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혁, 전희경 공동전_Beyond blank space
여백은 관계의 산물입니다.
우리가 지금 바라보는 사각 캔버스야말로 공간의 위상학이라 할만합니다. 작품이 보여지는 풍경 혹은 정물에서 공간의 위계는 명확합니다. 우리는 대상만 보지 않습니다. 묘하게도 한정된 공간 안에서 더 큰 것을 혹은 더 깊은 것을 봅니다. 이때 본다는 것은 단순한 시각적인 영역을 넘어서는 세계가 열리는 어떤 경험 같은 겁니다.
안개처럼 풍경과 대상을 흐릿하게 만들고 ‘빠딱 빠딱 반짝이는’ 색들의 향연과 개구리처럼 위로 솟구치는 물오름 같은 형태를 통해 같은 시대를 살아내는 동시대인의 고독하고 쓸쓸한 마음을 엿봅니다.
나전칠기 위의 백자, 비단보에 쌓인 어떤 언약, 상큼한 과일로 구성된 따스한 화면을 통해 소중한 것을 오래 간직하고자 하는 여린 마음을 읽고, 그 속에서 현대인이 잃어가는 애잔한 상실을 읽습니다.
우리는 과거를 밑절 삼아 현재를 살지만 그것을 영원히 간직할 길이 없습니다. 전희경과 최재혁은 그리는 방식과 표현한 소재가 다르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가 이처럼 작품 속에 삼투되어 있습니다.
풍경과 마음-전희경의 그림은 체험과 작가의 감각이 어우러진 그림인데 풍경을 대상으로 그린 그림이라기보다 여러 장소의 풍경을 체험한 후 느낀 작가의 후일담 같습니다. 후일담에는 숲, 물, 나무 형태가 설핏 연상되고 그 속에 새소리, 숲에 비치는 빛, 아침의 색채, 하물며 그 속에 머물렀던 자신의 마음과 ‘닳지 않는’ 삶의 에너지까지 유기적인 분위기로 묘사됩니다. 분위기(Aura)는 항상 모호하기 마련이어서 작가는 안료를 묻힌 수세미에 색채가 드러나거나 숨거나 중첩되게 하는 자신만의 미적 형식으로 이 모호성을 구현해 냅니다. 자신이 자연 속으로 들어가서 겪은 원체험의 방식이 명확한 단어로 규정될 수 없듯이 작품 형식도 그 체험을 따르는 거 같습니다. 삶의 모든 체험과 시간들이 불가해한 점액질 같은 것이듯 작품도 명확한 붓질이 아니고 꼼꼼한 대상의 묘사가 아닙니다. 어떤 때는 점으로 콕, 어떤 때는 색채로 흐릿하게, 어떤 때는 속도감 있게 표현됩니다. 그것은 풍경이나 대상을 모델처럼 세워놓고 그리는 게 아니라 그것들이 내게 다가오는 에피파니의 순간을 이미지화한 거 같습니다. 그렇다고 순수한 내면의 관념화가 아닙니다. 자연과 나는 서로 얽힌 존재니까요. 실재는 사이 혹은 너머에 암시되어 있을 뿐이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애쓰는 마음-도자기류의 기명(器皿)과 꽃가지나 과일의 절지(折枝)를 조합한 최재혁의 정물화는 잊고 있었던 오래된 마음을 엿보게 됩니다. 시그리드 누네즈는 소설 <그해 봄의 불확실성> 속에서 동물과의 교감은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동물이 아닌 사물들에도 이런 내러티브는 스밉니다. 소중한 초상화를 함부로 밟지 않듯, 오래된 관계의 증표를 소중하게 간직하듯 사물 속에도 욕망과 관계가 있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의인화를 종교로 삼았어야 했다고 탄식하는 환경 운동가도 있죠. 현대인은 정보 소비만 빠른 게 아니라 사물 소비도 빠릅니다. 사물과 관계 맺는 시간이 생기기도 전에 또다른 최신품이 대체되는 현실 속에서 이런 소비문제를 환경문제로까지 나아간 것입니다. 한국의 전통 정물화는 복과 장수의 기복을 빌고 서양의 정물화가 죽음을 기억하라는 통렬함을 깨우쳤다면 최재혁의 그림은 사물 속에 숨은 무명씨의 삶과 사라진 시간을 그려냅니다. 작가가 선택한 오래된 기물과 절지는 단순히 골동품의 외형보다 거기에 깃든 잃어버린 마음의 초상 같습니다. 작품에 얼굴은 그려지지 않았지만 꼼꼼하게 한올 한올 묘사한 사물에서 애쓰다 사라진 인물의 초상들이 떠오르는 것입니다. 더불어 그가 내민 소담한 그릇에 담긴 과일 그림들은 그들에게 바치는 헌사처럼 읽힙니다.
예술은 언제나 문화적이고 관습적인 시대 산물입니다. 그것은 세상의 진리 같은 것이어서 이전에도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겁니다. 21세기 한국 컨템포러리 예술씬에서 전희경과 최재혁의 작품도 이 테두리 안에 있습니다.
필자는 풍경과 정물을 그리는 두 작가에게서 전통 한국화의 회화적 의미나 기법, 혹은 이들이 표현한 풍경과 정물의 현대적인 의미 보다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작가들의 내면의 풍경과 상실된 관계에 대한 감수성을 읽습니다.
디지털 프레임 중심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두 작가는 주변과 관계에 주목합니다. 그것은 살고 죽는 것들에 대한 바이오필리아(biophilia)의 시선입니다. 삶은 자신의 것 같지만 홀로 살아내지 못합니다. 주변에 대한 애정은 어쩌면 자신에게로 되먹임되는 윤리의 맨얼굴일지 모릅니다. 예술이 아름다운 이유일 것이고 예술이 윤리와 맞닿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정형탁(예술학/독립큐레이터)
최재혁
학 력
2012 홍익대학교 대학원 회화과 졸업.
2010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개인전
2025. STILL LIFE HERITAGE_Space HI(부산).
2024. 백자로부터_Gallery LOK(서울).
2023. KOREAN MOOD_통인화랑(서울).
2023. 세속화예찬_ASTI Gallery(부산).
2022. 향유(享有)_BGN Gallery(서울).
2022. Timeless_The Showroom(서울)
2021. 소환(召還)_온유 갤러리(안양).
2020. Still Llife of Planet_Gallery MARIE(서울).
2019. 관계와 관망_Gallery 2U(서울).
2017. 사물[事物: 마음의사건 너머의 쓸모]_Art Space LOO(서울).
2016. 타인의 삶_Gallery PIU(전주).
2016. 기명과 절지_BA Vista Gallery(이천).
2013. STILL LIFE_Gallery IMAZOO(서울).
2013. 일상견문도_Manoffin Gallery(서울).
2010. LANDSCAPE展_GYM Project Gallery(서울).
단체전
2024. Moon Wish_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서울).
2023. BLOSSOM_록갤러리(서울).
2022. 보따리 민화_충무아트센터(서울)..
2022. The House of Macan by PORSCHE_카페포제(서울)
2022. 컬렉팅의 새로운 방식(윤기원, 최재혁 2인전)_스페이스 제인&클레어(서울).
2021. UP CLOSE 03_플렛폼 엘(서울).
2021. THE SHIFT 2021_갤러리 박영(파주).
2021. 열정의 컬렉팅(윤기원, 최재혁 2인전)_복합문화공간 모나무르(아산).
2020. 미래의 명장_통인화랑(서울).
2020. SUPER COLLECTION_슈페리어갤러리(서울).
2020. SUPER FLAT-위대한 평면_폴스타 아트 갤러리(서울).
2020. BIG PCTURE_아트스페이스 호서(서울).
2020. 일상의 매혹, 전통과 현대사이_롯데갤러러(일산).
2019. RE-collection_워싱턴 한국문화원(워싱턴, 미국).
2019. 시대교감, 천년을 담다_중랑아트센터(서울).
2019. 자서전:기억수집_선화랑(서울).
2018. 올미씨의 행복여행전_올미 아트 스페이스(서울).
2018. 여행자의 시간_BNK아트갤러리(부산).
2018. 제철비경_포스코 미술관(서울).
2018. 신 정 물_에코락 갤러리(서울).
2018. 젊은작가 5인전_금산갤러리(서울).
2018. Hommage to POSCO_포스코 미술관(서울).
2017. SEE:새로운 형상_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서울).
2017. 83 Instinct_갤러리 엘르(서울)
2017. 새로운 형상:실재와 환영_동아대학교 석당미술관(부산).
2016. 추억과의 대화(이지숙, 최재혁 2인전)_KIST 창의문화공간(서울).
2016. 14 ARTISTS EXHIBITION_Art Space BEN(서울)
2016. 일상이상_오픈갤러리, NAVER(분당).
2015. 사물의 언어(서유라, 최재혁 2인전)_갤러리 서화(서울).
2014. Joy of Love_세브란스 아트스페이스(서울)
2014. THE GREATE ARTIST 2014_포스코 미술관(서울)
2014. 공간.사.유_금산갤러리(서울).
2014. Small is Beautiful_가나아트(부산).
2013. Car Story_ART FACTORY(서울, 헤이리).
2012. 가장 사적인 도시_금산갤러리(서울).
2011. AND...TOGETHER_Jean Art Gallery(서울).
2010. VISION 2010_Chosun Art Gallery(서울).
수상 및 레지던시
2012. 가나아뜰리에(장흥) 4기 공모 입주작가.
2011. 단원미술제_특선.
2011. 대한민국 청년작가 미술 대상전_우수상
작품소장
미술은행, 정부 미술은행, 연대 세브란스병원 암병동, BA Vista Countryclub, POSCO센터, 그 외 다수 개인소장.
전희경
학력
2009 홍익대학교 대학원 회화과 졸업
2005 홍익대학교 회화과 졸업
주요개인전ᅠ
2026 미처, 옮기지 못한 녹음들, 뮤즈세움, 울산
2025 물의표면; 그 깊이를 찾는 방식, 인천아트플랫폼 G3, 인천
2025 Soundings of Blue, SARAHCROWN, NYC
2024 조금 더 짙고 푸르렀으며, JJ 갤러리, 서울
2022 풍경의 장면들, 종로타워_퍼블릭갤러리, 서울
2021 Into the Blue, 미학관, 서울
주요단체전
2026
Art+Furniture:취향이 머무는 자리, 광주신세계갤러리, 광주
Ordinary Scenes, 러브컨템포러리아트, 서울
Breeze, 갤러리나우, 서울
2025
개펄의 속삭임, 소금박물관, 신안증도, 전남
Inner Frame, 히든엠갤러리, 서울
여름의 메아리, 리나갤러리, 부산
침전된 물질, 마프갤러리, 서울
풍경이 언어가 될 때, 갤러리 WAS, 서울
2024
파도의 인사, 갤러리 세빈, 서울
TIMELESS ART, PASSION AT HEART, 포시즌스 호텔, 서울
산 세리프 섬, 을지로오브, 서울
섬의 명령, 예술공간이아, 제주
2023
리사무소에서 알려드립니다, 예술곶산양, 제주
3650 storage/ Interview, 서울미술관, 서울
2022
편집된 풍경, 가나부산, 부산
새의 자리, 임시공간, 인천
당신의 문장으로 말해요, 뮤즈세움, 울산
2021
매니폴드:사용법,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서울
유네스코 자연유산축전 아트프로젝트, 제주
토탈써포트, 토탈미술관, 서울
공기의 모양, 정서진아트큐브, 인천
2020
문턱만 닳도록, 세마창고, 서울ᅠ
OP.23 NO.8 In A FLAT MAJOR, 오브, 서울
주요 레지던시 프로그램
2025 예술나루레지던시, 인천
2025 ART LIKE SALT, 증도
2023 예술곶_산양, 제주
2017-2019 경기창작센터, 안산
2013 관두미술관, 타이페이, 대만
2012 타이동 미술관,타이동, 대만
2011 오픈 스페이스 배, 부산
주요 수상 및 선정
2021-2023 메세나협회 메트라이프생명 슬롯공헌재단 후원작가 선정
2019-2021 예술경영지원센터 예비전속작가제 선정
2015 네이버문화재단 '헬로우아티스트' 선정
2015 에트로 미술상 은상 수상
2013 겸재정선미술관 '내일의작가' 대상수상
주요 아트페어
2026 BAMA / 뮤즈세움갤러리, 부산
2025 언타이틀아트페어/사라크라운갤러리, 마이애미, 미국 (솔로부스)
2025 키아프/ 사라크라운갤러리, 코엑스
2024 키아프/ JJ갤러리, 코엑스
주요 작품소장
2026 국립현대미술관_미술은행
2025 하나은행 영구컬렉션
2018-2019 국립현대미술관_미술은행
2015-2016 백운갤러리(백운장학재단)
2015 이랜드문화재단
2014 겸재정선미술관ᅠ
2013 대만 타이동 미술관
2012 국립현대미술관_미술은행
주요 지원금 수혜
2025 인천문화재단 국제교류 지원
2025 인천문화재단 개인전, 창작지원
바카라발간
2022 <Into the Blue> 아티스트북, 23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