 상대를 완벽하게 굴복시키는 '승자독식'의 비대칭 무기다.
ㅇ 돌아갈 수 없는 범용성: 핵무기는 폐쇄된 군사 기지에만 격리 통제할 수 있었지만, AI는 이미 인류의 통신, 금융, 생산, 일상에 혈관처럼 침투한 범용 문명 기술(GPT)이다.
이제 AI가 없는 과거의 세계로는 그 누구도, 결코 되돌아갈 수 없다. 인위적으로 속도를 조절하자는 논의 자체가 선언적으로는 의미가 있을지언정, 현실의 무대에서는 성립할 수 없는 이유다. 미국이 브레이크를 밟는 척 공론화를 주도하는 그 순간, 가장 환호하며 가속 페달을 밟을 국가는 중국이다. 국내 정치적 셈법에 빠진 기술 사보타주는 적성국에게 거저 바치는 최상의 전략적 선물이 될 뿐이다.
당장 9월 말(24일 잠정)로 예정된 2차 미중 정상회담은 이 기만적인 속도 조절론이 지정학적 무대에서 어떻게 작용하게 될지 주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본다. 이번 회담 테이블에서 양국은 표면적으로 '글로벌 AI 안전과 통제'를 위한 규범 합의를 연출할 가능성이 높다. 실리콘밸리 사제들이 쏘아 올린 '인류 종말론'과 당파적 규제 담론이 어떻게 작용하게 될까?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중국의 전략적 호응이다. 중국은 서구 진영이 스스로 윤리적 족쇄를 차고 '가짜 해자'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에 겉으로는 기꺼이 동의하는 척할 것이다. 그러나 장막 뒤의 현실은 다르다. 중국은 미국의 엘리트들이 국내 정치의 시간표에 맞춰 브레이크를 밟는 척 연기하는 그 짧은 공백을 틈타, 서늘한 킬체인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다. 결국 미국 국내 정치적 셈법에서 비롯된 규제 공론화는 중차대한 안보 체스판에서 자신의 행동반경(Spielraum)을 좁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국가의 명운과 서구 문명의 존망이 걸린 거대한 기술 결전을, 당파적 셈법이나 표 계산, 특정 기업의 해자 구축 따위의 근시안적 마인드로 다루는 것은 문명사적 자해 행위다.
진정한 안전은 공허한 종말론적 설교나 규제 위원회의 문서에서 나오지 않는다. 적들이 감히 도발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도록 압도적인 기술적 격차를 벌려놓는 대체 불가능한 억지력에서만 도출된다. 피조물의 반란을 두려워해 스스로 무기를 내려놓는 문명은 기계에 멸망하기 전에, 먼저 칼을 벼려낸 적들의 말발굽 아래 짓밟혀 사라질 것이다. 급변하는 기술 패권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약한 몽상이 아니라, 적의 심장부를 겨누는 차갑고 압도적인 억지력이다.
<해외 언론>
https://www.axios.com/2026/09/14/ai-copies-competition-c-suite
https://www.axios.com/2026/09/14/ai-stocks-apocalypse-wall-street
<국내언론>
https://v.daum.net/v/20260915095602591
https://v.daum.net/v/202609150828027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