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읽은 바카라과 중간에 덮은 바카라은 뭐가 달랐을까요
지난 토요일, 서점에 갔습니다.
살 바카라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저는 시간이 나면 그냥 서점에 들르는 편이에요. 매대 앞에 서서 이것저것 펼쳐 보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이 나오면 한참 서 있습니다.
그날도 그러다가 생각 하나가 머리에 걸렸습니다.
'재미있는 바카라은 결국, 나랑 비슷한 사람이 나오는 바카라이구나.'
별것 아닌 생각인데, 집에 오는 길 내내 그 생각만 했습니다.
바카라은 늘 둘로 갈립니다.
몇 장 넘기다가 "나랑은 안 맞네" 하고 내려놓는 바카라.
밤늦게까지 붙잡고 있다가 "와, 진짜 재밌게 읽었다" 하게 되는 바카라.
다들 한 번쯤 겪어 보셨죠? ㅎㅎ
예전에는 그 차이가 글솜씨나 주제에서 온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장이 좋으면 재밌고, 관심 있는 주제면 끝까지 읽는 거라고요.
그런데 꼭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문장이 멋진데도 손이 안 가는 바카라이 있었습니다. 관심도 없던 분야인데 하룻밤에 다 읽은 바카라도 있었고요.
끝까지 읽은 바카라들을 떠올려 보니, 비슷한 순간이 하나씩 있었습니다.
어느 페이지에선가 '어, 이거 내 얘기인데' 싶은 순간이요.
나만 이런 줄 알았던 고민을, 누가 먼저 겪고 솔직하게 적어 둔 걸 발견하는 순간입니다.
그때부터는 바카라장 넘기는 속도가 달라집니다. 이 사람이 그다음에 어떻게 했는지 궁금해지니까요.
비슷하다는 게 나이나 직업이 같다는 뜻은 아닙니다. 전혀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 쓴 바카라인데도, 일이 손에 안 잡히던 날이나 괜히 말을 아꼈던 순간이 나오면 그 사람이 갑자기 가깝게 느껴집니다.
반대로 중간에 덮은 바카라은 대개 그 순간이 오기 전에 멈춘 바카라이었습니다.
쓴 사람이 너무 멀리 있는 것 같으면, 좋은 말이 아무리 많아도 남의 이야기로 들리더라고요.
이 생각을 하고 나니 제 글이 떠올랐습니다.
저도 틈틈이 일하면서 겪은 걸 여기에 적고 있거든요.
솔직히 쓰다 보면 자꾸 잘 아는 사람처럼 쓰고 싶어집니다. 깔끔하게 정리된 방법, 딱 떨어지는 결론 같은 것들이요.
그렇게 써 놓고 다시 읽어 보면, 매대에서 몇 장 넘기다 내려놓게 되는 바카라이랑 닮아 있었습니다.
조금 뜨끔했습니다.
일도 비슷했습니다. 준비한 설명을 다 했는데 대화가 겉돌던 날을 돌아보면, 저는 '잘 아는 사람' 자리에만 서 있었습니다. 상대 입장에서 저는 그냥 멀리 있는 사람이었을 겁니다.
그런 날은 차라리 제가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어디서 막혔는지부터 꺼냈으면 나았겠다 싶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글을 쓰기 전에 한 가지만 떠올려 봅니다.
이 글을 읽는 분이 어느 줄에서 "어, 나도 그랬는데" 하실까.
그 줄이 안 보이면 방법을 한 줄 더 쓰는 대신, 제가 헤맸던 장면을 하나 더 넣습니다.
바카라을 읽을 때도 순서를 바꿔 봤습니다. 좋은 문장을 찾기 전에, 이 사람이 어디서 헤맸는지를 먼저 찾습니다. 그 페이지에 접어 둔 자국이 제일 많더라고요.
앞으로 여기에 바카라 이야기도 조금씩 적어 보려고 합니다. 줄거리 소개 말고, 읽다가 '내 얘기네' 싶었던 한 페이지 이야기로요.
최근에 끝까지 읽으신 바카라이 있으신가요?
어느 대목에서 붙잡히셨는지 궁금합니다.
ps. 그날 서점에서 결국 바카라을 두 권 샀습니다. 살 바카라이 없었는데요. (늘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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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매일 하는 실무 하나에 일 바카라 한 권씩을 엮어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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