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속으로

김남표 개인전

by아낌없이주는나무
<Instant Landscape - Moonlight Painting#4, Oil and graphite on canvas, 162.2x130.3cm, 2022>




<Instant Landscape - Moonlight Painting#3, Oil and graphite on canvas, 162.2x130.3cm, 2022>





<Instnat Landscape - Aewol sea#11, Oil on canvas 22x27cm, 2023>





<Instnat Landscape - Aewol sea#21, Oil on canvas, 116.8x914cm, 2025>



작가는 붓을 쓰지 않습니다.

화가의 작업실엔 붓이 없습니다.

손끝으로 형태와 윤곽을 만들고 나이프나 화장지로 마티에르와 여백을 조정하고 면봉이나 나무젓가락으로 세밀하게 완성합니다.


작가는 또한 현장에서 작업하길 좋아합니다. 30대 초반 ‘집단막’이라는 소집단을 통해 재개발과 철거 지역에서 활동한 현장 경험 때문일 수 있고 현장이 주는 즉흥성에서 새로운 감각이 드러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일 수 있고 자연과 하나가 되는 느낌, 그 일체감이 주는 희열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관객은 하얀 포말과 검은 바위 앞에서, 해질 녘 하늘과 바다가 협주곡처럼 만들어낸 광휘 속에서 작가가 느꼈을 호흡과 환희, 혹은 반대로 고뇌와 상처를 느낄 수 있습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작품보다 작업이 더 중요하다."

이 말은 그가 예술을 대하는 태도 혹은 삶을 바라보는 원칙처럼 보입니다. 작품에서 화려한 색채와 훌륭한 구도가 전부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것은 현대의 기술이나 손의 기교로 탄생할 수도 있으니까요. 중요한 건 그런 결과물에 있는 게 아니라 예술(을)에 대한 태도에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우리가 삶을 살아내는 데 필요한 직업윤리와 비슷합니다. 윤리의 속성이 외부보다 내면에 있듯 김남표 회화의 가치는 풍경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풍경을 만들어내는 과정, 즉 현장 노동의 시간과 분투에 있는 듯합니다. 동시대 미술의 빠른 속도와 화려한 형식을 보면 작가의 이 말이 어떤 뜻인지 고개가 끄덕여질 겁니다.


김남표의 <바다>에서 단순히 구도, 색채, 마티에르만 볼 게 아니라 작가가 바다를 바라보며 가졌을 시간들도 상상하게 됩니다.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어떤 단락에서 작가가 산바카라을 했는지 어느 문장 앞에서 머리를 쥐어뜯었을지 상상하는 것처럼 말이죠. 달빛이 반짝이는 밤바다에 작가는 설레었을 겁니다. 은빛 갈치처럼 반짝이는 생의 표면은 검은 바다가 가졌을 상처를 잠시 감춘 듯 했을 겁니다. 여기서 작가가 선택한 검은 흑연이라는 재료는 달빛이 어루만지는 윤슬을 잘 드러내 줍니다.


작가는 해질녘 경계가 흐려지는 어스름의 시간을 좋아합니다. 그러니 노을이 지는 붉은 바다는 놓칠 수 없는 순간이었을 겁니다. 검은 바위에 부딪혀 만드는 흰 포말의 역동성에 작가는 환호했을 거고 작업이 끝나면 그 바다를 품에 안고 잤을 겁니다. 떠나보낸 시간과 주위의 상처를 위로하는 애도의 마음일 수도 있었을 겁니다.


이 순간 김남표의 <바다>는 바다가 아닌 겁니다. 바다는 늘 저기 있지만 여기 <바다>를 통해 바다는 삶처럼 다르게 옵니다.

-정형탁(독립큐레이터·예술학)




김남표 (金南杓, Nampyo Kim)

2006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아낌없이주는나무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부모가 되는 순간, 아이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신께서 그런 능력을 주신다. 한 아이의 우주가 될 수 있도록.

10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3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3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여백 너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