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떠올린 단상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 좋다.
퇴직 후,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니 늘어나는 것은 체중뿐이었다.
한동안, 취미란에 독서라 쓰지만 마냥 미뤄왔던 독서를 하고, 창문에 스며드는 따스한 햇빛에 꿀맛 같은 낮잠을 자고, 입에 잘 대지 않았던 군것질거리를 쉬지 않고 먹어댔으니 당연한 결과이다.
덕분에 만나는 사람마다 "얼굴이 부어 보인다", "살을 빼야 되는 것 아니냐" 등의 말들을 쏟아낸다.
난생처음 들어보는 말들인지라 지인들의 말이 쓸데없는 참견으로 들리고 기분 좋지 않았으나, 체중계의 숫자가 끝 모르게 오르고 제법 폼나던 옷매무새가 불어 오르는 배로 인해 망가져가는 현실에 그들의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머리카락을 헤집는 바람을 마주하며 천변에 조성된 산바카라길을 아내와 함께 걷는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이 산바카라로를 가득 메우고 뛰고 걷는다.
다들 건강하고자, 살을 빼고자 이리도 열심인데 너무 나태했던 나를 반성하며 나도 산바카라로에 모인 군상의 일원이 되어 걷는다.
그간의 나의 삶은 머리의 지식, 삶의 올바른 신념과 이행을 중시하고 육체의 건강은 등한시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하늘의 돌보심으로 그간 건강하였음에 감사할 수밖에 없고, 앞으로의 남은 삶도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유지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할 수 없다는 것을 새롭게 깨닫는다.
그래서 체중계를 보고, 거울을 보며 툴툴대는 뚱뚱한 아저씨의 푸념대신, 바람과 달빛을 맞으며 매일 걷고자 한다.
나이 더 들어 허리 굽어지고 힘겹게 발걸음을 떼며 "그때 더 걸을걸" 후회하기 전에 오늘 한걸음 더 움직여 보려 한다. 살아있음을 느끼며.