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유학생활

by박민희

프라하 그리움이 머무는곳


제1화

프라하 유학생활

■ 첫 번째 가을, 프라하에 내리다

비행기가 루지네 공항 활주로에 천천히 내려앉았다.

열두 시간이 넘는 긴 비행 끝에 마침내 다시 프라하였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마다 몇 번씩 오가던 도시였지만, 가을의 문턱에서 만나는 프라하는 처음이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여름의 빛을 조금씩 거두고 있었고, 공항 주변의 나무들은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챈 듯 은은한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가을의 프라하는 내가 기억하던 여름과 겨울의 도시와는 조금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여름의 화려함도, 겨울의 깊은 고요도 아닌 어딘가 쓸쓸하고 부드러운 빛이 도시 전체에 내려앉아 있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풍경을 찬찬히 바라볼 여유는 없었다.

우리 비행기는 예정된 시각보다 네 시간 이상 늦게 도착했다. 프라하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을 재림이가 얼마나 걱정했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급해졌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수하물을 찾은 뒤 대합실로 나왔다.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를 두리번거리던 내 눈이 한쪽 의자에 앉아 있는 아이에게서 멈췄다.

재림이는 바카라을 읽고 있었다.

하지만 바카라장을 넘기는 손길은 느렸고, 눈은 이미 오래전부터 활자를 떠나 있었던 것 같았다. 몇 시간을 더 기다리느라 지친 기색이 얼굴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아이는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잠시 나를 바라보던 재림이가 바카라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엄마.”

환하게 웃으려 했지만 웃음보다 안도의 숨이 먼저 흘러나왔다.

그 한마디를 듣는 순간, 비행기 안에서 오래 붙들고 있었던 긴장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많이 기다렸지?”

재림이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저었지만 얼굴에는 오랜 기다림의 피로가 선명했다.

나를 기다린 시간만큼이나, 아이가 혼자 살아온 지난 세월도 그 얼굴 위에 조용히 내려앉아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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