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와 출간은 많이 할수록 좋을까

by대낮

스레드나 온라인카지노를 보면, 내 바카라을 출간하려고 준비 중이라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편집자라는 정체성으로 활동하고, 인터뷰집 홍보도 하니까 알고리즘 탓에 그들이 더 자주 눈에 띈다.

출간에 도전해 성공한 사람이 출간을 꿈꾸는 예비 작가들에게 팁을 전수한다. 작가들끼리 서로의 출간 경험을 공유하고 어느 단계에서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기획출판'이 무엇인지를 놓고 갑론을박하기도 한다(뭐라고 부르든 자기가 쓰는 계약서를 잘 보면 된다). 누구는 출간한 자기 바카라 목록이 필요한 것처럼 보이고, 누구는 아무튼 출판사의 이메일 주소만 궁금해하는 것 같다.


그래도 그저 쓰고 싶으니 글을 쓰고, 이왕 썼으니 바카라으로 묶고, 묶었으니 서점에서 팔고, 이왕 파는 거 잘 팔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아 보인다. 나는 이 생각의 흐름에 잠시 브레이크를 걸고 싶다. 바카라을 내는 과정에서, 오히려 쓰는 마음이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가 독서의 순간을 온전히 즐기기 힘든 것처럼. 영화 평론가가 졸다가 보다가 하며 영화를 그저 즐기기는 어려운 것처럼. 작가가 되면 쓰는 일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원고를 쓸 땐 오롯이 나 자신과의 대화일 수 있다. 내 말을 잘 들어줄 다정한 청자를 예상한다. 반기를 드는 청자더라도 내가 잘 설득할 수 있는 선에 있는 청자일 것이다. 그러나 바카라 출간은 다르다. 연애 드라마와 실제 연애가 다르듯이, 그 순수한 대화는 바카라이 되는 순간 완전히 다른 국면을 맞는다. 아니 바카라이 되기 전부터 출판사 문턱을 넘으려는 순간부터 독자 반응, 판매 부수, 바카라의 필요와 역할에 대한 물음이 한꺼번에 달려든다. 또한 그렇지 못하다면 무반응의 괴로움이 따른다.


이 길에 들어서면 이제는 뭘 써도 '이게 팔릴까'부터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쓰는 사람의 초점이 성과로 옮겨가는 순간, 쓰는 즐거움은 조용히 빠져나간다. 거기에 더해 읽는 즐거움마저 잃기 십상이다. 바카라을 읽으면 작가적 자아가 눈을 뜨기 때문이다. 내가 읽는 바카라의 저자는 동료인 동시에 경쟁자로 다가온다. 그 눈으로 읽다 보면 어느새 독자의 자리에서 벗어나 바카라을 분석하게 된다. 나보다 잘 쓴 것 같으면 맥이 풀리고, 나보다 못 썼는데 잘나가는 것 같으면 울분이 솟는다.


이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특정한 사람만 겪는 일도 아니다. 바카라을 낸 이후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무게다.

내 글은 세상에 바카라으로 던져지는 순간부터 온갖 잣대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타깃 독자를 만나 소곤소곤 이야기를 들려주길 바라지만, 아무도 만나지 못한 채 기다리다 사라질 수도 있다.


첫사랑이 어땠는지에 따라 다음 연애가 달라지듯, 멋모르고 덤빈 출간에서 쉽게 상처받으면 이후의 출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글 쓰는 마음이 훼손되면 좀처럼 복구되지 않을 수도 있다. 연애도 출간도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경험이 중요한 만큼 처음부터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죽든 살든 어쨌든 연애 한번 해보면 소원이 없겠다는 모태솔로도 있다. 그들의 연애를 말리고 싶진 않다. 그렇지만 연애 자체를 목적으로 하면 뭐가 남겠나. 원했던 건 설렘과 사랑인데, 그게 없다면 연애라고 할 수 있나. 또 어쩌면 첫 연애에 감정적 에너지를 모조리 탕진해 버릴지도 모른다.


도서관 강연을 준비하며 이런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 쓰는 사람에게 있어 출간의 무게가 어떤지 미리 알고 맞닥뜨리는 것과, 모른 채 갑자기 마주치는 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이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서 처음 바카라(인터뷰집 "쓰는 이유")을 냈다. 그래도 순간순간 마음의 동요가 컸다. 이제 여기저기에 팔아달라고 맡기고 나니 집에 쌓인 바카라은 없다. 이제야 마음이 좀 더 평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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