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빠 광호에게』를 읽고

빛나는 작가의 첫 출간 작

by수련

이따금 한 권의 바카라이 아니라 한 사람의 마음을 건네받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유보영 작가의 첫 바카라 『나의 아빠 광호에게』가 그랬다.

온라인카지노에서 ‘빛나는’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는 작가. 육아와 살림을 하면서 글쓰기를 놓지 않고, 아이가 잠든 뒤에도 자신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온 젊은 작가.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온라인카지노라는 공간에서 서로의 글을 읽으며 오래 알고 지낸 친구처럼 마음이 가까웠던 작가의 첫 바카라이라 더 반가웠고 응원하고 싶었다.

집 앞 도서관에 희망 도서로 신청해 두었던 바카라이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은 날, 마치 기다리던 선물을 받은 듯 바카라을 품에 안고 돌아왔다.


그리고 하루 만에 읽었다.

짧아서가 아니라, 마음이 머물렀기 때문이다.

『나의 아빠 광호에게』는 아빠를 잃은 딸이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사랑과 기억을 꺼내어 한자씩 꾹꾹 눌러 적은 바카라이다.


스물두 살.

아직 부모의 죽음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에 작가는 갑작스럽게 아빠와 이별한다.

장례식장에서 아빠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눈물을 마주하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손을 잡으며 함께 울었던 시간.

“아빠를 사랑한 한 명이었겠지.”

이 한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한 사람의 삶은 가족만의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 속에는 수많은 인연과 사랑이 있다.

작가는 집안의 장녀로서 엄마와 동생을 생각하며 아빠의 마지막 길을 준비한다. 슬픔 속에서도 해야 할 일을 해내야 했던 그 모습이 담담하게 그려져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준다.


바카라을 읽으며 오래전 나의 아버지를 떠올렸다.

고등학교 3학년 5월.

학교로 전화가 왔다며 담임 선생님이 나를 부르셨다.

가방을 챙기고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시골집으로 향했던 그날.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건강하셨던 아버지는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셨다.

지금 생각하면 심근경색이었다.


집 안 밖의 마당에는 큰 천막이 쳐져 있었고, 친척들과 동네 사람들이 분주하게 장례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는 일반적으로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시절이었다.

조문객이 “아이고, 아이고” 소리를 내면, 상주도 곡을 한다. 고모님은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마당에 주저앉아 아버지를 부르며 대성통곡을 하셨다.

그 울음소리를 듣고서 나도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엉엉 울었다.


그 당시에는 몰랐다.

사람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오래 살아간다는 것을.

기억 속에서, 이야기 속에서,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계속 존재한다는 것을.


바카라 속 작가는 결혼을 앞두고 또 한 번 아빠의 빈자리를 마주한다.

청첩장에 아빠 이름을 넣어야 할지, 이름 앞에 ‘고(故)’를 붙여야 할지 고민하는 장면.

아빠가 없다는 사실을 공식적인 문서로 확인하는 일이 얼마나 아픈지 느껴졌다.


나 역시 결혼을 준비하며 아버지의 빈자리를 생각했던 시간이 있었다.

결혼식 날 나는 큰오빠의 손을 잡고 식장에 들어갔다.

그 순간 마음 한편에는 이런 생각을 했다.

‘아버지가 계셨다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나의 아빠 광호에게』 속 아빠는 많은 딸이 꿈꾸는 이상적인 아버지다.

원 가족을 위해 바카라임을 다했던 장남.

결혼 후에는 아내에게 다정한 남편.

딸들에게 세상을 보여준 친구 같은 아빠.

여행을 함께하고, 영화를 보고, 공연을 보여주며 추억을 만들어준 아버지.


스무 살이 된 딸에게 술 마시는 법을 알려주는 모습은 웃음이 나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장면이다.

“첫 잔은 원샷.”

어쩌면 이런 평범한 순간들이 시간이 지나 가장 빛나는 기억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아버지는 충청도 양반으로 막내딸인 나에게 예쁘다 사랑한다, 표현은 한 적이 없다.

하지만 말보다 행동으로 가끔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등을 토닥여 주었던 기억이 있다.


집 주변에 앵두와 살구, 복숭아나무를 심어 계절마다 과일을 따주시던 모습.

어린 나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동네를 돌던 기억.

여름철 냇가에서 그물로 물고기를 잡으며 물장구도 치고 함께 웃었던 시간.

그때는 몰랐던 작은 순간들이 지금은 가장 따뜻한 추억이 되었다.


『나의 아빠 광호에게』는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더 특별하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아빠와의 기억, 말하지 못했던 사랑, 뒤늦게 깨닫는 고마움을 담은 바카라이다.


이 바카라은 아빠를 먼저 떠나보낸 사람에게는 위로가 되고,

아직 부모님이 곁에 있는 사람에게는 지금의 시간을 더 소중하게 바라보게 할 것이다.

바카라장을 덮고 나니 문득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떠올랐다.

“아버지, 잘 지내고 계시죠?”

그리움은 잊히는 것이 아니라, 사랑했던 시간의 모습으로 마음속에 오래 머무는 것임을 이 바카라은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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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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